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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젤란은하에서 발견된 ‘양’ 성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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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젤란은하에서 발견된 ‘양’ 성운

2015.11.18 18:00
wikimedia commons 제공
wikimedia commons 제공

 

양 하면 몸 전체를 감싸고 있는 복슬복슬한 털의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때때로 찬 바람이 휘몰아쳐오는 겨울철에는 풍성한 양털만 생각해도 왠지 따뜻해진다. 성격이 온순한 양은 떼지어 살며 풀이나 나뭇잎 같은 먹이를 찾아 몰려다닌다. 푸른 하늘에 가끔 무리지어 둥실둥실 떠다니는 구름을 보고 양떼구름이라 하는 것도 이 때문인가보다. 까만 밤하늘에는 양을 떠올릴 만한 대상이 없을까.

 

2002년 12월 5일 발표된 허블우주망원경의 사진을 한번 살펴보자. 가운데쯤에는 푸른 별무리를 감싼 채 둥글둥글 부풀어오른 모양이 마치 양의 머리와 뿔처럼 보인다. 사진의 주인공은 N30B라는 이름의 성운으로 지구로부터 16만광년이나 떨어져 있는 이웃은하인 대마젤란은하에 속해있다.

 

양의 뿔은 단면이 삼각형이고 대개는 뒤쪽 아래방향으로 소용돌이 모양으로 굽어있다. 뿔의 길이는 나무의 나이테처럼 나이가 들수록 길어진다. 어렴풋한 모습을 통해 추측해본다면 N30B 성운은 뿔이 작은 어린 양이 아닐까 싶다. 양의 머리 뒤쪽으로는 희미하게나마 양의 몸통이 그려진다.

 

밤하늘을 수놓는 별자리 가운데도 양자리가 있다. 요즘 저녁 무렵이면 남쪽하늘에 높게 떠있지만 그리 화려한 별자리가 아니라 찾기가 쉽지는 않다. 막상 별자리를 찾는다 해도 양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 또한 만만치 않다. 양자리에는 남매를 구하는 용감한 양의 이야기가 전해온다.

 

그리스 테살리에 아타마스라는 왕이 살고 있었다. 그는 아들 프릭수스와 딸 헬레를 두었지만, 아내가 일찍 죽는 바람에 새장가를 들었다. 그런데 계모는 성질이 못돼서 틈만 나면 남매를 잔인하게 괴롭혔다. 그러던 어느날 이같은 모습을 지켜보던 전령의 신 헤르메스는 계모의 손에서 남매를 구해주기로 결심하고, 온몸이 금빛인 숫양을 만들어 남매에게 보냈다.

 

초능력을 가진 황금양은 남매를 태우고 힘차게 하늘로 날아올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어린 여동생 헬레는 높이 나는 것이 무서웠던지 양의 등을 붙잡고 있던 손을 놓치고 말았다. 혼자 남은 오빠 프릭수스는 황금양을 타고 무사히 흑해 동쪽 해안에 도착했다. 거기서 프릭수스는 감사의 뜻으로 황금양을 최고의 신 제우스에게 바쳤고, 제우스는 양의 공로를 높이 사 하늘에 별자리로 만들어줬다.

 

추운 겨울철을 훈훈하게 해주는 따뜻한 이야기다. 실제 온순한 양에게도 때로 높은 곳에 올라가기를 서슴지 않는 용감한 모습이 있다고 하니 하늘을 나는 황금양에 대한 신화의 설정은 그럴 듯하다. 그렇다면 허블우주망원경이 찍은 사진의 주인공 N30B는 어떻게 양의 모습을 한 것일까.

 

작은 뿔이 달린 양의 머리가 떠오 르는 N30B 성운. 젊고 뜨 거운 별무리가 성운에서 태어나 면서 우연히 빚어낸 모습이다. - NASA 제공
작은 뿔이 달린 양의 머리가 떠오 르는 N30B 성운. 젊고 뜨 거운 별무리가 성운에서 태어나 면서 우연히 빚어낸 모습이다. - NASA 제공

 

● 금성보다 2백50배 밝은 조연

 

양 머리의 모습을 한 성운 N30B를 가만 들여다보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바로 하얀빛이 도는 푸른 별무리다. 젊고 뜨거운 별들이 성운(먼지와 가스로 이뤄진 성간구름)에서 무리지어 태어나면서 우연히도 양의 모습을 빚어낸 것이다. 잘 보면 별무리 주변의 성운 역시 푸른빛으로 물들어 있다. 별무리에서 나온 빛 가운데 푸른빛이 주변 성운의 먼지에 의해 산란됐기 때문이다. 이런 성운을 반사성운이라 한다.

 

이제 성운 N30B의 가장자리를 보자. 신화 속 양의 황금빛 대신 붉은 기운이 감돈다. 붉은색은 성단의 별빛과 수소가스의 합작품이다. 별에서 나온 자외선이 수소가스에서 전자를 떼어내면 얼마 후 수소핵과 전자가 다시 결합하는데 이때 보통 붉은빛이 나온다.

 

또한 ‘양 성운’ N30B에도 신화에 등장하는 헤르메스처럼 조연이 등장한다. 사진 맨위쪽에 있는 매우 밝은 별이 연기입자를 비추는 플래시처럼 양 성운을 비추고 있다. 헤니즈 S22이라는 이 별은 양 성운에서 단지 25광년 떨어져 있는 초거성이다. 만일 양 성운에서 S22 별을 바라본다면 지구에서 보이는 금성보다 2백50배나 밝은 별로 반짝일 것이라고 한다.

 

사진 속에서 양 성운을 그려보며 황금양의 아름다운 얘기를 떠올려보자. 양의 해를 맞이하는 덕담 삼아 말이다.

 

 

※ 동아사이언스에서는 이충환 기자의 ‘코스모스 포토에세이’를 매주 목요일 연재합니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 과학동아에 연재되었던 코너로 우주 속 별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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