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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인류최고의 '기호품'인가 '마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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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08일 18:00 프린트하기

198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한 담배 유해 논쟁은 해가 갈수록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 금연운동을 펼치고 있는 측에서는 그간의 임상 통계자료를 근거로 강력한 단어를 사용하면서 유해론을 펼치고 있는 반면, 담배 제조사를 주축으로 한 다른 쪽에서는 “육체건강은 몰라도 정신 건강에는 오히려 유익하다”는 주장으로 한발짝도 양보할 기미가 없다.
 
‘인류 최고의 기호품’과 ‘마약’사이를 오가고 있는 담배. 도대체 담배란 어떤 물건이길래 이같은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일까.
 

담배잎 - pixabay(beeki) 제공
담배잎 - pixabay(beeki) 제공

 


● 담배잎은 어떤 식물인가
 
담배는 남미 안데스산맥과 서인도제도, 멕시코 인근의 고산지대가 원산인 가지과의 여러해살이 풀이다. 이 풀은 열대지방에 심어두면 여러해살이가 되지만, 우리나라 같은 온대지방에서 심으면 모두 한해살이가 된다. 담배에는 각 지역에서 자생하는 재래종을 비롯해 약 50여종의 담배속(屬)이 있다. 이 가운데 흡연용 담배 제조에 사용되는 것은 니코티아나 타바쿰(Nicotiana tabacum)과 니코티아나 루스티카(Nicotiana rustica) 두 종류다.
 
이들은 1.2-2m까지 자라며 잎과 줄기에는 약간의 끈기를 가진 섬모(纖毛)가 붙어 있다. 잎 하나의 길이는 대략 50cm로 끝이 뾰족한 타원형. 환경 적응력이 강해 전세계적으로 적도지방에서부터 중국 흑룡강성에 이를 만큼 광범위한데, 주산국으로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미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 터키, 일본 등이 꼽힌다.

 

이 가운데 담배의 품질을 결정하는 첫째 조건인 입담배는 미국의 것이 가장 좋다. 농산물이 제대로 자라기 위해서는 햇빛과 강우량, 그리고 토질이 좋아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미국은 일단 절대 우위를 가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수익성 있는 땅에서 농사를 짓는 이른바 ‘선택적 농업’을 구사하고 있어 토양의 비옥도가 우리와 비교할 바가 아니다. 담배 재배가 성한 노스캐롤라이나주나 캔터키주 같은 곳은 비교적 우리와 기후 조건이 비슷하지만, 담배 건조에 들어가는 7-8월의 강우량이 적어 담배 농사에 적격이다.
 
담배는 세포가 크고, 기관별 분화가 잘 이루어져 있으며 재생력이 왕성하기 때문에 병충해나 교배, 영양생리 등 식물학 연구나 유전공학의 형질전환(유전자 조작)에 자주 이용된다. 지난 90년 서울대 홍주봉박사가 담배잎에서 인슐린을 뽑아낸 일은 일반인들에게도 알려진 대표적인 예다.

 

홍박사는 당시 사람의 인슐린 유전자를 토양미생물인 아그로박테리아에 먼저 이식한 뒤 이 미생물을 일부러 상처낸 담배 잎에 옮기고, 이 미생물의 유전자 일부가 담배의 엽록체로 이동하도록 함으로써 담배잎 1백g에서 25mg의 인슐린을 뽑아냈다.
 

pixabay(134213) 제공
pixabay(134213) 제공

 


● 담배는 어떻게 재배·수확하는가
 

우리나라 담배농가에서는 2월 하순경 담배 씨를 뿌려 싹이 나오는 3월 말 육묘를 한다. 원래 담배는 발아와 초기 생육을 위해서 25-28℃의 온도가 유지돼야 하기 때문에 이 시기까지는 비닐하우스에서 보낸다. 이것이 4월 상·중순경이면 밭으로 옮겨져 자연상태에서 성장한다.
 
6월 중순경이 되면 담배의 맨 위에 분홍색 꽃이 피기 시작하는데, 이 시기 농가에서는 ‘순 지르기’라 해서 꽃을 잘라주는 작업에 들어간다. 이는 담배가 일반작물과 달라 열매가 아닌 잎을 얻고자 하는 식물이기 때문에 꽃에 영양분이 집중되는 것을 막아 잎을 집중적으로 성숙시키기 위한 것이다. 순 지르기가 끝나고 1주일 뒤부터면 맨 아래부터 서서히 수확에 들어간다. 이때부터 7월 하순까지 1년에 4-6번 딸 수 있다.
 
잎은 일반적으로 한 줄기에 약 20장이 붙으며, 그 위치에 따라 밑에서부터 하엽, 중엽, 본엽, 상엽으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중·본엽을 상품(上品)으로 치는데, 위로 올라갈수록 니코틴 함량이 높아져 독하다.
 
국내에서 주로 재배되는 잎담배의 품종으로는 주로 맛을 내는 용도로 사용되는 황색종과 연소성을 증가시키는 용도로 사용되는 벌리종(burley) 두가지가 있는데, 이들은 각각 건조 방법도 다르다. 수확된 담배잎은 부위별로 골라 묶은 다음 불로 말리거나(황색종), 그늘에 걸어둠으로써 18%선까지 건조시킨 뒤 10월 담배인삼공사의 수매를 통해 본격적인 담배 제조공정으로 들어간다.
 
일단 잎담배 원료공장에서는 담배잎을 같은 등급끼리 묶어 줄거리를 제거한다. 그리고 농가에서 18% 정도 말린 것을 13%까지 더 건조시킨 다음 커다란 통에 2백kg씩을 한 묶음으로 넣어 압착한 상태에서 2년간 저장한다. 이를 후숙(後熟)과정이라 하는데, 이 기간 동안 담배 자체에 함유된 당분 성분이 발효되면서 생담배잎의 독한 성분이 빠져나간다.
 

pixabay(Hans) 제공
pixabay(Hans) 제공

 


● 담배 맛이 제품마다 다른 이유
 
공장에서는 여러 품종의 각 부분을 섞고, 또 향을 첨가해 담배를 제조한다. 담배에는 1차적으로 제조 후 일정한 습기를 머금도록 하기 위해 보습효과가 좋은 글리세린을 넣고, 설탕이나 감초추출물 등을 넣어 맛을 낸다. 그리고 박하와 같은 천연향료나 세계 향료생산자협회가 인정한 ‘불에 태워도 안전한 화학물질’을 첨가해 향을 낸다.
 
담배 회사마다, 또 제품마다 모두 담배맛이 다른 이유는 바로 영업비밀로 감추어진 이 과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어떤 첨가물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얼마나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측정된 바가 없다.
 
사실 니코틴이나 타르 등 이미 알려진 담배 자체의 유해물질보다는 첨가물을 둘러싼 논쟁이 더욱 치열한 편이다. 작년에는 미국의 담배회사들이 체내에 니코틴 흡수가 빨리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 향료에 디암모늄포스페이트(DAP)란 물질을 섞은 것으로 밝혀져 전세계적으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 적이 있다.
 
미국에서는 법적으로 첨가물을 비롯한 담배 성분의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지만, 담배업계의 저항이 워낙 강해 아직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pixabay(Alexas_Fotos) 제공
pixabay(Alexas_Fotos) 제공

 


● 유해물질 삼총사
 

담배에는 3천8백가지 이상의 화학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석유가 1천7백 종류의 성분으로 이루어진 것과 비교해볼 때 결코 단순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3천8백가지의 성분 안에 타르와 일산화탄소, 그리고 니코틴 등과 같은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담배 잎사귀에 들어 있는 식물염기(알카로이드)인 니코틴은 원래 무색의 액체이지만 산소와 결합하면 갈색으로 변하며 생리적 의존성을 불러일으키는 물질이다. 니코틴은 폐뿐만 아니라 피부로도 흡수되기 때문에 평소 담배를 피지 않는 사람은 담배잎을 따다가 일시적인 중독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흡연을 통해 체내에 들어간 니코틴은 대뇌 신경조직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부신피질호르몬의 분비를 촉진, 혈관을 수축시키고 심장 박동을 상승시키는 등 다양한 반응을 일으킨다. 담배를 처음 피운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어지럼증, 구토, 설사 등 역시 니코틴의 작용이다.
 
니코틴이 뇌에 작용하는 메커니즘이 밝혀진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재작년 가을 미국에서 발간된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한 논문에는 니코틴이 대뇌의 변연계에 자극을 줘 중독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변연계는 특정한 자극을 기억해 이것이 좋은 것이라면 계속 그 자극을 요구해 인간의 생존능력을 강화시켜주는 부분.
 
변연계에 니코틴이 작용함으로써 사람의 주의력과 경계력을 높이고, 단기간 기억력을 증진시키는 작용을 함으로써 기억을 남긴다는 것이다. 니코틴이 신경세포를 자극할 수 있는 것은 인체 내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신경화학물질인 아세틸콜리네와 같은 화학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올초 미국에서 발간된 메디컬 트리뷴뉴스는 지금까지 세계 의학계에 보고된 논문을 바탕으로 담배가 인체에 미치는 나쁜 영향 10가지를 발표한 바 있다. 갑상선 기능 장애, 불면증, 잔주름, 유방암, 심장마비, 당뇨병, 뇌졸중 등을 열거한 가운데, 가장 먼저 폐암 유발을 지적했다.
 
사람의 폐에는 외부에서 유입된 해로운 물질을 모으는 섬모 조직(cilia)이 퍼져 있다. 섬모는 유해물질이 어느 정도 모이면 기침 등을 통해 외부로 배출시킴으로써 폐기능을 유지한다. 이때 우리가 흔히 ‘담배진’이라 부르는 타르는 섬모를 마비시키는 작용을 함으로써 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복합화합물인 타르에서는 또 지금까지 20종 이상의 발암물질이 발견되기도 했다.
 
담배 한 개비 속에서 니코틴과 타르가 차지하는 비율은 8%이고, 나머지는 여러 종류의 가스임을 생각해본다면 일산화탄소의 유해성도 만만치 않다. 일산화탄소는 폐에 흡입되면 인체에 산소를 공급하는 적혈구와의 친화력이 산소보다 3백배 높다. 그 결과 인체에 원활한 산소를 공급하는 헤모글로빈의 역할을 저해해 신경조직을 압박한다.
 

pixabay(PublicDomainPictures) 제공
pixabay(PublicDomainPictures) 제공

 


● 필터는 어떤 노릇을 하나
 

담배의 유해성을 지적하는 연구가 잇따르면서 가장 많은 발전을 이룬 부분은 필터다. 그동안 타르와 니코틴의 함량이 낮은 담배를 선호하는 경향에 따라 배합비율을 조절하고, 니코틴 함량이 낮은 잎담배를 유전학적으로 개발하는 노력이 계속돼 왔다. 이와 함께 제조 공법 자체도 적지 않게 변했다. 그러나 필터는 담배의 원래 맛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유해물질의 체내 유입을 낮추는 효율적 방법으로 관심을 모아왔다. 흡입되는 모든 담배연기는 필터를 통과하기 때문이다.
 
1850년대 크림전쟁 당시 종이에 담배잎을 싸서 피우는 권련이 등장한 이래 한동안 담배의 모습은 양쪽 끝이 모두 노출된 ‘양절(兩切)담배’였다. 담배에 지금과 같은 형태의 필터가 사용된 것은 1931년 벤슨과 헤지스사의 ‘팔리아멘트’가 처음이다. 그러나 이 당시의 필터는 요즘처럼 담배의 유해성분을 제거하기 위한 용도보다는 담배잎이 침에 묻어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용도였다.
 
그동안 필터의 재질로는 양모나 솜, 레이온 등의 섬유와 종이가 사용돼 왔다. 최근에는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와 종이로 만든 필터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 여기에 제올라이트나 활성탄 등 유해가스 제거에 효과가 있는 첨가물을 넣기도 한다. 특히 첨가물에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활성탄은 코코넛 껍질을 원료로 만드는데, 이는 습기를 머금어도 흡착력이 떨어지지 않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인조비단의 재질이기도 한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는 펄프에 초산과 황산을 첨가해 만드는 물질이다. 이를 재료로 한 필터는 지름이 대략 30-90㎛의 섬유 가닥을 모아 만들며, 이때 각 섬유의 간격은 약 1백㎛ 정도다.
 
이 필터 사이로 담배 연기가 브라운 운동을 통해 여과되면 기체로 빠져나가지 못한 0.1-1㎛ 크기의 니코틴, 타르, 미세 수분 등 입자상 분자(TPM : total particulate matter)는 서로 불규칙하게 충돌을 일으키며 필터에 달라붙는다. 아세테이트 필터는 전체 입자상의 45-50%를 걸러내며, 담배에 포함된 페놀 혼합물의 80-90%를 녹여버린다.
 
세계 최대의 담배소비국인 중국에서는 최근들어 고급 담배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아세테이트가 크게 부족해졌다. 이 때문에 싸구려 담배에는 담배갑을 싸고 있는 비닐 성분인 폴리프로필렌을 필터로 제작해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친수성이 없는 폴리프로필렌에는 입자가 흡착되지 않아 흡연가들의 불만이 대단하다고.
 
종이필터는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보다 더 많은 입자를 걸러내긴 하지만, 포장된 상태에서 담배에 함유된 수분을 필요 이상으로 흡수해버림으로써 담배 맛을 변형시킨다. 또 페놀을 걸러내는 능력이 아세테이트 필터에 비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한편 필터와 권련을 연결하는 종이에는 눈에 잘 띄지 않게 레이저로 뚫은 구멍이 2-4줄로 나 있다. 담배의 외관을 형성하는 종이가 공기를 투과시키긴 하지만, 필터에 이같은 구멍을 내면 담배 연기에 외부 공기가 섞여 희석됨으로써 흡입되는 담배 연기의 독한 맛을 줄여준다.
 

pixabay(PublicDomainPictures) 제공
pixabay(PublicDomainPictures) 제공

 


● 담배는 환경오염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제조공정에서부터 사용 후까지 “어떡하면 환경을 해치지 않는가” 하는 것은 요 근래 모든 산업이 안고 있는 최대의 과제다. 담배 역시 예외가 아니다.
 
담배 한갑을 만드는데 소용된 모든 물질은 모두 환경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이는 흡연이 한 공간의 대기상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따지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문제는 각 구성 성분이 얼마나 환경친화성을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제일 먼저 따져볼 것은 얼마나 이들이 자연상태에서 분해되는지 여부다. 이 부분에서 권련은 흡연과 함께 재로 변해 모두 분해되기 때문에 일단 ‘무죄’다. 그러나 권련을 싸고 있는 종이가 펄프로 만들어지며, 그 원료인 나무를 잘라 산림을 훼손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문제가 없진 않다.
 
필터의 경우는 사정이 원래 알려진 것과는 크게 다르다. 환경운동단체 등에서는 필터가 완전히 분해되는데는 50년이 걸린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으나, 연구결과에 따르면 분해작용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석유 계수지와 달리 펄프를 원료로 제조된 아세테이트 필터는 일단 90일이 지나면 썩기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담배갑, 담배갑 안에 들어있는 은박지, 그리고 폴리프로필렌으로 만든 갑포장지다. 이들은 모두 외관을 예쁘게 보이도록 해 상품성을 높이는 효과와 함께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공기를 막고, 밖으로 향기가 발산되는 것을 막는다. 또 담배가 원래 맛을 내도록 하는데 결정적인 요인인 수분 함유량을 유지시키는 것도 이들의 역할이다. 담배의 수분은 12-13% 유지돼야 제 맛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종이 이외에 은박지의 알루미늄이나 폴리프로필렌 갑포장지는 자연상태에서 전혀 분해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독일에서는 두께가 16㎛ 이하의 제품만 사용할 것을 법제화하기도 했다. 현재 대부분의 갑포장지 두께는 20-23㎛. 두께를 줄여 그만큼 원료를 덜 쓰게 한다는 취지다.
 


글 : 이강필 기자

 

※ 동아사이언스에서는 매주 월요일 ‘궁금증 풀이’를 연재합니다. 1996~2001년 과학동아에 연재되었던 코너로 궁금했던 생활 속 과학이야기를 쉽게 소개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1997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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