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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과식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잡식동물 인간, 수만 가지 동식물을 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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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과식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잡식동물 인간, 수만 가지 동식물을 탐하다

2015.10.30 18:10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한 사람에게 하루 동안 공급된 열량은 전세계 평균 1961년 2196kcal에서 2011년 2870kcal로 50년 사이에 무려 30%가 늘었다. 2011년 벨기에인들은 하루 섭취 권장량(2000~2500kcal)을 훨씬 웃도는 3793kcal를 공급받아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오스트리아(3784kcal), 터키(3680kcal), 미국(3639kcal)이 그 뒤를 이었다. 과연 인간의 몸은 이처럼 엄청난 ‘먹이 활동’을 감당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 인간의 몸은 ‘메가이터(Mega Eater)’가 될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매우 다양한 종류의 동식물을 자주, 그리고 어마어마하게 많이 먹고 있다. 이 같은 불일치로부터 모든 재앙이 시작됐다. 많이 먹을 수 있는 몸을 타고나지도 못했으면서 인간이 메가이터가 될 수 있었던 이유들을 살펴보자.

 

[인간은 과식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1. 잡식동물 인간, 수만 가지 동식물을 탐하다

2. 삼시 세끼 꼬박 챙겨먹고 간식, 후식, 야식까지?

3. 인간이 과식하면 안되는 이유

 

[인간은 과식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잡식동물 인간, 수만 가지 동식물을 탐하다 - GIB 제공
[인간은 과식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잡식동물 인간, 수만 가지 동식물을 탐하다 - GIB 제공

 

 

인간이 매우 다양한 동식물과, 이들을 조합해 만든 더 다양한 요리를 먹어 치우는 현상은 인간이 잡식동물이라는 데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동물은 크게 육식, 초식, 그리고 잡식동물로 나뉜다. 고기를 주로 먹는 고양이나 개, 늑대, 밍크, 호랑이, 사자, 독수리 등은 육식동물이다.

 

고기를 거의 먹지 않는 말, 토끼, 소, 양 등은 초식동물인데, 그 중 상당수가 위 앞에 ‘반추위’가 있는 반추동물이다. 반추위는 불용성탄수화물, 즉 섬유소를 미생물로 발효해 소화하는 기관이다. 소나 양 같은 반추동물이 전분(가용성탄수화물)이 많은 쌀이나 밀 같은 곡물보다는 섬유소가 많은 풀이나 건초 등을 즐겨 먹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육식과 초식 외 나머지를 잡식동물로 분류한다. 동물성 단백질과 식물을 모두 먹는 돼지, 닭, 쥐, 곰, 라쿤, 스컹크 등이 속한다.


인간은 이 중 잡식동물에 해당한다. 첫 번째 증거는 치아다. 입 안으로 들어간 음식물은 가장 먼저 치아를 만나 잘게 부숴지는데, 이 때 앞니와 송곳니, 앞어금니, 어금니의 역할이 각각 다르다. 초식동물은 앞어금니와 어금니를 이용해 음식을 반복해서 씹어 먹고, 육식동물은 주로 앞니와 송곳니를 이용해 고기를 찢어 먹는다.

 

초식동물(맨 위)은 어금니와 앞어금니가 발달했고, 육식동물(가운데)은 앞니와 송곳니가 발달했다. 반면 인간의 치아는 모든 이가 골고루 발달했다. 잡식동물이라는 증거다. 그 덕분에 지금처럼 매우 다양한 종류의 동식물을 먹어 치우게 됐다. - GIB 제공
초식동물(맨 위)은 어금니와 앞어금니가 발달했고, 육식동물(가운데)은 앞니와 송곳니가 발달했다. 반면 인간의 치아는 모든 이가 골고루 발달했다. 잡식동물이라는 증거다. 그 덕분에 지금처럼 매우 다양한 종류의 동식물을 먹어 치우게 됐다. - GIB 제공

 


따라서 초식동물은 크고 넓적하며 튼튼한 앞어금니와 어금니를 갖고 있고, 육식동물은 앞니와 송곳니가 날카롭게 발달했다(오른쪽 사진 참조). 잡식동물은 그 중간쯤이라고 보면 된다. 인간은 모든 치아가 대체로 잘 발달해 있고, 음식을 먹을 때에도 모든 치아를 골고루 사용한다. 잡식동물이라는 증거다.


인간의 침 안에서도 증거를 찾을 수 있다. 음식물의 전분과 지방 일부는 침 안에 포함된 효소에 의해 분해 된다. 전분은 육식동물이나 반추동물은 잘 먹지 않고 잡식동물이 주로 섭취하는 영양소다. 토끼, 말 같은 비반추 초식동물의 침에도 이 효소가 있지만, 소화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한다. 육식동물과 반추동물의 침에는 그마저도 아예 없다. 인간은 침 외에 다양한 소화 기관에서도 전분 분해 효소가 많이 분비된다.


결국 인간은 잡식동물로 태어난 덕분에 소, 돼지, 양, 닭 같은 고기와 채소의 섬유소뿐만 아니라 쌀, 밀, 옥수수, 감자 등 전분 위주의 곡물까지 섭렵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잡식동물이 가진 소화생리학적 특성 덕분에 어마어마하게 다양한 종류의 동식물을 먹어 치우게 된 것이다.

 

 

※ 편집자 주
이 글은 동물과 인간의 소화생리를 짧게 비교 요약한 것으로, 실제로는 훨씬 복잡한 기작이 숨어 있음에 유의하자. 또 필자의 연구 경험을 통한 개인적 의견이 포함돼 있다.

 

※ 김성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동물학과 영양학 및 소화·생리학 전공 종신교수다. 서울대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동물학 및 영양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물학 및 영양학 분야 4개 학회지의 부편집장도 맡고 있다.
sungwoo_kim@ncsu.edu

 

 

※ 더 많은 과학기사를 2015년 11월호 과학동아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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