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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사라진 과학계 별들](1)독일 과학계 구조조정을 이끈 ‘후베르트 마르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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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사라진 과학계 별들](1)독일 과학계 구조조정을 이끈 ‘후베르트 마르클’

2015.12.21 17:37

지난 세 해 마지막 과학카페에서 필자는 ‘과학은 길고 인생은 짧다’라는 제목으로 그해 타계한 과학자들의 삶과 업적을 뒤돌아봤습니다.

 

어느새 2015년도 며칠 남지 않았네요. 올 한 해도 여러 저명한 과학자들이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이번에도 마지막 과학카페에서 이들을 기억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과학저널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부고가 실린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네이처’에는 ‘부고(obituary)’, ‘사이언스’에는 ‘회고(retrospective)’라는 제목의 란에 주로 동료나 제자들이 글을 기고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올해 ‘네이처’에는 17건, ‘사이언스’에는 4건의 부고가 실렸습니다. 두 저널에서 함께 소개한 사람은 두 명입니다. 두 곳을 합치면 모두 19명이나 되네요. 이들을 사망한 순서에 따라 한 사람씩 소개합니다.

 

★후베르트 마르클 (1938. 8.17 ~ 2015. 1. 8) 독일 과학계 구조조정을 이끈 동물학자

 

후베르트 마르클 - Wolfgang Filser/막스플랑크학회 제공
후베르트 마르클 - Wolfgang Filser/막스플랑크학회 제공

1990년 독일 통일은 같은 분단국이었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부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다른 체제에 있던 두 나라가 하나로 다시 합쳐지는 과정에서 숱한 어려움이 있었고 아직도 갈등이 남아있다고 한다.

 

과학계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독일 통일 이후 과학계 재정비에 큰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동물학자 후베르트 마르클(Hubert Markl)이다.

 

1938년 레겐스부르크에서 태어난 마르클은 뮌헨대에서 생물학과 화학, 지리학을 공부했다. 이곳에는 마르틴 린다우어, 콘라드 로렌츠, 칼 폰 프리시 같은 저명한 동물행동학자들이 포진해 있었고 이들의 영향을 받은 마르클은 1962년 동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하버드대와 록펠러대에서 박사후연구원 생활을 한 마르클은 독일 프랑크프루트 괴테대에서 1967년 사회적 곤충의 의사소통 행동을 주제로 강사 자격증을 얻었다. 이듬해 다름슈타트공대 교수가 됐고 1974년 콘스탄츠대으로 옮겼다.

 

이처럼 학자로서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던 마르클은 같은 해 독일연구재단의 위원으로 선출되며 새로운 재능을 발견한다. 즉 과학행정가로서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했던 것. 1986년 48세의 나이로 재단 최연소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장기연구를 지원하는 연구비를 늘리고 박사과정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동독연구자들에게 연구비를 신청할 기회를 주는 등 개혁을 단행했다.

 

마르클은 독일이 통일되고 3년이 지난 1993년 설립된 베를린-브란덴부르크 과학인문학학회 초대 회장으로 선출돼 동서독 학계의 통합에 기여했다. 1996년에는 막스플랑크학회 회장에 취임해 구동독 지역에 연구소 열여덟 곳을 설립하는 계획을 진행했다. 동시에 일부 반대를 무릅쓰고 시대에 뒤떨어진 연구소를 정리하는 작업도 추진했다. 2002년까지 재직하는 동안 학회의 책임자 자리 226개 가운데 153개 자리의 주인이 바뀌었을 정도로 구조개혁의 강도가 높았다.

 

한편 1997년부터 막스플랑크학회의 전신인 카이저빌헬름학회의 제3제국 시절 행적에 대한 연구를 시작해 2001년 결과를 발표했다. 마르클은 당시 학회 회원들이 유태인들을 추방하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한 사실을 인정하고 공식사과했다. 여전히 분단과 일본의 무반성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우리에게 마르클의 삶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 필자소개

서울대 화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4권, 2012~2015),『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2014)가 있고, 옮긴 책으로 『반물질』(2013), 『가슴이야기』(2014)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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