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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사라진 과학계 별들](13)세포의 신호전달체계를 밝힌 세포생물학자 '앨런 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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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사라진 과학계 별들](13)세포의 신호전달체계를 밝힌 세포생물학자 '앨런 홀'

2016.01.03 12:00

연말마다 마지막 과학카페에서 필자는 ‘과학은 길고 인생은 짧다’라는 제목으로 그해 타계한 과학자들의 삶과 업적을 뒤돌아봤습니다.
 
2015년도 한 해도 여러 저명한 과학자들이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이번에도 이들을 기억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과학저널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부고가 실린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네이처’에는 ‘부고(obituary)’, ‘사이언스’에는 ‘회고(retrospective)’라는 제목의 란에 주로 동료나 제자들이 글을 기고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올해 ‘네이처’에는 18건, ‘사이언스’에는 4건의 부고가 실렸습니다. 두 저널에서 함께 소개한 사람은 두 명입니다. 두 곳을 합치면 모두 20명이나 되네요. 이들을 사망한 순서에 따라 한 사람씩 소개합니다.


 
★ 앨런 홀 (1952. 5.19 ~ 2015. 5. 3) 세포의 신호전달체계를 밝힌 세포생물학자

 

 

“세상에 태어난 때는 다르지만 떠날 때는 같이 갑시다.”

 

금슬 좋은 부부가 잠자리에 누워 두 손을 꼭 잡고 이런 말은 한다지만 아직 한창인 나이에 이렇게 죽는다면 불행한 일일 것이다. 오랫동안 공동연구를 하며 암의 세포생물학을 이끈 중견의 두 과학자가 불과 세 달 간격으로 세상을 떠나 관련 학계의 동료들을 탄식하게 했다. 미국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암센터의 앨런 홀(Alan Hall) 교수와 영국 암연구소의 크리스토퍼 마셜(Christopher Marshall) 박사다.

 

앨런 홀/ -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암센터 제공
앨런 홀/ -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암센터 제공

1952년 영국 반슬리에서 태어난 홀은 옥스퍼드대에서 화학을 공부한 뒤 미 하버드대에서 생화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뒤 영국 에든버러대와 스위스 취리히대에서 분자생물학으로 박사후연구원 생활을 했다. 화학에서 출발해 분자생물학을 연구하게 되는 전형적인 코스다.  

 

1980년 마흔 살에 런던에 있는 암연구소(ICR)의 소장으로 임명된 분자생물학자 로빈 와이스는 유망한 젊은 과학자들을 영입했는데, 먼저 마셜을 그리고 이듬해 홀을 데려왔다. 1993년 런던대(UCL)로 옮길 때까지 홀과 마셜은 찰떡궁합을 과시하며 놀라운 업적들을 쏟아냈다.

 

1980년대 초 이들은 발암유전자 N-Ras(라스)를 발견했다. 발암유전자란 그 자체가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아니라 돌연변이가 일어나 변이 단백질이 만들어지거나 발현량이 늘어 작용이 강화되면서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다. 이후 홀은 라스 단백질과 이와 관련된 Rho, Rac, Cdc42 같은 단백질의 기능을 밝히는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이들이 세포 내 골격인 액틴의 조립과 세포 운동성 등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1993년 런던대에 새로 설립된 분자세포생물학연구소(LMCB)로 옮긴 뒤 연구소가 자리를 잡는데 큰 역할을 했고 2000년 연구소장이 됐다. 2006년 미국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암센터로 옮긴 뒤에도 LMCB와 관계를 유지하며 양국 연구자들의 교류에 힘을 쏟았다. 30년여에 걸친 홀의 연구는 세포의 신호전달 메커니즘을 이해하는데 큰 기여를 했을 뿐 아니라 신호전달 오류의 결과인 암을 치료하는 약물 개발에도 큰 영감을 줬다.
  

 

※ 필자소개

서울대 화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4권, 2012~2015),『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2014)가 있고, 옮긴 책으로 『반물질』(2013), 『가슴이야기』(2014)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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