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2015년 사라진 과학계 별들](7)공룡발굴에 헌신한 조피아 카일란-자우오로우스카

통합검색

[2015년 사라진 과학계 별들](7)공룡발굴에 헌신한 조피아 카일란-자우오로우스카

2015.12.28 15:24

지난 세 해 마지막 과학카페에서 필자는 ‘과학은 길고 인생은 짧다’라는 제목으로 그해 타계한 과학자들의 삶과 업적을 뒤돌아봤습니다.
 
어느새 2015년도 며칠 남지 않았네요. 올 한 해도 여러 저명한 과학자들이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이번에도 마지막 과학카페에서 이들을 기억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과학저널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부고가 실린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네이처’에는 ‘부고(obituary)’, ‘사이언스’에는 ‘회고(retrospective)’라는 제목의 란에 주로 동료나 제자들이 글을 기고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올해 ‘네이처’에는 18건, ‘사이언스’에는 4건의 부고가 실렸습니다. 두 저널에서 함께 소개한 사람은 두 명입니다. 두 곳을 합치면 모두 20명이나 되네요. 이들을 사망한 순서에 따라 한 사람씩 소개합니다.

 

★조피아 카일란-자우오로우스카 (1925. 4.25 ~ 2015. 3.13) 몽골 사막에서 놀라운 화석들을 발굴한 고생물학자

 

조피아 카일란-자우오로우스카 - 폴란드과학원 고생물학연구소 제공
조피아 카일란-자우오로우스카 - 폴란드과학원 고생물학연구소 제공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융남 관장(현 서울대 지구과학부 교수)은 지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 동안 매년 여름 40여 일 동안 몽골 고비사막에서 공룡화석을 탐사하는 ‘한국-몽골 국제공룡탐사’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이 프로젝트의 최대 성과는 50년 동안 미스터리로 남아있던 공룡 데이노케이루스(Deinocheirus)의 실체를 밝힌 것이다. 이 박사팀은 지난해 학술지 ‘네이처’에 논문을 실었고 이 박사는 이 업적으로 ‘올해의 과학자상’을 받기도 했다.

 

데이노케이루스는 거대한 타조공룡류로 지금까지 발견된 이족보행을 하는 공룡 가운데 가장 큰 팔을 지니고 있다. 1965년 폴란드-몽골 고생물탐사대가 고비사막 알탄울라에서 보존 상태가 거의 완벽한 어깨뼈와 팔뼈 한 쌍을 발굴했는데, 팔 길이가 무려 2.4미터였다.

 

그러나 다른 부위의 화석이 없어 이 공룡의 실체를 두고 반세기 가까이 논란이 계속됐고 이 박사팀의 발굴로 상황이 종료됐다. 1965년 몽골 탐사를 이끈 폴란드의 고생물학자 조피아 카일란-자우오로우스카(Zofia Kielan-Jaworowska) 박사가 지난 3월 13일 90세로 타계했다.

 

1925년 폴란드 소콜로 포들라스키에서 태어난 카일란-자우오로우스카는 나치 치하에서 불행한 청소년기를 보냈다. 나치의 금지령을 어기고 비밀리에 바르바샤대학에서 청강을 했고 열다섯 살부터는 폴란드 레지스탕스에서 위생병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독일이 물러나고 1945년 바르샤바동물박물관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며 재건을 도왔다. 이때 무척추 고생물학자인 로만 코즐로스키의 눈에 들어 그를 지도 교수로 바르샤바대에서 1952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카일란-자우오로우스카는 삼엽충을 비롯한 고생대 해양무척추동물을 집중적으로 연구했고 1961년 폴란드과학원 산하 고생물학연구소 소장이 됐다.

 

때마침 폴란드과학원은 몽고와 고생물학 탐사를 하기로 협정을 맺었고 카일란-자우오로우스카가 1963~1971년에 걸쳐 여러 차례 탐사를 이끌었다. 이때 발굴한 유명한 공룡화석으로 앞에 언급한 데이노케이루스의 거대한 팔과 함께 영화 ‘쥬라기 공원’으로 유명해진 소형 육식공룡 벨로키랍토르가 초식공룡 프로토케랍스트와 엉켜있는 화석이 있다. 오늘날로 치면 치타가 영양을 덮치는 장면에 해당할 것이다.

 

탐사를 계기로 척추동물, 특히 초기 포유류 화석 연구로 관심을 돌린 카일란-자우오로우스카는 당시 동서 냉전체제였음에도 서구학계와 교류를 갖기 위해 노력했다. 프랑스, 영국 고생물학자들과 공동으로 오늘날 설치류 비슷하게 생긴 소형 포유류인 네멕트바타르(Nemegtbaatar)와 출산바타르(Chulsanbaatar)의 두개골을 세밀하게 분석하는 등 포유류의 기원과 초기 진화 연구에 많은 기여를 했다.

 

2004년 카일란-자우오로우스카가 루오 제시, ‘네이처’에 부고를 쓴 리처드 시펠리 미국 샘노블박물관 학예사와 공저한 책 ‘공룡시대의 포유류(Mammals From the Age Of Dinosaurs)’는 이 분야의 고전으로 남아있다.

 

카일란-자우오로우스카 이끄는 탐사대가 1971년 몽골에서 발굴한 벨로키랍토르와 프로토케라톱스가 싸우고 있는 화석(왼쪽). 이 장면을 오른쪽 그림으로 보면 상황을 좀 더 확실히 알 수 있다. - 유야 타마이 & 라울 마틴 제공
카일란-자우오로우스카 이끄는 탐사대가 1971년 몽골에서 발굴한 벨로키랍토르와 프로토케라톱스가 싸우고 있는 화석(왼쪽). 이 장면을 오른쪽 그림으로 보면 상황을 좀 더 확실히 알 수 있다. - 유야 타마이 & 라울 마틴 제공

※ 필자소개

서울대 화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4권, 2012~2015),『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2014)가 있고, 옮긴 책으로 『반물질』(2013), 『가슴이야기』(2014)가 있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10 + 1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

    관련 태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