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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실용성 강조하면서 노벨상까지 바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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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실용성 강조하면서 노벨상까지 바란다고?

2013.06.03 09:16

 

  지난주 정부과천청사의 미래창조과학부 브리핑실에는 화학 수업이 아닌가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현택환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장이 기자들에게 ‘사이언스’에 발표한 ‘산화물 나노입자의 갈바닉 부식 작용기전’ 연구를 설명하는 자리였다. 해독 불가능한 제목으로 무시할만도 했지만, 연간 10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는 현 단장의 유명세를 무시할 순 없었다.

 

  현 단장은 화학 시간에나 들어봄직한 용어들을 쏟아내며 쉽게 설명하려고 애썼다. ‘갈바닉 부식’ 현상은 금속이 산소를 만나 생긴 산화물 나노입자에서도 일어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설명이 끝나자마자 지루함을 버텨내던 취재진은 ‘어디에 써먹을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기존 충전지의 용량을 3배 높일 수 있지만 아직 안정성이 높지 않다는 말에, ‘그럼 언제쯤 상용화되냐’는 질문이 이어졌고 10년은 걸릴 거라는 답변이 나오자 '기사꺼리가 안된다'며 자리를 뜨는 기자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현 단장은 이번 논문을 사전에 평가했던 학자들에게 ‘화학계의 중요한 발견’이라며 근래 듣기 힘든 찬사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언론의 시각에선 과학적 업적일 뿐 독자들이 궁금해 하진 않을 거란 결론이 난 상태였다

 

  문득 IBS의 미래가 보였다. 기초과학을 발전시키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 야심차게 IBS를 출범시켰지만, 기초과학의 특성상 연구성과가 곧바로 실용화되기 어렵다는 점은 결국 한계가 될 것이 뻔하다.

 

  실용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진다면 정부 역시 IBS에 실용화라는 잣대를 대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다. 기초과학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 지표조차 없는 판국에 ‘실용화’ 지표는 뿌리치기 힘든 유혹인 것이 사실이다.

 

  과학계의 비판도 무시할 수 없다. 정부가 기초과학의 전체 파이를 키우지 않은 채 IBS라는 커다란 부위를 턱 하니 떼어가니 기존 연구자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이다. 100억원씩 지원하는 연구단 50개를 만들 바엔 10억원씩 주는 연구단 500개를 만드는 것이 효과적일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형 연구단이 필요한 분야가 있지만, 작지만 다양한 연구단에서 얻어질 창의성도 우리나라 기초과학에 필요한 전제조건이다. 둘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정부의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올해 10월에도 한바탕 노벨상 열풍이 불어닥칠 것이다. 또다시 언론과 국민들은 한국 최초의 노벨 과학상은 언제 나오나, 기초과학의 중요성 운운하는 이야기가 흘러나올 것이다.

 

  그러나 노벨상은 모두가 기초과학의 진정한 가치를 이해하고 창의적 연구자가 많아질 때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선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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