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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학교 따로 만들면 차별 심해져 통합 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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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학교 따로 만들면 차별 심해져 통합 방해”

2013.05.30 10:17


[동아일보] [‘아시아 다문화사회 발전’ 국제 콘퍼런스]
■ 11개국 학자-전문가 열띤 토론
“동등한 기회, 더 나은 사회 만드는 초석” “꽃처럼 문화도 어우러질때 빛이 나”

외국인 이주민이 새 둥지를 튼 사회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 베트남 필리핀 태국 등 아시아 11개국의 학자와 전문가들이 29일 한 자리에 모여 논의한 문제다.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아시아지역 다문화사회 발전을 위한 국제 콘퍼런스’.

와코 아사토 일본 교토대 교수는 “아시아 지역에 결혼이주자가 많은데, 안타깝게도 사랑해서라기보다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런 배경에서 남편은 내가 돈을 주고 샀으니 여성은 내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결혼생활을 시작한다는 얘기. 그는 이런 결혼이주여성의 취약함을 어떻게 개선해 나가야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교식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 이사장은 문화적인 차이를 지적했다. “일부 외국인은 한국이 중개업체를 통해 결혼하는 걸 이해하지 못하지만 중개업이나 중매나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문화적인 차이다.”

필리핀은 오래전부터 국제결혼이 많았지만 다문화가정이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국제결혼한 부부의 자녀는 잘생겼다고 생각했고, 어딘가에서 차별대우를 받는다고 느끼지 않았다. 필리핀의 마빌로그 일로일로 시장은 이렇게 설명하면서 “한국 정부가 다문화가정 자녀에게 동등한 기회를 부여해 재능을 펼치도록 하면 더 나은 다문화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문화가정의 자녀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에 대해서도 토론이 이어졌다. 그레고리 딕양 미국 맥재단 공동대표는 다문화학교를 만드는 게 좋지 않다고 했다. 그는 “다문화학교를 별도로 만들면, 다문화가정 자녀는 보통학교가 아닌 다문화학교를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 경우 아이들을 구별하고 차별하게 된다. 한국사회에 통합되는 데 장애가 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참석자는 다문화가정 자녀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어머니가 한국여성이라는 나파스리 수완나쫏 씨(전 태국TV 앵커)는 “다문화가정이 문제가 된다는 생각을 한번도 안 했다. 평소 다른 아이들보다 두 배는 축복받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고 말했다.

천리신 중국 산둥대 교수는 “세상에 한 종류의 꽃만 있다면 아름답지 않다. 여러 꽃이 서로 다른 색과 향기를 지녀서 아름답듯이 문화도 마찬가지”라며 이렇게 얘기했다.

“이 세상은 하나의 몸이고, 우리 각각은 신체의 일부입니다. 모두 조금씩 다르지만 몸이 건강해지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점은 같죠. 이런 생각을 가진다면 서로 간에 생기는 문제를 조화롭게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겁니다.”




▼ 다문화 정착된 나라 국제경쟁력도 높아 ▼

■ 주제 1: 문화 다양성과 국력… 설동훈 전북대 교수

한국이 다문화사회로 변해가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인 흐름이다.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이민자로는 이주노동자, 결혼이민자, 유학생 외에 비즈니스맨, 외국어강사, 문화예술인, 난민 등이 있다. 북한에서 자유를 찾아 한국에 온 사람들의 수도 2만 명이 넘는다.

이민자 증가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 이들의 활동으로 경제가 활성화되며, 외국과의 교류가 확대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복지 급여에 의존하는 빈곤층이 늘어나는 데다 이들을 부양해야 하는 부담까지 얹어져 사회적 비용이 더 많이 발생하기도 한다.

모든 점을 감안하면 대체로 부정적인 효과보다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 한국이 국제경쟁력을 유지하면서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나가기 위해선 다문화사회가 반드시 정착돼야 한다. 이제 한국인들은 모두가 다문화 감수성을 함양해야 한다.

그냥 가만히 기다리면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적극적으로 대책을 수립해 실천에 옮겨야 한다. 국민 모두가 다문화사회에 적합한 자질과 역량을 갖춰야 한다.




▼ 혈통주의에 매여 외국인 차별 이제 그만 ▼

■ 주제 2: 이주민 인권 보호… 왕훙쩐 대만 중산대 교수


대만의 베트남 결혼이주여성들은 처음 몇 년 동안 가부장적 가족시스템에 적응하는 데 특히 큰 어려움을 느낀다. 그들에게 선택권은 없다. 의존적인 아내와 순종적인 며느리로서의 역할만을 그대로 따라야만 한다. 이주여성의 희생적이고 학대받는 이미지는 종종 언론에도 보도된다. 이런 것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

이주 노동자들 역시 대만에서 일하면서 종종 어려움에 처한다. 그들은 자신의 고용주를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 전적으로 고용주의 통제하에 있다. 현행 규정상 고용주가 죽거나, 계약을 파기하는 등의 제한적인 상황이 발생할 때에만 고용주를 바꿀 수 있게 돼 있다.

설령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해도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앞으로 대만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가 좀더 나은 다문화사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인권 원칙의 바탕 위에 세계의 이주민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혈통주의만 고수하지 말고 이주민들을 배제하는 정책도 펴지 말아야 한다.




▼ 民官 함께 지원해야 재입북 막을 수 있어 ▼

■ 주제 3: 탈북자 사회적응… 윤여상 북한인권기록보존소장


북한에 재입북한 탈북자들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다. 한국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했고, 경제적 어려움과 소외감을 느꼈다. 북한에 있는 가족에 대한 염려와 고향에 대한 향수가 깊었다. 다시 북한에 가면 용서받고 보상도 받을 거란 기대 심리가 있었다.

한국 정부는 재입북자가 발생에 당황하고 있지만 이를 막기 위한 대안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의 재입북은 대부분 정부가 북한이탈주민 지원정책을 체계화한 이후에 발생했다. 정부의 집중지원에도 불구하고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건 현재의 정책만으로는 재입북을 막기 어렵다는 걸 보여준다.

정부의 탈북자 지원정책과 사업은 철저히 정부가 중심이 돼 진행된다. 탈북자의 사회적응과 정착을 위해서는 이처럼 체계적일 필요가 있지만 민간단체와 주변 이웃들의 적극적인 지원도 병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탈북자 지원사업의 추진 주체와 방향을 민간 중심이나 민관 협동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방정부와 민간단체를 통해 탈북자들의 심리적인 어려움과 불안 요소를 조기에 파악해 대처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 학교, 인권과 차이 존중하는 모범 돼야 ▼

■ 주제 4: 다문화 교육 확대… 떤민 미얀마 양곤대 교수


문화적 상대주의란 자신의 문화적인 믿음 안에서 다른 문화 시스템을 이해하려고 시도하는 걸 말한다. 미국에 이런 속담이 있다. ‘다른 사람의 모카신(부드러운 가죽으로 만든 납작한 신발)을 신고 1마일을 걸어보지 않고서 그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 이 속담의 뜻과 문화 상대주의가 서로 통한다.

학교는 인권과 차이를 존중하는 모범이 돼야 하는 곳이고 교육과정에서 구성원 모두를 위한 정의와 평등을 중시해야 한다. 특히 다문화 교육은 민주적 가치와 신념에 기초한 가르침과 배움에 접근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다문화 교육을 통해 수업과 전반적인 교육과정에서 문화적인 다양성을 접목시키면서 중요한 개념을 배울 수 있다.

다문화 교육은 모든 학생이 공정하게 배우는 과정이다. 문화교육은 인종, 성, 모국어, 성적 취향, 능력, 종교, 사회경제적 위치와는 상관없이 사회정의를 보장하는 것이다. 다문화 교육의 근원적인 목표는 모든 학생이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호주의 예를 보면 다문화주의 덕분에 다양한 민족 집단이 재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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