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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기계화하거나, 기계를 인간화하거나, 뉴로모픽컴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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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기계화하거나, 기계를 인간화하거나, 뉴로모픽컴퓨터

2015.12.02 10:31

5세대 컴퓨터를 대표하는 분자컴퓨터, 양자컴퓨터, 그리고 뉴로모픽컴퓨터는 모두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 신호를 사용한다. 0 또는 1이 아니라 0.3, 0.6과 같이 연속적인 확률의 개념을 이용해 연산을 수행한다. 그리고 그 장점은 어마어마하다.

 

[다시 시작된 아날로그 시대, 5세대 컴퓨터]
1. DNA를 조종해 인공지능을 획득한다, 분자 컴퓨터
2. 양자의 중첩이 만들어내는 가장 빠른 컴퓨터, 퀵실버 양자컴퓨터
3. 인간을 기계화하거나, 기계를 인간화하거나, 뉴로모픽컴퓨터

 

 

“우리는 매일 지문인식이나 패턴을 그려, 잠겨있는 스마트폰을 열어 사용한다. 만약 스마트폰이 사용자의 특정 행동을 인식한다면 어떨까. 윙크나 코를 긁적이는 것도 암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소프트웨어의 인공지능은 사람의 움직임을 인식하지 못한다. 인식할 수 있더라도 전력소모가 너무 커 스마트폰에 적용시키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하지만 뉴로모픽컴퓨터는 이를 가능하게 한다"
-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 뉴로모픽컴퓨터의 핵심은 코어 간의 연결망

 

뉴로모픽컴퓨터(이하 뉴로모픽)는 뇌의 물리적인 구성과 학습법을 그대로 모사하는 작은 칩이다. 칩 안에는 여러 개의 ‘코어’들이 존재하는데, 이는 기존 컴퓨터의 CPU를 구성하는 트랜지스터를 포함해 몇 가지 전자 소자들과 메모리 등으로 이뤄져 있다. 코어의 일부 소자는 뇌의 신경세포인 뉴런의 역할을 담당하며, 코어 속의 메모리는 시냅스(뉴런과 뉴런 사이)를 담당한다.

 

코어에 들어가는 메모리는 연구자에 따라 저항메모리(RRAM), 상변화메모리(PRAM) 등의 비휘발성 메모리(멤리스터)를 사용하기도 하고, 기존 컴퓨터의 정적램(SRAM), 동적램(DRAM)을 쓰기도 한다.

 

전력이 없어도 기억을 유지하는 멤리스터가 우리 뇌와 좀 더 유사하기 때문에 이를 뉴로모픽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30여 년 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신뢰성이 보장된 멤리스터 뉴로모픽은 아직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시제품에 가까운 뉴로모픽은 대부분 SRAM이나 DRAM을 이용한다. 지난해 IBM이 발표한 뉴로모픽 프로세서 ‘트루노스(Truenorth)’ 역시 SRAM을 이용한다.

 

그렇다면 뉴로모픽은 기존 컴퓨터와 어떤점이 다를까. 핵심은 ‘연결망’에 있다. 뉴로모픽은 여러 개의 코어들이 서로 구분되는 물리적인 ‘층(layer)’을 이루고 있다. 뉴로모픽에 ‘과학동아’ 사진 여러 장을 입력했다고 해보자.

 

사진에 대한 정보가 첫 번째 층에 도달하고, 여기서 특징을 뽑아낸 뒤 다음 층에 넘겨준다. ‘과학동아’의 모양이나 크기, 색상, 제호 위치 등이 이 과정에서 추출된다. 출력되기 전까지 이 과정을 3~4번 반복하면(3~4개 층을 거치면) 정보가 추상화된다. 정보 추상화는 정보를 분류할 때 필요한 핵심정보만을 취하는 과정이다. 추상화된 정보를 근거로 마지막 층에서 사진 속 물체가 과학동아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개발 중인 뉴로모픽칩에 들어갈 코어 구성소자 중 하나. 실제 코어에 들어갈 소자는 매우 작지만, 위 장치는 회로 성능을 확인하기 위한 테스트용이다.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개발 중인 뉴로모픽칩에 들어갈 코어 구성소자 중 하나. 실제 코어에 들어갈 소자는 매우 작지만, 위 장치는 회로 성능을 확인하기 위한 테스트용이다.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 신호전달의 시간 차이를 이용해 학습

 

우리도 새로운 사람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기 위해서는 여러 번의 만남, 즉 학습이 필요하다. 뉴로모픽은 뇌의 학습법을 차용한다. 우리의 뇌가 어떻게 학습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극히 일부만 밝혀져 있다. 밝혀진 것 중 가장 대표적인 학습법은 ‘헵의 법칙(hebbian rule)’이다.

 

헵의 법칙은 1949년 캐나다 심리학자인 도날드 헵이 제시한 것으로, 정보의 인과 관계를 판단하는 학습법이다. 뉴런은 전기신호로 정보를 전달하는데, 두 뉴런 사이에 신호 전달이 빠를수록 연관이 높은 뉴런이라고 판단해 시냅스의 연결을 강화시킨다.

 

뉴로모픽 역시 하나의 코어에서 발생한 전기 신호가 다음 층의 코어로 빠르게 전달되면 둘 사이의 연관이 높다고 판단하고 저항을 낮춰 흐르는 전류량을 늘린다. 처음에는 모든 코어 사이에 흐르는 전류량은 비슷하지만, 학습이 진행될수록 전류량의 차이는 커진다. 인과관계가 생기는 것이다.

 

소프트웨어는 연결의 가중치를 높이고 낮추는 과정이 모두 명령어에 의한 연산이지만, 뉴로모픽은 코어 안의 전자 회로가 알아서 수치 조절을 할 수 있어 특별한 연산이 필요없다.

 

때문에 뉴로모픽은 복잡한 인공지능을 아주 낮은 전력량만 소비하며 구현할 수 있다. 폰노이만 기반 컴퓨터에서 가동되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는 전력소모가 너무 크기 때문에 휴대기기에 장착할 수 없다. 뉴로모픽은 폰노이만 컴퓨터의 한계였던 큰 크기와 높은 전력 소비량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뉴로모픽은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물론 각종 사물인터넷 기기들에서도 적은 전력으로 얼굴, 목소리 인식 등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 더 많은 과학기사를 2015년 12월호 과학동아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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