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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문화 체계 흔들린다… ‘슈퍼 엘니뇨’가 의미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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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27일 18:00 프린트하기

태평양 엘니뇨 감시구역의 해수면 온도를 보여주는 위성사진. 왼쪽은 1997년 10월 2일, 오른쪽은 이달 1일 모습. 해수 온도가 높을수록 붉은색이 진하게 나타나는데, 올해 해수면 온도는 강한 엘니뇨가 발생한 1997년 당시만큼 높다. -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태평양 엘니뇨 감시 구역의 해수면 온도를 보여주는 위성 사진. 왼쪽은 1997년 10월 2일, 오른쪽은 올해 10월 1일. 해수 온도가 높을수록 붉은색이 진하게 나타나는데, 올해 해수면 온도는 강한 엘니뇨가 발생한 1997년 당시 만큼 높다. -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12월 중순. 지구 북반구 중위도권 국가라면 한 겨울 날씨 속에 눈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맞이해야 정상이다. 하지만 올해는 유독 겨울 답지 않은 날씨가 세계적으로 지속되고 있다.
 
해마다 겨울이면 사람들이 몰려 스케이트를 즐기던 캐나다 토론토 시청 앞 스케이트장은 크리스마스 당일 낮 기온이 15도까지 올랐다. 20도를 훌쩍 넘은 미국 뉴욕에선 공원을 찾은 아이들이 푸른 잔디 위에서 반바지와 반팔을 입고 뛰어놀았다.
 
북미 지역만 이랬던 건 아니다. 유럽도 올해 몸살을 앓고 있다. 만년설로 유명한 유럽의 알프스 지역은 기온이 영상 10도까지 올라 흙바닥이 드러났다. 영국 중북부 지역은 이상 고온 현상에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몇 주째 이어졌다. 결국 크리스마스 아침에 눈이 아니라 ‘폭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긴급 각료회의를 열기도 했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우리나라도 올해 역대 유례가 없는 ‘더운 겨울’을 겪고 있다. 11월엔 반팔을 입고 집 근처 산책을 나갔고, 12월 중순까지도 비가 내렸다. 크리스마스면 대부분의 스키장이 모든 슬로프를 오픈하고 매서운 겨울을 즐길 시기지만 올해 서울 근교 스키장들은 날이 다시 추워질 때 까지 임시 폐장을 고민해야 했다.
 
기자가 취미로 스키를 탄 건 올해로 20년 째. 이 기간 동안 올해 만큼 늦게 추위가 시작한 적은 없었다. 다행히(?)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차가운 날씨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27일 아침 차 유리창에 얼어붙은 성애를 긁어내며 ‘이제야 겨울이 온 건가’ 싶은 생각에 다소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
 
최근 잇따르는 이상기후 현상을 놓고 태양 활동에 따라 지구 온도가 오르내리는 ‘주기설’을 원인으로 보는 경우도 있고, 지구온난화 영향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어떤 것이 진실에 가까운지는 과학자들의 연구결과가 더 모인 후 합리적 판단을 내리는 수밖에 없지만, 지금의 기후가 과거와 큰 차이가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올해 이상기후의 원인은 ‘엘니뇨’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적도 인근 바닷물 온도가 평소보다 올라가는 현상. 특히 그 중에서도 남아메리카 페루 및 에콰도르의 서부 열대 해상에서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을 엘니뇨라고 부른다. 과학적으로 정확한 기준은 적도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소보다 0.5도 이상 올라간 상태로 5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를 의미한다.
 
기껏 바닷물 온도가 0.5도 올라간 것이 무슨 영향이 있겠냐고 하지만 이는 지구의 열순환과 관계가 있다. 북극해에서 차가워진 바닷물이 가라 앉아 바다 밑 해류를 타고 지구 전체로 이동해야 하는데, 그 힘이 약해진 까닭이다.
 
해저에서 올라오는 찬 바닷물과 영양물질이 줄어드니 물고기마저 적게 잡힌다. 해류의 변화가 생겨 겨울에 따뜻하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북아시아 지방은 강수량도 크게 늘어난다. 올 겨울 따뜻하고 비가 많이 온 것은, 또는 올 것이라는 예보는 이 때문이다. 엘니뇨란 이름은 스페인어로 ‘아기 예수’란 뜻인데, 물고기 수확이 줄어드니 크리스마스 파티를 간소하게 열던 데서 비롯됐다.
 
사실 엘니뇨는 보통 2~7년을 주기로 1만 년 이상 반복돼 나타난 현상이다. 이것이 산업화가 이뤄진 20세기 후반부터 지구 전체 기후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 시작해 뒤늦게 과학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하고 있다. 영하 5도까지 떨어질 추위가 1~2도 남짓 밖에 기록되지 않았다는 식의 오차야 자주 있는 일이지만, 12월 크리스마스 이브에 낮 기온이 영상 20도를 오르내리는 이상기온 상황을 어찌 이해해야 할까 짐짓 당혹스러운 기분이 든다.
 
이런 특이 엘니뇨는 지구온난화와 영향이 크다는 해석이 많다. 북극해 연안이 차가운 물을 충분히 해저로 밀어 보낼 만큼 춥지 못하니 벌어지는 일이라는 것이다. 지금처럼 기온의 변화가 계속된다면, 지구 전역의 기온 변화는 둘째 치더라도, 예상하지 못한 기온 변화로 세계 각국의 날씨 체계 자체가 변화될 거라는 우려가 있다. 사철이 뚜렷한 한국, 눈이 많이 오는 북해도는 역사책 속 이야기로 남을 수 있다는 의미다.
 
기후가 문화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사철 밝은 태양을 볼 수 있는 스페인이나 브라질 사람들은 외향적인 반면, 맑은 날을 보기 어려운 영국에선 철학과 문학이 발달했다. 지겹도록 쏟아지는 눈 때문에 겨울이면 집에 틀어박혀 조그만 기계 부품을 만지며 소일해야 했던 스위스는 세계적인 시계 명산지가 됐다. 건기엔 비 한 방울 보기 어려운 베트남 전역에선 승용차보다 오토바이가 교통수단으로 더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겨울 문화는 또 어떤가. 전 세계 스키 기술은 그 뿌리가 북유럽이다. 그 중에서도 산악지방용 스키 장비와 기술을 알파인 스키, 즉 알프스 식 스키라고 부르고, 평지를 빠르게 걸어서 이동하는 스키를 노르딕 스키, 즉 노르웨이 식 스키라고 부른다. 일본과 우리나라도 그 문화를 받아 들여 독자적인 스키 문화를 수십 년 이상 발전시켜 왔다.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지만, 이런 흐름이 계속된다면 지구촌에 사는 우리네 문화가 뿌리부터 흔들릴지도 모른다. 지구온난화는 이제 피할 수 없는 변화이니 그에 순응하고 대응하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일 수도 있다. 그 변화가 어떤 원인에서 일어났고, 우리 인간들은 어떤 대응을 해야 할지, 우리들이 지구라는 자연 속에서 꽃피워 온 다양한 문화들은 어떻게 유지하고, 또 발전시켜 나가야 할지, 조속한 연구와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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