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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모자 눌러쓴 에스키모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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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11일 18:00 프린트하기

 

털모자 눌러쓴 에스키모의 정체 - pixabay(WikiImages) 제공
털모자를 눌러쓴 에스키모성운의 모습. 한가운데에는 죽어가고 있는 별인 백색왜성이 보인다. 실타래처럼 보이는 부분은 백색왜성 양극으로 뻗어 나온 거품이 만든 모습이고, 털모자의 바큇살 구조는 느리게 움직이는 가스와 빠르게 움직이는 가스가 충돌한 결과라고 예측된다. - pixabay(WikiImages) 제공

매서운 바람이 옷깃을 절로 여미게 하는 계절이다. 추운 거리를 종종걸음치는 사람이 차려입은 두툼한 털옷이 더없이 따뜻하게만 느껴지는 때다. 밤하늘에는 겨울철 추위를 내몰 만한 훈훈한 대상이 없을까.
 
허블우주망원경이 찍은 사진을 보자. 사진의 주인공은 NGC2392(에스키모성운)이다. 1787년 독일 태생의 영국 천문학자 윌리엄 허셜이 처음 발견한 이 성운은 보통 망원경으로 보면 파카의 털모자를 뒤집어쓴 사람의 얼굴처럼 보인다. 그래서 별명도 에스키모성운이다.

 

겨울철에 우리가 흔히 입는 파카는 원래 에스키모가 입던 옷에서 유래했다. 극지방에 사는 에스키모에게 순록의 모피로 만든 옷은 더할 나위 없이 따뜻한 옷이다. 에스키모의 옷에는 겉옷과 속옷이 있는데, 겉옷은 털을 바깥쪽으로, 속옷은 털을 안쪽으로 해 입는다. 겉옷의 윗도리에는 늑대의 털로 갓을 댄 모자가 달려있다. 에스키모성운에 보이는 털모자에도 털이 복슬복슬한 게 너무 따뜻해 보인다.
 
지구에서 약 5천광년 떨어져 있는 에스키모성운은 겨울철의 대표적인 별자리 가운데 하나인 쌍둥이자리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밝은 두 별 카스토르와 폴룩스가 나란히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이 별자리에는 겨울철 추위를 녹일 정도로 마음이 훈훈해지는 전설이 내려온다.
 
카스토르와 폴룩스는 제우스와 스파르타의 왕비 레다 사이에서 태어난 쌍둥이 형제였다. 이들 형제는 강한 힘과 용기를 지닌 당대 최고의 용사였다. 특히 형 카스토르는 말타기에 능했고 동생 폴룩스는 무예와 권투에 특별한 재능이 있었다. 또 폴룩스는 불사신의 몸을 가지고 있었다.
 

쌍둥이 형제는 황금양피를 구하러 아르고호를 타고 함께 모험을 떠나기도 했다. 그 후 카스토르와 폴룩스는 아름다운 자매와 결혼하기 위해 그녀들의 삼촌들과 결투를 하게 됐다. 이 싸움에서 불사신의 몸을 가졌던 폴룩스는 무사했지만, 카스토르는 심한 부상을 당해 죽고 말았다. 동생 폴룩스는 형의 죽음을 슬퍼하며 아버지 제우스에게 찾아가 자신을 죽여 달라고 간청했다. 제우스는 쌍둥이 형제의 우애에 감동받아 하늘에 나란히 밝은 두 별로 만들어주었다. 에스키모의 털옷만큼이나 따뜻한 이야기다.
 
그렇다면 형제의 우애가 남다른 쌍둥이 곁에 있는 에스키모의 정체는 무엇일까.
 

성운 - pixabay(WikiImages) 제공
성운 - pixabay(WikiImages) 제공

 


● 털모자의 구조는 가스 충돌의 결과


에스키모성운은 전설 속의 카스토르처럼 장렬하게 최후를 맞이하는 광경이다. 우리 태양 같은 별이 죽어가며 남기는 모습인 것이다. 작은 망원경으로 어렴풋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으며, 큰 망원경에서는 목성 정도 크기의 푸른 원반으로 보인다. 에스키모성운 같은 천체는 행성처럼 보이기 때문에 이름도 행성상성운이라 불린다. 행성상성운은 많은 경우에 고리 모양으로 보인다.
 
에스키모성운의 주인공은 눈이 하나인 외눈박이다. 사실 외눈의 정체는 성운 한가운데에서 죽어가고 있는 별, 즉 백색왜성이다. 성운에 보이는 털모자에는 복슬복슬한 털이 바큇살처럼 뻗어 나온 모습이 눈에 띈다.

 

흥미로운 점은 바큇살 구조가 모두 중심별에서 비슷한 거리만큼 떨어져 나와 있다는 사실이다. 이같은 구조가 생긴 이유는 무엇일까. 과학자들은 느리게 움직이는 가스와 빠르게 움직이는 가스가 충돌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에스키모성운에서 털모자를 뒤집어쓴 주인공의 얼굴은 복잡하게 생겼다. 실타래를 둥글게 뭉친 모습처럼 보인다. 이런 모습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중심별에서 시속 1백50만km라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뿜어져 나온 물질이 만든 거품구조 때문이다.

 

보통 거품구조는 백색왜성의 양극방향으로 두개가 만들어진다. 행성상성운이 어떤 경우에 나비나 모래시계처럼 보이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에스키모성운의 경우에는 하나의 거품이 또다른 거품 위에 겹쳐져 하나로만 보이는 것이다. 거품의 크기는 길이가 1광년, 폭이 0.5광년이다. 또한 거품 하나의 구조도 풍선처럼 매끄럽지 않고 실타래처럼 복잡하다.
 
겨울철 밤하늘에서 밝은 두 별이 나란히 모여있는 쌍둥이를 찾아보고, 쌍둥이의 따뜻한 우애를 느껴보자. 또한 쌍둥이 곁에서 파카의 털모자를 눌러쓴 에스키모성운의 모습도 떠올려보자. 그러면 겨울철 추위가 한풀 꺾이지 않을까.

 

 

※ 동아사이언스에서는 이충환 기자의 ‘코스모스 포토에세이’를 매주 목요일 연재합니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 과학동아에 연재되었던 코너로 우주 속 별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충환 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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