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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질적인 사람이 추위 덜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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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질적인 사람이 추위 덜 탄다

2015.11.22 18:00

파랗게 변한 입술, 오들오들 떨리는 근육. 그것도 모자라 매서운 겨울 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계절이다. 겨울을 지배하는 독재자, 추위에 얽힌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눠보면 어떨까. 머리 속엔 따뜻한 모닥불과 구수한 군밤을 떠올리면서….

 

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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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린아이가 추위에 강한 까닭
열을 생산하는 갈색지방층 덕분​

 

젊은이들은 가끔 “나이가 들면 뼈 속까지 시리다”라는 우스갯소리를 한다. 하지만 노인들에게는 ‘정곡을 찌르는’ 마음 아픈 말로 들릴 것임에 틀림없다. 뼈 속까지 시린 추운 겨울날에도 해맑은 웃음으로 눈밭을 뒹구는 아이들. 이들의 몸에는 추위에 잘 견딜 수 있는 ‘특별한 비밀’이 숨어있는 것일까.

 

추위는 온도계가 가리키는 기온으로 느껴진다기보다 체온을 조절하는 기능에 의해 느껴진다. 즉 신체로부터 발산되는 열이 많으냐, 적으냐에 따라 추위를 느끼는 정도가 달라진다는 것. 체온은 근육이나 지방 조직에서 만들어지는 체열과 피부의 열발산에 의해 조절된다.

 

성빈센트병원 송상욱 가정의학과장은 “특히 갈색지방 조직이 열생산에 적극 기여한다”고 설명한다. 지방 조직은 백색지방과 갈색지방으로 나눌 수 있다. 백색지방이 열을 생산해내지 못하고 일종의 ‘절연체’ 역할을 수행하는 반면 갈색지방은 열을 생산해내는 지방으로, 주로 겨드랑이, 어깨뼈 사이, 목 뒷부분, 심장이나 신장 주변부에 분포한다. 이 갈색지방이 산화·분해되면서 열이 발생돼 추위로부터 장기를 보호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과식 후 여분의 에너지를 열로 방출하는 일종의 ‘방열기’ 기능도 가진다.

 

노인들이 어린 아이나 젊은이들에 비해 유독 추위에 약한 대표적인 이유는 이 갈색지방 때문이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체내에 갈색지방이 저장돼 있지만 성인이 되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점차 소비되고, 더이상 생성되지 않는다. 결국 노인의 체내에는 갈색지방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따라서 추위에 대한 적응력은 갈색지방이 많은 어린 아이가 노인보다 더 우수하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2. 추울 때 몸이 떨리는 이유
열 생산량 4배 증가시키는 자연스런 행동

 

날씨가 추워지면 많은 사람들은 추위에 반응하는 갖가지 신체적 변화를 겪는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떨림’이다. 간단한 떨림에서부터 입술과 온몸을 유난스레 떠는 떨림까지 그 양상도 가지가지다. 어떤 연유로 떨림 반응이 나타나는 것일까.

 

사람은 약 36.5℃의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체내에서 열을 발생시킨다. 이 열의 일부는 체온을 유지하는데 사용되고, 일부는 피부 표면을 통해 방출된다.

 

우리가 쾌적함을 느낄 때는 체내에서 생성되는 열과 표면에서 방출되는 열이 같을 때다. 즉 추위를 느낄 경우라면 체내에서 생성되는 열보다 방출되는 열이 많을 때라는 것이다. 체온이 정상보다 낮아지면 인체 내부는 몸이 느끼는 추위를 몰아내기 위해 열을 발생시키거나 열 방출량을 최소화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체온 조절은 ‘뇌의 온도계’라 할 수 있는 간뇌의 시상하부가 담당한다. 낮아진 온도를 피부 감각점이 느끼면 간뇌의 시상하부는 뇌하수체 전엽을 자극한다. 뇌하수체 전엽은 부신피질자극호르몬과 갑상선자극호르몬을 분비해 부신피질에서는 당질코르티코이드를, 갑상선에서는 티록신을 분비하게 한다. 당질코르티코이드와 티록신은 간과 근육에 작용해 물질대사를 촉진하며 열발생량을 증가시키는 물질이다. 이들은 골격근을 수축해 인체의 ‘전율’을 주도함으로써 열발생량을 증가시킨다.

 

소변을 보면 몸이 떨리는 것도 같은 이치다. 따뜻한 소변이 몸에서 한꺼번에 빠져나갈 경우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순간적으로 몸을 떨어 열 생산을 증가시킨다.

 

이밖에 열의 방출을 감소시키기 위한 작업으로 피부와 피부혈관이 수축되고, 털이 선다. 노출 면적을 감소시키기 위해 웅크리는 것도 추위에 대응하기 위한 행동이다.

 

무의식적인 근육 운동과 떨림은 평상시의 4배까지 열을 생산할 수 있다. 즉 떨림을 이용해 체온을 높이는 것은 추위를 이겨내기 위한 너무나 자연스러운 ‘대응’이라는 말이다.

 

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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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펭귄은 왜 동상에 걸리지 않을까
추위에 강한 신체로 진화

 

남극의 살인적인 강풍에 맞서 귀엽게 걷는 펭귄을 보면 무척 재미있고 신기하다. 문득 떠오르는 궁금증 한가지! 얼음 바람을 정면에서 맞는 것도 모자라 맨발로 걷는 펭귄은 왜 동상에 걸리지 않을까.

 

인간을 비롯한 수많은 동물들이 환경에 맞춰 진화됐듯 펭귄도 서식지의 환경에 대처할 수 있는 ‘비장의 무기’가 있다. 날개에 빽빽이 박힌 잔털, 두꺼운 피하지방층 등이 바로 그것이다. 뒤뚱뒤뚱 걷는 모습을 보면 지방으로 가득 찬 배를 ‘두르고’ 있는 아저씨의 모습이 연상된다. 굳이 평균신장 1.2m에 체중 40kg의 비만형임을 따지지 않더라도 말이다. 이 덕분에 펭귄은 체온을 잘 유지할 수 있으며, 혈액도 원활하게 순환한다.

 

사람도 추운 환경에 오래 노출될 경우 해부학적이나 생리학적인 변화를 겪는다. 예를 들어 추운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더운 지방의 사람들보다 땀샘수가 적다. 밖으로 방출되는 땀의 양이 많을수록 열 손실이 크기 때문에 땀샘수가 줄어들도록 진화한 것이다. 또한 추운 지방에 사는 사람들의 코는 높고 뾰족하며, 털이 많다. 이 역시 차가운 공기가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진화의 과정을 거친 결과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추위가 사람의 성격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추운 지방의 사람들이 대체로 강한 끈기와 인내를 갖고 있으며, 성격이 급하고 신경질이 많은 사람이 추위에 강하다는 말도 그냥 흘러나온 말이 아니다.

 

송상욱 가정의학과장은 “신경질이 많은 사람일수록 부신에서 열생산에 관여하는 에피네프린,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호르몬 분비량이 많아진다”면서 “보통 이런 호르몬은 열생산이 필요할 때 많이 분비되는데, 긴장이나 스트레스 상황에서 혈중 농도가 증가해 열생산을 늘리고 방출을 줄이는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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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추위와 공포심에 따른 신체변화는 같은가
추울 때 닭살과 무서울 때 소름은 동격

 

공포영화를 보거나 무서운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등골이 오싹해진다. 더운 여름에도 한겨울 추위에 맞설 때와 유사한 증세가 나타난다. 한여름에 유독 ‘공포의 납량특선’이 유행하는 이유다. 추위를 느낄 때와 공포심이 생길 때, 인체에서는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는 것일까.

 

우리 몸에서 온도를 느끼는 감각기의 작동을 살펴보자. 첫단계로 피부 감각기는 외부 공기와 맞닿는 피부의 온도를 측정한다. 다음으로 이를 전달받은 뇌의 시상하부가 체내의 중심온도를 감지하면 피부와의 온도 차이를 판단해 호르몬을 분비하고 체온을 조절한다. 또한 체온이 낮아지면 자율신경계의 자발적인 동작으로 근육이 떨리고 땀구멍과 피부 근처의 혈관이 닫힌다. 추울 때 또는 차가운 물체가 피부에 닿을 때, 몸이 반사적으로 으스스 떨리거나 피부에 핏기가 없어지는 현상에는 시상하부와 자율신경계의 ‘깊은 뜻’이 숨어있는 것이다.

 

공포를 느낄 때도 마찬가지다. 소름이 끼친다거나 털이 곧추서는 등 공포심이 느껴진 후 나타나는 신체 반응은 근육이 수축하고, 피부 혈관의 혈액 공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결국 추울 때 돋는 닭살과 공포로 돋는 소름은 동격인 셈이다. 차이점이라면 공포에 따른 신체 변화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진행되는 변화, 즉 자율신경계에 의한 변화가 크다는 것.

 

공포심이 느껴질 경우 뇌의 ‘특별한’ 명령에 의해 일어나는 신체 변화보다는, 의지나 노력없이 자신도 모르게 작동하는 자율신경계에 의한 변화가 더 크다. 즉 자율신경계의 한 축인 교감신경이 흥분하면서 추위를 느낄 때와 같은 반응을 보이게 된다. 물론 추울 때나 공포심이 느껴질 때나 신체에서는 시상하부와 자율신경계의 복합적인 작용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겠지만, 공포심이 느껴질 때는 즉각적인 반응에 의한 신체 변화가 주를 이룬다. 이 때문에 추위는 비교적 오래 지속되지만, 공포심은 ‘갑작스레’ 왔다가 ‘이유없이’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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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동물들이 추위를 견디는 방법은?
세포 얼지 않도록 부동액 갖춰

 

동물이 체온을 조절하는 방법은 두가지로 분류된다. 내부의 대사과정에 의해 발생한 열로 체온을 유지하는 내온성 조절과 주변 환경을 포함한 외부의 열을 흡수해 체온을 유지하는 외온성 조절이다.

 

내온성 동물은 다양한 환경을 정복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 즉 물질대사에 관련된 화학작용을 지속하면서 외부 요소에 관계없이 일정한 체온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일정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내온성 동물이 규칙적으로 음식물을 섭취해야 하는 이유다.

 

내온성 동물은 열 손실을 줄이기 위해 두꺼운 지방층이나 보호털을 활용한다. 내온성 동물인 인간 역시 체온의 변화를 견디기 위해 두꺼운 ‘겨울나기’ 외투를 껴입거나 난방에 신경쓰는 등 특별한 준비 절차를 필요로 한다.

 

반면 외온성 동물은 외부의 열을 흡수해 체온으로 이용하므로 대사에 필요한 에너지량이 적어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즉 음식물을 많이 섭취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사람처럼 별도의 난방장치를 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밤이나 추운 계절에는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외온성 동물 중 꿀벌은 추운 겨울에 떼를 이뤄 열을 모으는 방법으로 체온을 유지하고, 도마뱀은 햇빛을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며 ‘태양열로 단련된’ 체온을 유지한다. 대부분의 외온성 동물은 체액 속에 부동물질을 갖고 있어 세포가 어는 현상을 방지한다. 마치 겨울철 자동차에 부동액을 채우듯, 날씨가 추워지면 동물의 몸 안에서 부동물질이 자동으로 작동한다는 말이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6. 감기는 추위 때문에 발생하나
바이러스 원인, 남극에는 감기 없어

 

“추운 날씨에 감기 조심하렴.” 겨울철에 자주 사용되는 인사말이다. 많은 사람들은 날씨가 추워 감기에 걸렸다고 믿는다. 감기는 추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까.

 

감기의 직접적 원인은 추위가 아니라 감기 바이러스다. 추위는 감기를 유발하는 간접적인 요인이 될 뿐이다. 감기가 남극 지방에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남극은 날씨가 워낙 추워 감기 바이러스가 대기 중에 생존할 수 없다.

 

감기가 겨울에 많이 ‘행차’하는 이유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날씨가 추우면 몸의 열을 많이 빼앗기고 실내와 외부의 온도차가 커서 몸의 저항력이 약해지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결국 추위는 인체대사의 면역기능을 떨어뜨려 감기 바이러스를 전염시키는 다리 역할을 한다. 특히 건조한 외부 공기는 감기 바이러스의 확산을 부추긴다. 공기가 건조하면 기관지의 점막이 손상돼 감기 바이러스가 쉽게 침투할 수 있다는 말이다.

 

또 하나. 감기에 걸렸을 때는 열이 나서 체온이 오름에도 불구하고 몸에서 추위가 느껴지는 이유는 무얼까. 정답은 간단하다. 열이 오르는 것이상으로 밖으로 방출되기 때문이다. 즉 내부 장기에서 유지돼야 하는 체온이 피부를 통해 자꾸 방출돼 버린다는 것이다. 게다가 감기 병원균 때문에 체온 조절 중추도 제대로 작동 하지 못해 이상 현상을 보이게 된다.

 

 

글 : 장미경 기자

 

 

※ 동아사이언스에서는 매주 월요일 ‘궁금증 풀이’를 연재합니다. 1996~2001년 과학동아에 연재되었던 코너로 궁금했던 생활 속 과학이야기를 쉽게 소개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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