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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6S, 남자라면 ‘핑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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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21일 16:58 프린트하기

애플에서 새롭게 출시하는 아이폰6S 로즈골드 - apple 제공
애플에서 새롭게 출시하는 아이폰6S 로즈골드 - apple 제공

아이폰6S가 발표되자, 사람들이 술렁댔습니다. 이전까지 무채색 계열에 금색 계열만 추가했던 아이폰에 새로운 색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동안 다른 휴대폰 에서도 흔하게 보이던 남색 등과 같은 무난한 색도 아니었습니다. 다름아닌 핑크! 소녀처럼 *부농부농*한 귀여운 분홍장미(로즈골드)색 핑크폰이 나온 겁니다!

 

아이폰6S에 로즈골드색이 나온다는 소식이 들어오자 마자 전자제품 좀 안다는 얼리어댑터들이 들썩이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현대 사회에서 ‘핑크’는 여성의 색으로 인식되잖아요? 실제로 분홍색의 영문인 ‘핑크’는 패랭이꽃에서 유래했습니다. 분홍색 패랭이 꽃을 ‘Pinks’라고 불렀거든요. 즉 꽃 이름이 그대로 색깔 이름이 된 것이지요.

분홍색의 영문 Pink는 분홍색 패랭이꽃을 뜻하는 Pinks에서 왔다. - Thegreenj(W) 제공
분홍색의 영문 Pink는 분홍색 패랭이꽃을 뜻하는 Pinks에서 왔다. - Thegreenj(W) 제공

 

어쨌든, 분홍색 아이폰의 인기는 사람의 취향을 저격한 모양입니다.

 

‘로즈골드 색은 예쁜데…’ ‘로즈골드, 여성들한테 인기 좋겠네요’

 

이렇게 시작된 의견은 급기야 흥미로운 시각으로 진행됩니다.

 

‘저 남자인데 핑크 괜찮을까요?’ ‘남자라면, 핑크지요!’

 

네, 맞습니다. 남자라면 핑크입니다.

 

○빨강은 전통적으로 남자의 색이다

 

용사 전대가 나오는 전대물을 보면 리더는 언제나 ‘레드’, 빨강 쫄쫄이를 입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빨강은 정열과 힘을 상징해왔습니다. 아무래도 우리 몸의 피가 빨강을 띄고 있기 때문에 중요하고, 소중하다는 이미지가 강했지요. 가까이 중국에서는 행운을 가져다 주는 색으로 취급합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빨강은 그 시기를 대표하는 이미지를 상징해 왔습니다. 왕이 가장 높은 직위를 가지던 시기인 중세에는 왕권을, 프랑스 대혁명의 시기에는 혁명을 상징하는 색이었지요. 기독교에서도 빨강은 예수의 피를 상징하기 때문에 중요하게 취급돼 왔습니다. 즉,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중 중요한 것은 모두 빨간색으로 표현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빨강은 전통적으로 남성의 색이다. 왕실이나, 종교, 군대 등 사회 지도층에서 널리 쓰이는 색이었다.  - pixabay 제공
빨강은 전통적으로 남성의 색이다. 왕실이나, 종교, 군대 등 사회 지도층에서 널리 쓰이는 색이었다.  - pixabay 제공

 

 

선명하고 예쁜 빨강색을 만들기 어려웠던 것도 빨강을 고상하고 고귀한 이미지로 만들기 충분했습니다. 안료를 만들 때면 자연에 존재하는 붉은색 재료를 빻아서 각종 용매에 녹이거나 섞어서 사용합니다. 평범한 붉은 색이라면 자연에서 찾기 매우 쉽습니다. 철이 녹슬면 붉은색을 띄는 것을 이용해 황토를 이용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선홍빛을 띄는 안료이자, 가장 인기가 높았던 붉은 색인 ‘버밀리온’을 얻는 것은 매우 어려웠습니다. 황화수은이 주 성분인 ‘진사’라는 광물을 이용해서 만드는데, 안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실수가 있으면 붉은색이 아니라 검은 안료가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1600년 대 후반에 들어서야 비로소 암모니아나 칼륨 용액을 이용해 버밀리온을 쉽게 만드는 방법이 나왔지요. 그 이전까지는 버밀리온을 사용하는 것은 금을 쓰는 것과 비슷할 정도로 비쌌다고 합니다. 당연히 왕이나 귀족, 높은 계급의 종교지도자나 사용할 수 있는 색이었지요.

 

해질 무렵의 하늘. 태양이 대기를 통과하는 시간과 길이가 달라지면서 대기의 입자와 부딪혀 산란돼 붉은 계열의 화려한 하늘을 만든다. - brian pink(F) 제공
해질 무렵의 하늘. 태양이 대기를 통과하는 시간과 길이가 달라지면서 대기의 입자와 부딪혀 산란돼 붉은 계열의 화려한 하늘을 만든다. - brian pink(F) 제공

 

 

○ 작은 남자를 상징하는 ‘분홍’, 여자의 상징이 되다

 

이탈리아의 미술가 두치오가 그린 성모와 아기 예수. 아기 예수가 분홍색 옷을 입고 있다.
이탈리아의 미술가 두치오가 그린 성모와 아기 예수. 아기 예수가 분홍색 옷을 입고 있다.
붉은색이 고귀함을 상징하고, 당시 ‘고귀한’ 직책에 있던 사람은 모두 남자였으므로, 남자의 상징이 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서 남자 아이들은 ‘작은 남자’라는 의미로 분홍색을 상징색으로 사용했습니다. 실제로 중세 이탈리아의 화가 두치오(1255~1319)가 그린 ‘성모와 아기 예수’를 보면 아기 예수가 분홍색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1600년 대 후반, 버밀리온을 쉽게 만드는 방법이 나오면서 붉은 색은 사람들이 널리 쓸 수 있는 색이 됐습니다. 붉은 색 안료를 약간만 사용해 만드는 분홍색 역시 사람들이 널리 쓰게 됐지요. 특히 1700년 대 후반 유럽의 유행을 주도했던 프랑스 파리에서 여성의 의상에 널리 쓰였습니다. 당시 프랑스의 국왕이었던 루이 15세의 정부였던 퐁파두르 부인이 옅은 파랑(하늘)과 분홍색 옷을 즐겨 입었기 때문입니다.

루이15세의 정부인 퐁파두르 부인은 분송핵 옷을 즐겨입었다. 당시 유럽 유행의 중심인 파리에서, 가장
루이15세의 정부인 퐁파두르 부인은 분홍색 옷을 즐겨입었다. 당시 유럽 유행의 중심인 파리에서, 가장 '핫'한 인물이 분홍색 옷을 입자 귀부인 사이에서 분홍색 옷은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남자 아이의 색이었던 분홍이 어느 시점에 정확히 여성을 상징하는 색이 됐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원래 붉은색이었던 군복이 세계 1차 대전 때 푸른색으로 바뀌면서 푸른색이 남자의 상징이 됐다는 주장도 있는 한 편, 시장의 논리에 따라 점차 분홍색이 여자의 색이 됐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1930~40년대부터 갑자기 ‘분홍=여성의 상징’이란 인식이 확 퍼졌거든요.

 

이탈리아의 의류 디자이너 엘자 스키아파렐리(1890~1973)가 1931년에 발표한 ‘쇼킹핑크’ 색상도 유행에 한몫했을 겁니다. 스키아파렐리는 쇼킹핑크 색상 발표와 함께 ‘쇼킹’이라는 향수를 함께 내놨지요. 이 향수는 쇼킹핑크색 상자와 여성 상체 형태의 병으로 ‘쇼킹핑크=여성’이라는 이미지를 사람들의 뇌리 속에 강렬하게 박았습니다.

 

 

이탈리아의 디자이너 엘자 스키아파렐리가 내놓은 향수
이탈리아의 디자이너 엘자 스키아파렐리가 내놓은 향수 '쇼킹'. 짙은 분홍색 상자와 여성 상체 모양 병에서 분홍색과 여성성의 관계를 엿볼 수 있다.

 

○  어떻게 보이든 예쁘고 잘 어울리면 그만

 

분홍색이 단순히 여성스러운 색상이어서 거부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주변을 탐문해 보면 조심스럽게 이런 대답이 나옵니다.

 

“분홍색은 게이를 말하잖아. 그거 쓰다가 날 게이로 보면 어떡해.”

 

맞습니다. 분홍색을 이런 의미도 있었지요. 분홍색이 게이(남자 동성애자)를 상징하게 된 것에는 아주 서글픈 사연이 있습니다. 때는 제2차 세계대전 시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주범, 나치 독일은 게르만족 남성을 제외하면 나머지 민족이 하등하다는 이상한 사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유대인, 집시 등 소수민족을 핍박했고, 장애인과 동성애자를 불결하게 취급했습니다. 특히, 수용소에 잡혀온 사람 중 동성애자는 분홍색 삼각형으로 표시까지 해가며 제거 대상으로 취급했습니다. 이 때 사건을 계기로 분홍색은 게이의 상징이 됐지요. 지금은 게이를 넘어 동성애의 상징은 다양성을 의미하는 무지개색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현대는 다양성의 시대입니다.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개성을 갖고 살아가는 시대지요. 잘 어울리기만 한다면 무슨 색을 사용하는 것이 무슨 상관있겠습니까. 실제로 아이폰 6S 홍보 영상에서는 흑인 남성이 아이폰 로즈골드 색상을 들었습니다. 전혀 위화감없이 잘 어울리더군요. 흑인뿐만이 아닙니다. 사람은 피부 아래 붉은 혈관이 지나가기 때문에 누구나 약간의 분홍기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손에 들었을 때 다른 어떤 색 보다 분홍색이 더 잘 어울리지요.

 

이번 주말이면 드디어 아이폰 6S가 우리나라에 정식으로 출시됩니다.

잊지 마세요. ‘남자라면 핑크입니다.’

 

남자라면 역시 핑크입니다! - 리그 오브 레전드 제공
남자라면 역시 핑크입니다! - 리그 오브 레전드 제공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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