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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사라진 과학계 별들](2)거대 잠자리의 비밀을 풀어낸 지구화학자 ‘로버트 버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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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사라진 과학계 별들](2)거대 잠자리의 비밀을 풀어낸 지구화학자 ‘로버트 버너’

2015.12.22 10:22

지난 세 해 마지막 과학카페에서 필자는 ‘과학은 길고 인생은 짧다’라는 제목으로 그해 타계한 과학자들의 삶과 업적을 뒤돌아봤습니다.
 
어느새 2015년도 며칠 남지 않았네요. 올 한 해도 여러 저명한 과학자들이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이번에도 마지막 과학카페에서 이들을 기억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과학저널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부고가 실린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네이처’에는 ‘부고(obituary)’, ‘사이언스’에는 ‘회고(retrospective)’라는 제목의 란에 주로 동료나 제자들이 글을 기고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올해 ‘네이처’에는 17건, ‘사이언스’에는 4건의 부고가 실렸습니다. 두 저널에서 함께 소개한 사람은 두 명입니다. 두 곳을 합치면 모두 19명이나 되네요. 이들을 사망한 순서에 따라 한 사람씩 소개합니다.
 
로버트 버너 (1935.11.25 ~ 2015. 1.10) 이산화탄소 순환 모형을 만든 지구화학자

 

 

로버트 버너 - 예일대 제공
로버트 버너 - 예일대 제공

고생대 석탄기 화석 가운데는 오늘날 비둘기보다도 큰 거대잠자리 메가네우라도 있다. 어떻게 곤충이 이렇게 크게 자랄 수 있었고 왜 멸종했을까.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을 준 지구화학자 로버트 버너(Robert Berner)가 올 초 오랜 투병 끝에 타계했다.

 

1935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이리에서 태어난 버너는 지질학도인 형 폴의 영향으로 미시건대에서 지질학을 전공했고 1962년 하버드대에서 퇴적물의 황화철 형성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시카고대를 거쳐 1965년 예일대에 자리를 잡은 버너는 2007년 은퇴할 때까지 42년 동안 봉직했고 이후 명예교수직을 유지했다.

 

버너는 퇴적물에서 광물이 형성되는 메커니즘을 수식화했고 퇴적물 속성작용(sediment diagenesis)이라는, 생물적 화학적 과정이 개입되는 분야를 개척했다. 그는 이 과정이 궁극적으로 해양의 영양 균형과 대기의 산소 및 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절한다는 이론을 내놓았다. 1980년대 초 버너는 동료 지구화학자 로버트 개럴스, 안토니오 라사가와 함께 지질학적 시대에 걸친 지구 대기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를 제시한 BLAG 모형을 개발했다.

 

한편 이 모형을 응용해 대기 산호 농도의 변화를 재구성할 수 있었는데, 그 결과 거대잠자리가 살았던 석탄기에 대기의 산소비율이 35%에 이르렀던 것으로 나타났다. 순환계가 없이 확산으로 산소를 공급하는 곤충의 몸 크기는 산소비율에 큰 영향을 받는다.

 

1982년부터 1988년까지 버너의 실험실에서 박사과정학생이었던 돈 캔필드 남덴마크대 교수는 ‘네이처’에 실린 부고에서 스승의 학술업적 뿐 아니라 학생들을 챙기는 인간적인 면모도 소개했다. 버너 교수는 음악 소양도 대단해서 뛰어난 피아니스트였을 뿐 아니라 클래식을 작곡하기도 했다. 2007년 교수직을 물러난 뒤에는 음악에 더욱 심취했다고 한다.

 

※ 필자소개

서울대 화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4권, 2012~2015),『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2014)가 있고, 옮긴 책으로 『반물질』(2013), 『가슴이야기』(2014)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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