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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영화 속 초능력은 굳이 부계유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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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25일 18:00 프린트하기

영화
영화 '뷰티인사이드'에는 눈에 확 띄는 미남미녀 배우들이 열연한다 - NEW 제공
영화 ‘뷰티 인사이드’의 주인공 우진은 자고 일어날 때마다 모습이 바뀐다. 머리숱이 별로 남지 않은 할아버지가 될 때도 있고, 성별이 바뀌는 건 물론 낯선 외국인의 모습으로 깨어날 때도 있다. 나이도, 키도, 심지어는 시력도 천차만별이어서 우진의 집에는 시력 검사기는 물론 각종 렌즈와 안경도 구비돼 있다. 자고 일어날 때마다 바뀌는 ‘아이덴티티’ 덕분에 연애는커녕 정상적인 인간관계도 불가능하다. 이런 우진의 직업은 가구 디자이너. 거래처와 고객은 온라인을 통해서만 만난다.

 

● SF에서 초능력은 ‘부계유전’ 된다?

 

그런데 이런 ‘능력’이 도움이 될 때도 있다. 우진은 자고 일어나 가장 자신이 멋진 모습일 때 짝사랑 중이던 미모의 여인 이수(한효주)에게 마음을 전한다. 이수와 보내는 시간이 너무나 좋았던 나머지 우진은 삼일 밤을 꼬박 새우고 이수를 만난다. 그리고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한 탓에 모습이 뜻하지 않게 변해버린 우진은 결국 그날 이수 앞에 나서지 못한다.


우진의 이런 능력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다. 우진의 아버지 또한 자고 일어날 때마다 모습이 바뀌는 병을 앓고 있었던 것. 우진에게 다른 여자 형제가 없어 이 유전병이 Y염색체를 통해 전달되는 부계유전인지는 100% 확인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아버지로부터 특수한 능력을 물려받는다는 설정은 SF 영화에서 흔히 찾을 수 있다. 영화 ‘어바웃 타임(2013년)’의 주인공 팀 또한 누이는 갖지 못하는 타임머신 능력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으며, ‘점퍼(2008년)’의 주인공 또한 아버지로부터 순간이동 능력을 물려받았다.


현실에서 Y염색체를 통해 부계유전 되는 ‘능력’으로는 귓속에 나는 털이 잘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된 유전자가 여성에게는 없는 Y염색체 위에 존재하기 때문에 귓속에 털이 있는 여성은 없다.

  

● 뷰티인사이드는 SF가 아닌 판타지


과학기자라는 직업병 때문일까. 영화 초반부에서는 주인공 우진의 능력을 유전병과 비슷한 종류일 것으로 생각했다. 자는 동안 유전 정보가 재구성되고 텔로미어의 길이까지 변하며 성별은 물론 나이까지 변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외국인의 모습으로 변하는 건 그렇다치고, 갑자기 외국어를 할 수 있게 된다는 건, 그리고 말은 할 수 있되 해당 언어를 알아들을 수 없다는 건 희귀한 유전병으로 더 이상 이해할 수 없게 만들어버렸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이 영화는 판타지로 보는 게 맞겠다 싶었다. 한국어를 전혀 못하는 일본 여배우 우에노 주리를 어떻게든 꼭 우진 역으로 써보고 싶었던 감독의 판타지.


과학의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하면 우진의 능력은 점점 더 비현실적이 된다(애초 현실적이지 않지만). 우진은 그의 연애사에 위기가 발생할 때면 20~30대의 잘 생긴 ‘꽃미남’으로 변하곤 하지만, 인간의 수명으로 미뤄볼 때 우진의 모습은 평균 40대여야 옳다. 자고 깨어났을 때 남성일 확률과 여성일 확률은 각각 2분의 1이어야 하며, 아주 가끔씩은 돌이 안 된 아기로 모습이 변해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고립 상태에서 굶주림과 싸워야 한다.

 

우진은 때론 외국인으로 변한다. 일본인 여성(우에노 주리)으로 변해 일본어는 구사하지만 정작 일본어는 못 알아듣는다. 이 상황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이수(한효주)는 일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도록 했다. - NEW 제공
우진은 때론 외국인으로 변한다. 일본인 여성(우에노 주리)으로 변해 일본어는 구사하지만 정작 일본어는 못 알아듣는다. 이 상황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이수(한효주)는 일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도록 했다. - NEW 제공

● 주인공의 예쁜 화보집?


“타이어 잘 모르는 데 어떻게 하지?”


영화를 보는 내내 주인공 이수는 꼭 위의 대사를 뱉을 것만 같았다. 항상 이수를 예쁘게 보여주기 위한 앵글과 조명이 사용되다보니 한 타이어 TV 광고에 출연한 이수(한효주)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던 탓이다.


‘내면의 아름다움(뷰티 인사이드)’이란 제목과 달리 영화는 철저히 외모지상주의 노선 위를 달린다. 이수의 친구들을 만나야할 때도, 이별을 할 때도, 이별 후 어느 날 갑작스레 이수가 우진을 찾아왔을 때도 이수는 항상 잘생긴 미남 또는 훈남(훈훈한 남자)의 모습이다.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을 제외한 모든 드라마틱한 장면은 잘생긴 남자가 차지하는 것. 심지어 극중 내내 흘러나오는 우진의 나레이션은 잘 생긴 남자배우 유연석이 맡았다.


소재에 대한 고찰이 부족한 것도 아쉽다. 매일매일 나이, 성별, 국적이 바뀌는 우진인데도 본인의 정체성에 대해 흔들리는 일이 없다. 영향을 받는 대상은 오직 이수뿐이다.


손가락에 낀 실반지 만으로는 이수도 관객도 우진을 알아보기 어렵다. 이 정도면 뷰티 인사이드는 영화의 내면보다 겉모습이 예쁜 영화인 건 아닌지.

 

이별 후 불쑥 찾아온 이수(한효주)를 맞이하는 우진의 모습은 미남배우 유연석 씨가 연기했다. - NEW 제공
이별 후 불쑥 찾아온 이수(한효주)를 맞이하는 우진은 미남 배우 유연석 씨가 연기했다. - NEW 제공

이우상 기자

id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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