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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개혁에 대한 충고인가, 실패에 대한 자기변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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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개혁에 대한 충고인가, 실패에 대한 자기변명인가?

2013.06.03 11:28

 

  “한국 대학은 나이 많은 교수들의 기득권이 문제다.”

 

  한 때 '대학 개혁의 아이콘'이었던 서남표 전 KAIST 총장이 마지막 남긴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서 전 총장은 취임 초 KAIST 개혁을 지휘하며 대내외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지만, 소통에 대한 노력 부족 등으로 내부 구성원 들과 대립하다 자진 사퇴하고 미국으로 돌아간 인물.

 

  그가 퇴임을 앞두고 ‘그간의 경험을 책으로 정리하고 싶다'는 약속을 책 한 권으로 정리했다.

 

올해 2월까지 6년 8개월간 재직하면서 그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대학개혁은 ‘소통과 추진방식에 문제가 있다’와 ‘개혁을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는 상반된 평가를 받았다. 중도에 끝난 그의 대학 개혁시도는 역량 부족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한국 대학사회 고질적 병폐 때문이었을까.

 

  이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던지는 이 책은 자전적 성격이 강해 그의 인생궤적에 따라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전반부의 두 장은 미국 시절 경험담을 소개하며, 자신의 가치관과 철학을 소개했다. 나머지 부분은 KAIST에서의 지난한 경험을 담고 있다. 스스로 ‘나 자신의 소신과 치열했던 분투의 내력을 그렸다’고 소개할 만큼 강한 표현들도 눈에 띈다.

 

  “젊은 교수들이 자유롭지 못합니다. 미국의 대학은 젊은 교수들이 나이 많은 교수들과 마음껏 일하고 경쟁합니다. 한국에도 그런 문화가 있어야죠. 나이 많은 사람들은 어린 사람들을 지배를 하려고 하기 때문에, 가장 왕성한 연구를 해야 할 30~40대 교수들이 시기를 놓치고 있습니다.”

 

  서 총장은 책을 통해 우리나라 대학교육, 특히 연구중심 대학에 대한 지원과 문화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예 4번째 장 제목을 ‘한국 대학문화 유감’이라고 적을 정도다. 이와 함께 KAIST 이사회의 ‘환골탈태'에 대한 주문도 빼 놓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정치, 사회 문제에 대한 다양한 문제점들을 직설적으로, 소위 '돌직구'를 날렸다. 그는 연임을 결심한 뒤 거세지는 반대 목소리와 정치 싸움에 당혹스러웠다고 회고했다.

 

  “당시에 내가 경험한 한국사회의 단면은 가히 요지경과도 같은 세상이었다. 정부 관료가 이사회 이사들에게 ‘반대표를 던져라’라고 부당한 압력을 가한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개인적으로는 더 희한한 일도 경험했다. 총장선거에 참가한 KAIST 출신 교수 한사람이 있었는데, 그를 견제하고자 그의 선배 그룹이 나를 회유하기도 했다.(중략). 회유에 응하지 않는 나에게 ‘2년만 하고 돌아간다고 약속했다’는 헛소문이 돌기도 했다.”

 

  물론 이 책이 개인의 감정적인 소회만 적고 있지는 않다. 그는 세계 대학평가, 국가 경제 상황, KAIST 발전을 위한 전략, 세계 과학계의 구도 등을 심도깊게 분석하고 제시했다.

 

  그는 젊은이들에 대한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즐기다 보면 피하지 않아도 당당해지는 날이 온다”는 말이 그것이다.

 

  “세상이 당신의 짐을 덜어주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세상의 의미를 깨닫지 못한다면 그것이(짐이 줄어드는 것이) 행복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그의 개혁이 궁극적으로 성공인가 실패인가를 떠나, 이 책은 그의 끊임없는 시도와 생각을 엿볼 수 있게 해, 독자 스스로 그를 평가할 수 있도록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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