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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사라진 과학계 별들](12)대멸종설을 주장한 고생물학자 ‘데이비드 라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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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사라진 과학계 별들](12)대멸종설을 주장한 고생물학자 ‘데이비드 라우프’

2016.01.02 09:00

연말마다 마지막 과학카페에서 필자는 ‘과학은 길고 인생은 짧다’라는 제목으로 그해 타계한 과학자들의 삶과 업적을 뒤돌아봤습니다.
 
2015년도 한 해도 여러 저명한 과학자들이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이번에도 이들을 기억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과학저널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부고가 실린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네이처’에는 ‘부고(obituary)’, ‘사이언스’에는 ‘회고(retrospective)’라는 제목의 란에 주로 동료나 제자들이 글을 기고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올해 ‘네이처’에는 18건, ‘사이언스’에는 4건의 부고가 실렸습니다. 두 저널에서 함께 소개한 사람은 두 명입니다. 두 곳을 합치면 모두 20명이나 되네요. 이들을 사망한 순서에 따라 한 사람씩 소개합니다.

 
★데이비드 라우프(1933. 4.24 ~ 2015. 7. 9) 주기적 대멸종설을 주장한 고생물학자

 

1984년 2600만 년 주기 대멸종설을 담은 논문을 발표한 잭 셉코스키(왼쪽)과 데이비드 라우프 - PNAS 제공
1984년 2600만 년 주기 대멸종설을 담은 논문을 발표한 잭 셉코스키(왼쪽)과 데이비드 라우프 - PNAS 제공

지금이 인류에 의한 여섯 번째 대멸종 시기라고 하지만 지구 역사에서 수도 없이 크고 작은 멸종이 일어났다. 그 결과 지구에 살았던 생물종의 99%이상이 멸종됐다고 한다. 다윈의 진화론에 따르면 자연선택에서 밀린 종들이 멸종의 길을 걸었지만 몇몇 과학자들은 실제 멸종된 종의 대다수는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로 순식간에 사라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7월 9일 82세로 타계한 고행물학자 데이비드 라우프(David Raup)도 그런 사람으로 특히 1984년 동료 잭 셉코스키와 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한 2600만 년 주기 멸종설로 유명하다.

 

1933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태어난 라우프는 시카고대에서 지질학을 전공하고 하버드대에서 고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몇몇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1978년 시카고 필드박물관 지질학 책임자로 옮겼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1982년 대학(시카고대)으로 돌아갔다.

 

라우프는 화석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형태가 모두 적응의 결과인 것은 아니며 그저 우연의 산물일수도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진영에는 대니얼 심벌로프, 스티븐 제이 굴드, 토머스 쇼프 등이 포진해 있었다. 라우프는 어떤 생물 그룹의 등장과 소멸이 적응의 결과만이 아님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입증하기도 했다.

 

라우프를 유명하게 만든 2600만 년 주기 멸종설은 지난 2억 5000만 년에 걸친 화석을 비교분석한 결과로, 1984년 논문에서 이 기간 동안 열두 번의 대멸종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1980년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서 발견된 칙술루부 크레이터가 6600만 년 전 충돌한 소행성의 흔적으로 공룡 대멸종의 결정적인 원인으로 추정되면서 논문은 많은 관심을 끌었다.

 

심지어 몇몇 천문학자들은 주기적인 대멸종이 태양의 짝별 때문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즉 심한 타원 궤도를 지닌 짝별(적색왜성 또는 갈색왜성)이 장주기혜성의 근원지인 오르트구름을 교란해 태양계로 향하는 혜성의 수를 늘려 대멸종을 초래했다고. 이 미지의 짝별을 네메시스라고 부르는데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다. 네메시스는 없고 따라서 주기적인 대멸종도 사실이 아니라고 믿은 사람들이 많다(네메시스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과학카페 79 ‘태양의 짝별 ’네메시스‘는 어디에?’ 참조). 

 

1971년 라우프는 동료 스티븐 스탠리와 함께 대학교재 ‘고생물학 원리(Principles of Paleontology)’를 펴냈고(한글판이 나왔지만 절판됐다), 일반인을 위한 교양과학책 ‘네메시스 사건(The Nemesis Affair, 1986)’과 ‘멸종(Extinction, 1991)도 냈다(둘 다 미번역). 이들 책에서 라우프는 대량멸종이 진화에 미친 영향이 큼을 보여주면서 대량멸종이 유전자가 나빠서라기보다는 불운의 결과일수 있다고 주장했다.

 

※ 필자소개

서울대 화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4권, 2012~2015),『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2014)가 있고, 옮긴 책으로 『반물질』(2013), 『가슴이야기』(2014)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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