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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사라진 과학계 별들](16)16세에 논문을 발표한 ‘에릭 데이비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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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사라진 과학계 별들](16)16세에 논문을 발표한 ‘에릭 데이비슨’

2016.01.06 07:00

연말마다 마지막 과학카페에서 필자는 ‘과학은 길고 인생은 짧다’라는 제목으로 그해 타계한 과학자들의 삶과 업적을 뒤돌아봤습니다.
 
2015년도 한 해도 여러 저명한 과학자들이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이번에도 이들을 기억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과학저널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부고가 실린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네이처’에는 ‘부고(obituary)’, ‘사이언스’에는 ‘회고(retrospective)’라는 제목의 란에 주로 동료나 제자들이 글을 기고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올해 ‘네이처’에는 18건, ‘사이언스’에는 4건의 부고가 실렸습니다. 두 저널에서 함께 소개한 사람은 두 명입니다. 두 곳을 합치면 모두 20명이나 되네요. 이들을 사망한 순서에 따라 한 사람씩 소개합니다.



★에릭 데이비슨(1937. 4.13 ~ 2015. 9. 1) 성게 발생생물학의 아버지 잠들다

 

에릭 데이비슨 - Bob Paz/칼텍 제공
에릭 데이비슨 - Bob Paz/칼텍 제공

가끔 학부생이 SCI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실어 화제가 되곤 한다. 지난 9월 1일 타계한 생물학자 에릭 데이비슨(Eric Davidson)은 한술 더 떠 열여섯 살 때 단독저자로 논문을 발표하며 일찌감치 학계에 데뷔했다.

 

데이비슨은 1937년 뉴욕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모리스는 유명한 화가로 여름이면 프로빈스타운에서 여름예술학교를 열었다. 여기서 펜실베이니아대의 세포생리학자 헤일브룬 교수의 아내로 화가인 엘렌을 알게 됐다. 이 인연으로 모리스는 아들을 여름방학 때 우즈홀 해양생물학연구소에서 보내는 헤일브룬에게 보낸 것.

 

소년은 실험기기를 닦는 일을 할 줄 알았는데 헤일브룬이 부르더니 “여기서 일하는 사람은 누구나 자기 연구 프로젝트가 있어야 한다”며 연잎성게의 체액 응고 메커니즘을 연구해보라고 했고 결국 논문까지 쓰게 됐다.

 

1954년 펜실베이니아대 생물학과에 들어간 데이비슨은 헤일브룬의 실험실에서 지냈고 졸업뒤 대학원까지 이어 다니려고 했지만 헤일브룬은 당시 뜨는 분야인 유전자 발현을 연구해보라며 록펠러대의 분자생물학자 알프레드 머스키 교수에게 보냈다. 1963년 박사학위를 받은 뒤에도 계속 머물러 있던 데이비슨은 1971년 칼텍에 자리를 잡았다.

 

록펠러대에 있을 때 데이비슨은 카네기연구소의 로이 브리튼과 뜻이 맞아 공동연구를 많이 했다. 1919년 생으로 데이비슨보다 18세 연상인 브리튼은 맨해튼프로젝트에도 참여했던 물리학자로 생물로 관심을 돌려 생물리학을 연구했다(로이 브리튼의 삶과 업적은 과학카페 107 ‘과학은 길고 인생은 짧다 2’ 참조).

 

두 사람은 유전자 발현량을 분석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 두 사람이 1969년과 1971년 발표한 논문 두 편은 이 분야의 고전으로 남아있다.

 

1980년대 개발된 DNA재조합기술과 1990년대 등장한 고성능 염기서열분석법을 이용해 데이비슨은 해양생물인 성게의 발생과정을 분자차원에서 규명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많은 생물 가운데 성게를 택한 건 무척추동물이면서도 인간처럼 후구동물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 데이비슨은 성게게놈서열분석컨소시엄을 만드는데 구심점 역할을 했고 학술지 ‘사이언스’ 2006년 11월 10일자에 성게게놈해독 결과가 25쪽에 걸쳐 특집으로 실리며 그의 연구경력의 정점을 찍었다. 

 

‘사이언스’ 10월 30일자에 부고를 쓴 스미스소니언연구소의 고생물학자 더글라스 어윈에 따르면 데이비슨은 유전자 조절 네크워크를 정교한 논리회로라고 믿었고 실제 성게에서 이중부정논리게이트를 발견하고는 무척 기뻐했다고 한다. 즉 ‘어떤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유전자’로 이루어진 네트워크가 있다는 말이다.

 

데이비슨은 동료 이사벨 피터와 함께 쓴 책 ‘Genomic Control Process(게놈조절과정)’을 지난 2월 출간했는데, 결국 그의 유작이 됐다.

 

※ 필자소개

서울대 화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4권, 2012~2015),『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2014)가 있고, 옮긴 책으로 『반물질』(2013), 『가슴이야기』(2014)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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