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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느끼는 좋은 집짓기 ‘신경건축학’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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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06일 18:00 프린트하기

중국 필립 비슬리 건축설계사무소가 설계한 설치미술 전시 공간 ‘착생식물의 봄(Epiphyte Spring)’. - flickr 제공
중국 필립 비슬리 건축설계사무소가 설계한 설치미술 전시 공간 ‘착생식물의 봄(Epiphyte Spring)’. - flickr 제공
최근 ‘신경건축학(neuroarchitecture)’이란 색다른 학문이 인기를 끌고 있다. 신경과학이 발달하면서 공간에 뇌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분석해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건축물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생겨났다. 뇌과학자뿐 아니라 건축가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업무나 학습 효율, 행복감을 높여 주는 윤택한 공간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신경건축학은 최근 국내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열린 ‘2015 신경건축학연구회 컨퍼런스’에선 건축가와 의사, 뇌과학자 등이 한 자리에 모여 신경건축학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교환했다.
 
● 경험·직관 아닌 과학적인 근거가 토대… 정신질환 개선도 기대
 
주변 환경을 개선해 심리적 안정을 꾀하려는 연구는 사실 과거에도 있었다. 벽지의 색깔, 창밖 풍경 등이 정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살펴보는 것이다. 심리학자 조앤 메이어스-레비 미국 미네소타대 교수가 ‘천장 높이에 따라 소비자의 의사결정 성향이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를 2007년 미국 ‘소비자연구저널’에 발표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건축가들 역시 마찬가지다. 건물 내에서 길을 찾기 쉬운 동선, 좋은 풍경을 볼 수 있는 시선, 의사소통을 활발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무공간 등을 고려해왔다.
 
파란색은 사람을 차분하게 해 준다고 알려져 있다. - flickr 제공
파란색은 사람을 차분하게 해 준다고 알려져 있다. - flickr 제공
그러나 신경건축학은 이런 경험적인 사실에 앞서 인간의 뇌 활동을 직접 관찰해 건축의 근거로 삼는다. 뇌 혈류량을 측정하는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뇌파를 측정하는 뇌전도검사(EEG) 등 신경과학 분석 기술을 주로 활용한다. 해외에서는 피실험자에게 가상현실(VR) 장치를 이용해 다양한 공간을 경험하도록 하면서 뇌 영상을 촬영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신경건축학은 자폐증이나 알츠하이머 같은 정신질환 환자들에게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 에스터 스턴버그 미국 국립정신보건원(NIMH) 박사와 매슈 윌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2006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을 ‘셀’에 발표하기도 했다.
 
자폐증 자녀를 둔 건축가 조명민 밀리그램 대표는 이날 컨퍼런스에서 “자폐 아동들은 예민해서 잠을 잘 못 자는데 벽지를 분홍색으로 바꿔 줬더니 금세 잠이 드는 것을 체험했다”며 “경험적인 효과를 광범위한 실험을 통해 증명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신경건축학 연구에 대한 각계의 협력과 투자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이 알려지면서 최근엔 병원 설계에도 신경건축학을 활용하려는 시도가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여성 암센터 리모델링을 진행했던 노미경 위아카이 대표는 “병원을 가고 싶은 공간, 편안한 공간으로 바꾸는 데 신경과학 지식이 도움이 됐다”며 “앞으로는 더욱 다양한 분야에 신경건축학을 적용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미국 신경과학회(SfN) 본사 건물은 신경건축학 실험 연구를 바탕으로 리모델링 됐다. 지난달에는 신경과학자 비토리오 갤리즈 이탈리아 팔마대 교수와 건축설계사무소 ‘티아크(TArch)’가 크라우드 펀딩 신경건축 공간 만들기 캠페인 ‘방: 보이드로 가득찬 공간’을 시작하기도 했다.
 
● 미국선 정식 학회 출범… 국내선 동호인 모임으로 발판
  
신경건축학은 미국 건축가 화이트 로우가 처음 출범했다. 2003년 미국건축가협회(AIA) 샌디에이고 분과에서 ‘건축을 위한 신경과학 아카데미(Academy of Neuroscience for Architecture·ANFA)’를 결성했다. 미국 정식 학회의 지회 성격인 셈이다. 매년 정기 컨퍼런스와 포럼을 진행하고 공동연구, 교육세미나 등도 열고 있다.
 
국내에서는 정재승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가 구심점이다. 정 교수는 소셜미디어 등으로 주변에 신경건축학을 알려오다 2011년 신경건축학연구회를 결성했다. 회원수만 1년 사이 150명이 넘었고 지난해에는 첫 컨퍼런스 까지 개최했다. 매주 셋째 주 토요일마다 각계 사람들이 모여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토론한다.
 
신경건축을 간판으로 내건 건축설계사무소도 생겨났다. 회사의 이름은 ‘마인드 브릭’. 연구회 회원인 조성행 대표가 지난해 설립했고 국내 과학자들도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정재승 교수는 “한국은 아파트와 교실 등 획일적인 공간에 익숙해져 있지만, 이제 신경과학은 뇌가 그 공간들은 어떻게 느끼는지 연구할 수 있는 단계까지 왔다”며 “신경건축학이 ‘좋은 공간’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넓히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5일 열린 2015 신경건축학연구회 컨퍼런스에 참석한 조성행 마인드브릭 대표(왼쪽)와 정재승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오른쪽). - 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제공
5일 열린 2015 신경건축학연구회 컨퍼런스에 참석한 조성행 마인드브릭 대표(왼쪽)와 정재승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오른쪽). - 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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