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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있어요’의 도해강(김현주 역)과 ‘리멤버’ 도진우(유승호 역)의 공통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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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있어요’의 도해강(김현주 역)과 ‘리멤버’ 도진우(유승호 역)의 공통점은?

2015.12.17 17:09

최근 복면가왕과 히든싱어로 급부상한 거미의 ‘기억상실’이 차트 역주행을 하고 있습니다.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며 마치 기억상실을 앓듯이 행복한 순간의 기억들이 의미 없어진 안타까운 마음을 그리고 있죠. ‘기억상실’은 현실에서는 매우 드물지만 TV나 영화 속에서는 너무 자주 등장해서 식상하고 뻔한 클리셰가 됐습니다.

 

기억과 관련해 생기는 에피소드를 다루는 두 드라마 ‘애인있어요’(위)와 ‘리멤버’(아래). 과연 드라마 속에서는 기억력이 어떻게 그려지고 있을까 - SBS 제공
기억과 관련해 생기는 에피소드를 다루는 두 드라마 ‘애인있어요’(위)와 ‘리멤버’(아래). 과연 드라마 속에서는 기억력이 어떻게 그려지고 있을까 - SBS 제공

드리마 ‘애인있어요’에서는 주인공 도해강 역의 김현주가 2차 기억상실에 걸려서 내용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습니다. 결국 김현주는 사고 전 남편 지진희가 불륜을 저질렀던 기억을 회복하며, 도대체 이야기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혼돈 속 결말로 치닫고 있죠.

 

지난주 새롭게 시작한 드라마 ‘리멤버’에서는 ‘과잉기억증후군’이라는 낯선 용어가 등장했는데요. 극중에서 유승호는 과잉기억증후군을 앓는 천재 변호사로서 엄청난 기억력을 보여 깜짝 놀라게 만들었죠. 그는 과연 천재적인 지능을 갖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요? 모든 것을 빠짐없이 기억하고 산다면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합니다. 과거를 잃어버리는 기억상실, 반대로 너무 많은 것을 기억하는 과잉기억증후군은 각각 어떤 증상인지 살펴보겠습니다.

 

● 도해강의 기억상실=‘해리성 기억상실’

 

SBS 주말 드라마 ‘애인있어요’의 여자주인공 도해강이 걸린 기억상실은 의학적, 생리적 이유 없이 심리적 요인으로 인한 해리성 기억상실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남편의 불륜으로 이혼을 감행한 뒤 사고까지 당하는 정신적 스트레스와 충격에 연이어 노출됐기 때문이죠.
 
실제로 해리성 기억상실은 어린 시절 학대나 폭력, 참전 등 충격적인 외상 경험이 있거나 자살 또는 자해를 시도했던 사람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데요. 그 증상도 다양합니다. 특정기간의 기억을 잃는 경우에는 새로운 정보를 기억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순행성 기억상실과 과거에 이미 경험하고 습득했던 기억을 잃는 역행성 기억상실이 있습니다.
 
도해강은 첫번째 기억상실에서 기억의 일부뿐 아니라 자신의 이름, 날짜, 정체성과 살아온 모든 기억을 통째로 잃어버렸죠. 이런 경우 걷기나 말하기와 같은 다른 신체적 능력도 함께 상실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2차 기억상실을 앓아 혼란을 줬죠. 뇌가 충격을 받아 손상된 이전까지의 기억은 하되, 그 이후의 기억은 저장하지 못하는 순행성 기억상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결국 모든 기억을 찾은 것으로 드러나 어떤 결말을 그려낼지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 드라마 속 기억상실이 현실에서는? 

 

드라마에서는 걸핏하면 기억상실이 일어나지만 현실에서는 웬만큼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해서 기억이 사라지는 경우는 드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또 다른 성격의 기억상실은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데요. 여러분은 어린 시절을 기억하나요? 흔히 3살 이전은 기억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를 ‘아동기억상실증’이라고 부릅니다.
 
아동기억상실이 발생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가설이 있는데요. 최근에는 뉴런의 일부가 새로운 뉴런으로 바뀌면서 기억도 초기화된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생후 새 뉴런이 기존 뉴런을 대체하면서 기존의 뉴런과 연결돼 있던 시냅스들이 끊어질 가능성이 있고, 이 과정이 기억을 저장하는 해마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죠. 이 때문에 7~8세 때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잃게 되는 것이죠.

 

성인이 돼서 기억을 잃는 흔한 경우는 과음으로 인한 기억상실이 있습니다. 컴퓨터 전원이 갑자기 나가는 것에 비유해 ‘블랙아웃’이라고도 하죠. 알코올은 시냅스의 활동을 방해해 신호 전달 메커니즘에 이상을 일으킵니다. 또 알코올이 분해되는 과정에서도 아세트알데히드가 생성돼 해마의 활동을 둔하게 하고 신경 세포의 재생을 방해해 기억 저장 기능을 떨어뜨립니다.

 

술이 깨면 뉴런과 해마의 기능은 정상으로 돌아오는데요. 계속 과음을 할 경우, 뇌가 지속적으로 손상을 입으면서 술을 마시지 않아도 기억이 끊기는 알코올성 치매와 베르니케-코르사프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과거의 모든 경험을 기억하는 과잉기억증후군

 

특별한 기억상실이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종종 나타나는 망각이나 건망증 때문에 불편할 때가 있죠. 약 먹을 시간을 놓친다든지, 선반 위에 올려놓은 물건을 못 찾는다든지, 어느 행사장에서 만난 거래처 직원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해 답답해하곤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모든 것을 다 기억한다면 어떨까요? 드라마 ‘리멤버’의 주인공 유승호가 겪고 있다는 과잉기억증후군 이야기죠.

‘리멤버’ 에서 과잉기억증후군이 있는 도진우(유승호 역). 모든 것을 기억한다는 것은 불행일까, 축복일까. - SBS 제공
‘리멤버’ 에서 과잉기억증후군이 있는 도진우(유승호 역). 모든 것을 기억한다는 것은 불행일까, 축복일까. - SBS 제공

 
2006년 캘리포니아대(어바인) 제임스 맥거프 신경생물학 및 행동연구 교수는 학술지 ‘뉴로케이스’에 모든 것을 기억하는 한 여성의 사례를 보고하면서 ‘과잉기억증후군(hyperthymestic syndrome)’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습니다.

 

당시 그 여성은 48세의 나이로 14살 이후 하루하루에 대해 거의 완벽하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머릿속에서 무한히 반복되는 과거의 기억들이 마구 비집고 나와서 지치게 만든다고 말했습니다. 정상적인 뇌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과거의 기억을 지나치게 상세하게 기억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이죠.

 

현재 이 증후군을 앓고 있는 이들은 세계적으로 80여명에 불과합니다. 이들의 특징은 자신의 자전적 기억을 또렷이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무엇을 했는지, 과거의 특정 날짜를 보면 그날 하루 무엇을 먹고 누구와 함께 보냈는지 물밀듯이 기억이 솟구쳐온다면, 엄청난 기억력도 과히 좋지만은 않을 겁니다. 과잉기억증후군도 ‘기억장애’라고 불리는 이유가 짐작이 가죠.

 

● 수백권의 책을 통째로 암기하는 서번트증후군

 

과잉기억증후군을 겪는 이들 중에는 뛰어난 암기력으로 해리포터 전집의 내용을 빠짐없이 기억하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드라마 ‘리멤버’에서 유승호 역시 사법시험에서 치르는 과목들을 일주일 만에 완벽히 습득해 고시를 패스하고 사법연수원 수석 졸업까지 하게 되죠.
 
이러한 모습은 서번트증후군을 떠올리게 하는데요. 과잉기억증후군은 자신과 관련된 일상의 에피소드를 세세히 기억하는 반면, 서번트증후군은 스캐너처럼 모든 정보를 저장하는 데 뛰어난 능력을 보입니다.

 

자폐증을 갖고 있지만 놀라운 묘사력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에서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는 사람들에 대한 뉴스를 한번쯤 접한 적이 있을 겁니다. 이들은 IQ가 40~70의 지능으로 기본적인 대화도 어렵지만 경이로운 기억력을 갖고 있습니다. 절반은 자폐 증상을 보이고 또 절반은 뇌질환이나 선천성 이상 등을 갖고 있는데요. 1988년 영화 ‘레인맨’의 모델이기도 한 킴 픽은 책 9000권을 통째로 외우고 있는데, 한 페이지를 읽는데 8~10초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과학자들이 이들의 기억력과 뇌를 연구한 결과 서번트증후군은 공통적으로 좌뇌에 문제가 있거나 좌뇌와 우뇌의 연결이 끊어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좌뇌의 지배에서 벗어난 우뇌가 상상을 뛰어넘을 능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이러한 기억이 가능한 것입니다.

 

 

※ 출처 및 참고

http://www.dongascience.com/news/view/2385/special
http://www.dongascience.com/sctech/view/901/special
http://www.dongascience.com/news/view/3623/news
http://www.ibtimes.co.uk/world-memory-championships-2015-secret-improving-your-memory-technique-self-confidence-1532737
http://www.sciencedaily.com/releases/2006/03/060314085102.htm

 

 

※ 필자소개
이종림. IT전문지 마이크로소프트웨어와 과학동아에서 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육아 전담 주부로서 동네 놀이터와 가까운 유원지를 발로 뛰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 최신 IT기기, 게임, 사진, 음악, 고양이 등에 관심이 많고, 다양한 세간의 관심사를 과학으로 엮어서 소개하려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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