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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 논쟁 총정리] 누에는 ‘나방’, 안타깝게도 ‘누에는 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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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24일 15:18 프린트하기

누에의 정체에 대한 논란이 한참입니다. 누에가 나방일지, 나비일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한번 알아봤습니다. 누에는 나방일까요? 아님 나비일까요?

 

● 나비와 나방 구분… 더듬이 모양, 날개 접는 방식, 몸통 모양으로 ‘대세’ 따라 구분

 

누에(Bombyx mori) 는 나비목 누에나방과의 곤충입니다. 생물학적 분류에서 좀더 큰 분류인 ‘목’을 이용하면 나비지만 보통 동물을 분류할 때 사용하는 ‘과’를 이용하면 나방입니다.

 

나비와 나방을 구분하는 방법은 매우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더듬이가 가늘고 길면 나비, 굵거나 빗 모양, 곤봉 모양이면 나방라는 식입니다. 앉아있을 때 날개를 세우고 앉으면 나비, 활짝 펴고 있으면 나방으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낮에 활동하면 나비, 밤에 활동하면 나방이라는 활동 시간에 따른 분류도 있지요. 때로는 색이 화려하면 나비, 그렇지 않으면 나방이라고 구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분류 기준은 모든 나비와 나방에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길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팔랑나비과 나비들은 앉았을 때 세우기도 하고, 펼치기도 합니다. 하다못해 이 글을 보는 독자 여러분도 언젠가 만났던 호랑나비나 제비나비가 날개를 눕힌 채로 꽂에 앉아서 꿀을 빠는 모습을 보셨을 테니까요.

 

과연 제비나비를 앉은 모양 때문에(왼쪽) 나방이라고 할 수 있을까?  - Alpsdake(W) 제공
과연 제비나비를 앉은 모양 때문에(왼쪽) 나방이라고 할 수 있을까?  - Alpsdake(W) 제공

 

 

또 낮에 활동하는 나방도 있습니다. 몸통이 통통해 때로 작은 새라고 오해하기도 하는 박각시류는 나방으로 불리지만 낮에 활동합니다. 마치 벌새처럼 꽃에 앉지도 않고 날개를 빠르게 퍼덕이며 공중에 떠서 꿀을 빨아 먹지요.

 

즉 나비와 나방을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대체적인 경향에 따라 ‘이러이러하면 나방이다’라고 구분하는 것이지요.

 

● 빗살 모양 더듬이, 통통한 몸, 단조로운 색…누에 ‘나방’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에는 ‘나방’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습니다. 더듬이는 굵은 데다 빗살 모양이고, 색도 단조롭습니다. 앉아있을 때도 몸에 비해서 작은 날개를 세우지 않고 펼쳐 놓고 있습니다. 몸통은 제대로 날수 없을 정도로 통통합니다.

 

더듬이, 몸통, 색… 뭘로 봐도 나방인데…. - CSIRO(W) 제공
더듬이, 몸통, 색… 뭘로 봐도 나방인데…. - CSIRO(W) 제공

 

 

필자는 어린 시절, 누에를 길러 봤습니다. 어디선가 얻어왔던 애벌레 대여섯 마리였는데요. 지금 추측하기로는 애벌레의 4번째 단계인 4령 애벌레였던 것 같습니다. 하루 종일 뽕나무 잎을 사각사각 갉아 먹으면서 한 번 허물을 벗었고, 그 다음에 실을 뿜으며 고치를 쳤거든요.

 

실제로 누에는 알에서 깨어난 뒤 뽕나무 잎을 먹고 자라며 애벌레 시절인 약 20일 동안 4번의 허물을 벗습니다. 애벌레에서 번데기가 되는 다섯 번째 허물벗기는 눈으로 볼 수 없습니다. 고치를 다 만든 뒤, 그 안에서 진행이 되니까요.

 

뽕나무 잎을 주식으로 삼는 애벌레. 조용한 곳에서 들으면 사각사각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맹렬히 먹는다.  - Fastily(W) 제공
뽕나무 잎을 주식으로 삼는 애벌레. 조용한 곳에서 들으면 사각사각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맹렬히 먹는다.  - Fastily(W) 제공

 

 

누에나방이 뚫고 나온 누에고치. 아이고 저 아까운 비단실….  - CameliaTWU(F) 제공
누에나방이 뚫고 나온 누에고치. 아이고 저 아까운 비단실….  - CameliaTWU(F) 제공

누에고치는 생각보다 매우 단단합니다. ‘세리신’이라는 물질이 누에고치의 실의 주 성분인 ‘피브로인’ 섬유를 단단하게 붙잡아주기 때문이지요. 고치 속에서 번데기로 지내던 누에는 다시 한 번 허물을 벗어 성충이 된 뒤 입에서 염기성 용액을 내 뿜어 세리신을 녹이고 고치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고치 밖으로 나와서 멀리 갈 필요는 없습니다. 이미 주변에 갓 태어난 수많은 누에나방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지요. 수컷은 암컷의 꽁무늬에서 나오는 페로몬 향을 맡고 엉성하게 걸어간 뒤 짝짓기를 합니다. 짝짓기 뒤에 암컷은 자신이 애벌레 시절에 만들었던 고치 위에 알을 낳고, 죽습니다. 뽕나무잎만 있다면 태어난 자리에서 먹고, 자고, 고치를 짓고, 짝짓기를 한 뒤 알을 낳는 셈입니다.

 

● 전세계 인간의 사랑을 받는 비단 탓에 생존 능력은 바닥

 

고치에서 갓 나온 누에나방이 큰 노력 없이 주변에서 짝짓기를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이 이미 주변에 준비해놨기 때문입니다. 누에가 번데기 시절을 보내기 위해 만드는 고치는 인간에게 아주 중요한 물건이 됐거든요. 이 고치에서 실을 뽑아 천을 만들면 예나 지금이나 아주 비싼 값에 팔 수 있습니다. 바로 아름다운 광택을 가진 ‘비단(=실크, 명주)’을 만들 수 있다는 말입니다.

 

비단이 예부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는 역사책에 등장하는 단어 하나로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아름답고 질이 좋은 천을 갖기 위해 머나먼 중국에서 유럽까지 비단을 실어 날랐던 ‘실크로드’로도 비단의 중요성을 설명할 수 있지요. 아주 부드러운 감촉을 설명할 때 ‘비단결같은’이라는 수식어를 쓰기도 하고요.

 

이 때문에 누에는 약 3000년 전부터 인간에 의해 길들여졌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인간은 누에가 험난한 자연에서 싸우지 않아도 충분히 생존할 수 있도록 이상적인 환경을 만들어줬고, 누에는 결국 자연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상태가 됐지요. 주변에 먹이가 풍부하고 천적이 없고, 짝짓기를 할 상대는 바로 가까이에 준비된 덕에 날개는 퇴화되고, 덩치는 커졌습니다. 인간과 누에 입장에서는 서로 ‘윈윈’이었지요. 인간은 누에가 날아서 달아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누에는 앉은 자리에서 종족 번식을 위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었으니까요.

 

날개를 펼치면 뭘 하나…. 못 날아, 못 난다고! (*주의* 누에나방이 앉아있는 곳은 손가락입니다.) - Fernando Cuenca(F) 제공
날개를 펼치면 뭘 하나…. 못 날아, 못 난다고! (*주의* 누에나방이 앉아있는 곳은 손가락이며, 수컷은 가끔 날기도 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 Fernando Cuenca(F) 제공

  

다만 실제로 어른이 될 기회를 얻는 누에는 아주 일부에 불과합니다. 왜냐하면 비단실을 얻기 위해서는 누에고치를 풀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5령 애벌레가 고치를 만들고 번데기가 되면 뜨거운 물에 삶아 고치실의 표면을 덮고 있는 단단한 물질, 세리신을 녹여냅니다. 그리고 한 가닥씩 풀어 비단 실을 만들지요. 세리신을 녹여야만 비단실의 원료이자, 비단 광택을 만드는 피브로인 섬유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고치 하나에서 풀어낼 수 있는 섬유는 무려 1~1.5km. 이 섬유를 꼬아서 실을 만들고, 실로 천을 만들면 비단이 되는 거랍니다.

 

어른이 돼서 짝짓기를 하고 종족을 번식시킬 수 있는 누에는 아주 일부다. 이런 기회를 누릴 수 있는 누에가 누가 될지는 전적으로 인간의 손에 달렸다. - Oakenking(W) 제공
어른이 돼서 짝짓기를 하고 종족을 번식시킬 수 있는 누에는 아주 일부다. 이런 기회를 누릴 수 있는 누에가 누가 될지는 전적으로 인간의 손에 달렸다. - Oakenking(W) 제공

  

참고로 열기로 죽은 번데기는 길거리 간식으로 유명한 ‘번데기’가 됩니다. 번데기 좋아하세요? 전 좀 좋아하는데….

 

(☞클릭해서 사러가기) 번데기가 된 누에의 마음을 직접 느껴보세요. 과학동아몰에 오시면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을 수 있는 간단한 실험 키트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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