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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전자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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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06일 18:00 프린트하기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각종 전자파가 기계의 오작동을 유발하고 암발생률을 높인다는 보고가 늘어나면서 전자파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전자파가 없다면 각종 정보가 전달되지 못하고, 기계들은 작동을 멈출 것이다. 문명의 이기이자 공기처럼 흔한 전자파를 둘러싼 궁금증을 풀어본다.

 

wikimedia commons 제공
wikimedia commons 제공

 

감마선, X선, 자외선, 햇빛, 적외선, 마이크로파, 전파, 가정용 교류전류 등이 모두 전자파이다. 햇빛이 없으면 인간은 살아갈 수 없듯이 우리는 생활 속에서 전자파를 흡수하고, 전자파를 이용하며, 전자파의 바다에서 살아간다. 감마선, X선 같은 고에너지의 전자파는 인체에 해롭다는 것이 오래 전부터 알려졌지만, 최근까지 인류문명이 발달시킨 전기전자 기기에서 나오는 전자파들은 문명의 이기로만 생각돼왔을 뿐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1980년대부터 각종 전기전자 기기에서 나오는 전자파들이 인체에 심각한 위해를 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근래에는 전자파는 무조건 무서운 것이라는 오도된 관념도 생겨나는 실정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숨쉬는 공기처럼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전자파는 적절히 이용해야 할 것이지, 무조건 피하고 거부할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자파에 대한 맹목적 두려움을 극복하고 합리적인 이용을 위한 길은 먼저 전자파에 대한 올바른 이해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병이냐 약이냐를 말하기에 앞서 전자파를 알아야 하는 이유다.

전자파란 무엇인가 - 전자기의 변화에 의한 파동

 

전자파(Electromagnetic Waves)는 전기와 자기의 주기적인 변화에 의한 진동이 공간으로 퍼져나가는 파동으로 일종의 에너지라 할 수 있다. 이때 전기의 힘이 미치는 공간을 전기장 혹은 전계(電界)라하며, 자기의 힘이 미치는 공간을 자기장 혹은 자계(磁界)라 한다. 전자파는 0 -1022Hz의 넓은 주파수 대역에 분포하며 빛의 속도로 진행한다.

 

전자파는 전기의 흐름이 있는 곳이면 어디나 존재하므로 우리 생활의 거의 모든 공간에 전자파가 존재한다. 병원에서 쓰는 X선, 사우나에 설치된 적외선, 전자레인지의 마이크로파, 휴대폰· TV·라디오의 전파, 가정용 전원에서 나오는 교류전기 등이 모두 전자파인 것이다. 가정용 교류전기는 1초에 60번씩 극성이 바뀌기 때문에 60Hz의 저주파 전자파이다.

 

자외선은 피부암을 유발하고, 방사선은 인체에 심각한 해를 끼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어 주파수가 높고 파장이 짧아 에너지가 강한 전자파에는 경각심을 많이 갖고 있다. 그러나 극저주파(0-1kHz), 초저주파(1-5백kHz), 라디오파(전파)(5백kHz-3백MHz), 마이크로파·센티파·밀리파(3백MHz-3백GHz) 등은 우리가 쉽게 인식하지 못하는 전자파이다. 흔히 ‘전자파 장해’ ‘전자파 공해’라는 말을 쓸 때는 생활 속에서 사용되는 이러한 낮은 주파수의 전자파를 가리키는 일이 많다.

 

전기다리미 - wikimedia commons 제공
전기다리미 - wikimedia commons 제공

 

● 무엇이 전자파를 발생시키나

가전품 대부분이 발생원

 

핸드폰, 무선전화기, 무전기 등의 통신기기는 통신 수단으로 전자파를 이용하므로 그 자체가 전자파 발생장치를 갖추고 있다. 통신기기에서 나오는 전자파들은 의도적으로 발생시킨 것이지만, 생활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전기전자 기기에서도 의도하지 않은 전자파가 방출되고 있다.

 

고압선로 주변은 말할 것도 없이, 기본적으로 교류전류가 흐르는 모든 도선 주변에서는 교류전류인 60Hz의 저주파 성분이 존재한다. 컴퓨터 모니터나 TV 등 화면을 사용하는 기기의 경우 변조된 직류전류 성분, 60Hz의 교류전류 성분, 전자총에서 수평과 수직 편향을 만들어주는 코일이 발생시키는 고주파 성분(15-30kHz), 디지털 회로에 의한 고주파 성분(1-20MHz) 등 다양한 전자파가 발생한다.

 

또한 모니터에는 전자총에서 전자를 가속시켜 브라운관의 형광물질에 주사하므로 순간적으로 수천V의 고압발생부가 있어 강한 전기장이 형성되고, 또한 모니터에 흐르는 전류에 유도된 자기장도 발생한다.

 

전자레인지는 전원으로 쓰는 60Hz의 저주파 성분과 2.45GHz의 마이크로파를 동시에 낸다. 60Hz짜리는 전자레인지의 전원이고 2.45GHz는 음식물을 데우는데 사용하는 마이크로파이다. 전자레인지는 스위치를 껐을 때도 코드가 전원에 연결돼 있는 경우는 마이크로파 발생장치인 마그네트론이 예열되고 있는 상태이므로 60Hz의 전자파가 늘 발생하고 있다.

 

그 외 전기장판, 전기담요, 헤어드라이어, 전기면도기, 믹서, 전기다리미, 공기청정기 등 한마디로 전자파는 전기의 흐름이 있는 곳이면 어디나 존재하므로 전기와 관련된 제품에서는 거의 필수적으로 전자파가 발생한다.

 

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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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다른 기계에 오작동 유발

 

전자파는 우선 전자파를 이용하는 다른 전기전자 제품에 영향을 미친다. 외부로부터 전해진 전자파가 기기의 전자회로에 이상을 미쳐 오작동을 일으키는 것이다. 주변에 자동차가 지나갈 때 TV의 화상이 떨리는 것은 자동차에서 나오는 전자파에 TV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TV를 켜놓은 채 곁에서 진공청소기를 켜면 TV화면이 몹시 떨리는 것도 청소기로부터 나온 전자파가 장해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1984년 일본의 한 지하철역에서는 20m 떨어진 전자오락실에서 발생한 전자파로 인해 지하철 무선조종 컴퓨터가 오작동을 일으켜 열차끼리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한 일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근처 오락실에서 발생한 전자파에 의해 신호기가 작동이상을 일으켜 열차의 출발시간이 어긋난 때문이라고 결론내렸다.

 

비행기에서도 이착륙시 핸드폰 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스튜어디스의 주의사항을 들을 수 있는데, 전자파가 비행기나 항공관제 컨트롤용 전자기기에 영향을 미쳐 이상을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1996년부터 대형 종합병원에서 핸드폰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병원의 의료용 전자기기가 휴대폰에서 나오는 전자파로 인해 오작동을 일으키면 치명적인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최근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자동차가 이유 없이 급가속되는 급발진 현상도 전자파의 영향 때문이라는 개연성이 상당히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한국 소비자 보호원이 작년(1998) 12월 제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1백V/m의 고전압 근처에서 차를 시동시켰을 때 변속기에 이상이 생겨 속도 증가가 나타남이 확인됐다.

 

그러나 실생활에서 전자파가 가장 세다는 고압선로 주변의 전압이 보통 5V/m인 점을 감안할 때, 1백V/m는 너무 강한 전자파로, 실험이 합리적이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 신차개발시 전자파 영향을 측정하는 기준 전압은 30V/m이다.

 

당초 소비자보호원은 35V/m에서 실험을 했으나 아무런 속도 변화가 나타나지 않아 전압을 높여서 측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실험을 통해 전자파의 유해성이 너무 과장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어쨌든 전자파가 기계에 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은 확인된 셈이다.

 

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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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체에 해롭지 않은가

암 등 질병을 유발한다는 연구 많아

 

인체나 모든 생물체 내에서 생체 신호들은 전기적인 작용을 통해 이루어진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전자기장을 수반한 전자파에 의해 인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며, 전자파가 일으키는 해로운 작용도 전자기적인 상호작용의 결과로 해석한다. 주파수에 따라 인체에 영향을 주는 메커니즘은 다르지만, 여러 연구에서 전자파의 유해성이 보고되고 있다.

 

먼저 1MHz 이상의 고주파는, 전자레인지의 마이크로파가 음식내부의 물분자를 요동시켜 온도를 높이는 것처럼, 체내의 분자를 들뜨게 해 체온을 높인다.

 

3백MHz-30GHz의 범위의 고주파는 방송(5백-8백MHz), 휴대폰(8백-9백MHz), PCS(1.6-1.9GHz), 전자레인지(2.45GHz), 항공·선박·기상 레이더(3-33GHz) 등에 사용되는 전자파들이다. 이 사실은 휴대폰을 사용하는 도중 두개골 부위의 온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된다. 전문가들은 인체조직의 온도가 1도 이상 상승할 경우 문제가 크다고 지적한다.

 

또 극저주파, 초저주파 등 저주파는 매우 미약한 전자기 성분을 가지고 있지만, 인체에서 세포막을 이동하는 칼슘, 칼륨, 나트륨, 염소 등의 이온분포에 영향을 주어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보통 인체에 영향을 주는 자기장의 세기는 2-3mG(G는 가우스로 자기장의 단위. mG는 1천분의 1G) 이상으로 여겨진다. 지구자기장의 세기가 6백mG인 것과 비교하면 이는 상당히 미약한 양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정도의 자기장으로도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작지 않다고 말한다.

 

지자기와 같은 안정된 자기장은 일정한 극성과 방향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인체가 여기에 적응돼 있어 큰 해가 없다. 그러나 순간순간 바뀌는 자기장은 미약하더라도 인체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피부를 통해 흐르는 전기장이 습진 등 피부 질환을 유발시킬 가능성이 있으며, 컴퓨터를 직업적으로 사용하는 여성들의 경우 피부노화를 촉진한다는 주장이 있다. 전자파는 특히 세포 증식이 빠른 혈구, 생식기, 임파선 등과 같은 조직에 해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른함, 불면증, 신경 예민, 두통, 숙면에 관여하는 멜라토닌 호르몬 감소, 맥박 감소 등이 전자파와 관련이 있으며, 백혈병, 임파암, 뇌암, 중추신경계암, 유방암, 치매, 유산 및 기형아 출산 등도 전자파 때문에 그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보고도 여러차례 나오고 있다.

 

가정에서 쓰는 거의 모든 전기전자 제품들이 전자파를 이용하고 발생시키는 장치들이다. - pixabay 제공
가정에서 쓰는 거의 모든 전기전자 제품들이 전자파를 이용하고 발생시키는 장치들이다. - pixabay 제공

 

● 차단할 수는 없는가

전기장은 접지, 자기장은 속수무책

 

전기장은 도체를 가까이 해 접지시키면 도체를 통해 땅으로 흘러 사라진다. 사람이 전기장 내에 있을 때도 주변의 전기장은 몸 표면을 통해서 땅으로 빠져나가므로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고압송전선 주변에서도 전기장은 주변의 물체들에 쉽게 흡수돼 그 세기가 상당히 감소한다.

 

때문에 화면(VDT, Visual Display Terminal)을 채용한 제품에서 전기장 성분은 통철판이나 구리망을 넣은 유리로 차폐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전자파차단 보안경은 투명한 유리판에 전기장 흡수물질(도체 물질)을 넣은 것으로 화면으로부터 나오는 전자파의 전기장을 빼내 접지하는 것이다. 최근에 나온 제품들은 전기장 성분을 거의 99% 차폐할 수 있다. 전자레인지의 앞 유리에 들어있는 철선도 마찬가지 원리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하더라도 자기장 성분은 거의 차폐되지 않는다. 자기장은 전기장과 달리 차폐가 잘 되지 않고 물질을 통과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자기장은 거리가 멀어지면 급격히 약화된다. 고압선로 주변에서도 50m 정도만 떨어지면 자기장의 세기가 2mG이하로 떨어지고 가정용 전기전자 기기의 경우에도 50cm만 떨어지면 대부분 무시할 수 있는 양으로 줄어든다.

 

자기장을 차폐하려면 제품을 설계를 할 때부터 자기장을 상쇄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전자파가 발생되는 구조와 반대가 되는 극성을 주는 상쇄장치를 부착하거나 자기장 발생원을 특수합금으로 밀폐시키는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하려면 부대비용이 많이 든다. 특히 자기장을 차폐하는 뮤(μ)메탈 같은 도자율(자기력선의 투과 용이성)이 높은 특수금속은 매우 비싸고 휘귀해 실용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근래 전자파를 차단한다는 옷감이나 차폐용 호주머니를 부착한 옷이 나오고 있다. 또 카드만한 전자파 차단기구를 지니고 있기만 하면 전자파가 모두 차단된다고 선전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들은 엄밀히 말해 모두 과장된 것이다. 전자파의 차단이나 흡수는 진공청소기로 먼지를 빨아들이듯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또한 아무리 전기장 성분을 잘 차폐한다고 하더라도 자기장 성분은 어쩔 수 없다.

 

99%까지 전자파를 차단한다는 모니터 보안경도 실은 전기장 성분을 차폐한다는 것일 뿐 자기장은 거의 차폐하지 못한다. 아직까지 자기장을 효과적으로 차폐하는 실용적인 기술은 나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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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인장은 전자파를 흡수하는가

과장된 속설, 효과 크지 않아

 

수분이 있는 물질은 전도성이 있어서 일부의 전기장을 흡수한다. 또한 마이크로파나 핸드폰 전파등 고주파는 식물 내부의 수분에 흡수돼 상쇄된다. 때문에 컴퓨터 주변에 잎이 많은 식물의 화분이나 수분함량이 많은 선인장 화분을 놓아두는 것은 어느 정도 전자파 흡수에 도움을 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방향으로 퍼져나가는 전자파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방법은 되지 못하며,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60Hz 저주파의 자기장 성분에 대해서는 거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근래 10원짜리 동전이 전자파를 차단한다고 해서 컴퓨터에 10여개씩 덕지덕지 붙여놓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도 속설에 지나지 않는다. 김덕원 교수에 따르면, 구리성분이 함유된 동전은 도체이므로 이에 닿는 전기장 성분은 차폐한다고 볼 수 있지만, 동전이 닿지 않는 부분의 전자파는 전혀 차폐하지 못한다.

 

더구나 컴퓨터 사용자들의 경우 모니터로부터 나오는 전자파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고 볼 수 있는데, 동전을 모니터 전면에 붙이지 않고 모니터 위나 옆면에 붙여놓고 전자파가 차단되기를 바라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 전자파 동전의 부착 부위에서만 조금 차단될 뿐 다른 부분에서는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글 : 전용훈 기자
 
 

※ ‘궁금증 풀이’는 이번 편을 마지막으로 마무리됩니다. 그동안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1999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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