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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서비스를 생각하는 우리의 자세

2015.12.20 18:00
기자의 구글 계정. 각종 정보기기를 휴대전화 문자로 등록하고 관리할 수 있다.
기자의 구글 계정. 각종 정보기기를 휴대전화 문자로 등록하고 관리할 수 있다.
평소 자주 찾던 사이트에서 ‘3개월이 지났으니 비밀번호를 새롭게 바꾸라’는 안내 창이 떴다. 비밀번호를 바꾸려고 하니 각종 인증을 요구했다. 사이트로 전달된 쪽지나 e메일 메시지 몇 개 확인하고 싶었을 뿐인데, 20분을 들여 설정을 모두 바꿔야 했다. 그러다 짜증이 나서 결국 끌끌 혀를 차고 말았다.
 
문득 얼마 전 겪었던 구글 계정 서비스가 기억났다. 유명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Youtube)’는 누구나 자신이 촬영한 영상을 올릴 수 있다. 특히 공중파에서 보기 어려운 틈새 정보가 많아 기자도 자주 이용한다. 주로 과학 다큐멘터리나 새로나온 IT 정보기기에 관련된 동영상 리뷰 같은 것을 찾아 본다.
 
그런데 어느 날 과거에 봤던 다큐멘터리 영상을 찾아보려고 히스토리 목록에 들어가 봤다 깜짝 놀랐다. 인도어인지, 아랍어인지 알기 어려웠지만, 제 3세계 국가에서 만든 것으로 보이는 뮤직비디오, 드라마 같은 영상을 며칠에 걸쳐 꾸준히 감상한 기록이 남아 있는 것이다. 기자가 이런 것을 본 기억도 없고, 상식적으로 봤을 리도 없었다. 그 지역 사람 누군가가 기자의 유투브 계정을 무단으로 이용한 걸로 생각됐다.
 
유투브는 세계적 인터넷 기업 ‘구글’이 운영한다. 당연히 구글 계정으로 로그인을 한다. 아이디와 패스워드는 개인정보에서 새 나갈 수도 있고 키보드 감시 프로그램 같은 저급한 해킹기술로도 알아낼 수 있다. 이걸로 구글의 보안이 엉망이라고 욕할 문제는 아니었지만, 일단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 싶어 일단 백신프로그램을 돌리고, 구글에 접속해 들어가 기존 비밀번호를 어렵게 바꿨다.
 
그러던 도중 또 다른 사실을 알게 됐는데, 기자가 만들어 둔 계정을 PC는 물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같은, 각종 정보통신 기기로 접속을 하려면 무조건 문자로 ‘기기’ 자체를 인증 받게 만드는 서비스가 있었다. 한마디로 이 서비스를 신청해 놓으면 아이디, 패스워드를 어찌 알아낸다고 해도 본인이 지정하지 않은 컴퓨터는 접속이 아예 불가능하다는 뜻도 된다.
 
‘이것 참 특이하네’ 싶어 일단 서비스를 신청해 봤다. 가지고 있는 1대의 노트북컴퓨터와 1대의 개인용 컴퓨터, 두 대의 스마트폰, 1대의 태블릿 PC를 모조리 등록했다. 첫 기기 인증을 할 때마다 문자 메시지를 받고 입력하느라 다소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어쨌든 크게 불편한 것은 없었다.
 
그 다음부터 약 1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구글이나 유투브를 쓰는데 불편함을 겪지 않고 안심하고 쓰고 있다. 앞으로 어디서건, 기자와 관계없는 사람이 기자의 계정을 이용하려 들면 기자의 스마트폰으로 문자부터 날아올 것이다.
 
사실 휴대전화 문자로 인증을 하는 방법은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매우 자주 쓰는 방법이다. 흔히 비밀번호가 생각이 안 날 때, 본인을 확인할 때 이런 문자인증 수법을 상당히 자주 이용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이트는 이 문자 인증방법이 어지간히 불편한 게 아니다. 어쩌다 자주 가지 않던 사이트에 들어가려면 이 방법으로 ‘내 계정’ 이라는 사실을 사용자가 직접 확인해 줘야 한다. 그 때마다 문자 인증을 하라고 메시지가 뜨고 조금만 틀리면 다시 계정을 비활성화 해 버리기도 한다.
 
가령 어떤 사람이 기자의 비밀번호를 알아내고 다시 비밀번호를 바꿔버렸다고 가정해 보자. 우리나라에선 그때까지는 아무런 보안을 적용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있다가, 막상 계정의 원 주인이 다시 접속하려고 하면 엄청나게 번거롭게 군다. 본인 인증을 처음부터 다시 다 해야 하고, 그 와중에 공인인증서나 아이핀, 휴대전화 문자 서비스를 차례로 요구한다. 반대로 구글 시스템은 평소에 사용자를 귀찮게 할 일이 거의 없고, 반대로 누군가가 부적절한 접속을 할 경우에는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사실 기술적으로야 구글과 국내 여러 포털사이트의 문자 인증방법은 기술적으로 거의 대동소이 하다. 그런데도 이런 차이가 생겨난 이유는 외국과 우리의 ‘고객을 보는 태도’ 때문일 것이다.
 
국내 업체들은 서비스 사용자를 ‘진짜가 맞냐’고 확인하는 게 목적이었다. 서비스를 설계할 때 부터 선량한 대다수 이용자를 언제든 해킹이 가능한 잠재위험군으로 본 셈이다. 하지만 구글 서비스는 본인이 아닌 사람이라고 의심이 드는 경우에만 확인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기술이 같아도 서비스 마인드 자체가 다르니 사용성에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것이다.
 
기술의 발전은 중요하다. 첨단 보안기술을 개발하는 일도, 기존에 없던 새로운 보안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분명 의미있는 일이다. IT분야 강국이라고 까지 불렸던 우리나라는 이런 기술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술은 사람의 의도를 표현하는 수단이다. 외국의 첨단 전자기기가 기술면에서 우리나라 제품보다 뛰어나다고 보긴 어렵지만 그럼에도 ‘명품’ 대접을 받으며 몇 배가 넘는 값에 팔려 나간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년부터 기업 연구인력 지원을 큰 폭으로 확대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지난 해 210억 원 수준이던 것을 올해 300억 원까지 늘리겠다니 1.5배 이상 증액한 셈이다. 목적은 기업에 우수한 연구인력을 공급해 기술혁신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분명 필요한 지원이겠지만, 여전히 ‘우리만의 명품화’ 전략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감추기도 어렵다. 
 
우리나라 과학, 산업계에 필요한  것은 남들보다 더 뛰어난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보는 눈이다. 충분한 기술을 갖췄다면 이제는 문화를 키워야 할 때라는 의미다. 그래야 우리도 명품 반열에 오른 제품, 남들이 흉내내지 못하는 1등 서비스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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