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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사라진 과학계 별들](19)생명윤리 정책에 영향을 준 역사학자 ‘리사 자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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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사라진 과학계 별들](19)생명윤리 정책에 영향을 준 역사학자 ‘리사 자딘’

2016.01.09 07:00

연말마다 마지막 과학카페에서 필자는 ‘과학은 길고 인생은 짧다’라는 제목으로 그해 타계한 과학자들의 삶과 업적을 뒤돌아봤습니다.
 
2015년도 한 해도 여러 저명한 과학자들이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이번에도 이들을 기억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과학저널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부고가 실린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네이처’에는 ‘부고(obituary)’, ‘사이언스’에는 ‘회고(retrospective)’라는 제목의 란에 주로 동료나 제자들이 글을 기고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올해 ‘네이처’에는 18건, ‘사이언스’에는 4건의 부고가 실렸습니다. 두 저널에서 함께 소개한 사람은 두 명입니다. 두 곳을 합치면 모두 20명이나 되네요. 이들을 사망한 순서에 따라 한 사람씩 소개합니다.


★리사 자딘(1944. 4.12 ~ 2015.10.25) 영국의 생명윤리 정책에 영향을 준 역사학자

 

리사 자딘 - 리사 자딘 제공
리사 자딘 - 리사 자딘 제공

부러우면 지는 거라는 말이 있지만 필자는 영국사람들이 부럽다. 자기들이 쓰는 말이 국제공용어요 학교에서 배우는 영국사의 상당부분이 곧 세계사이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사도 예외는 아니다. 과학기술사에도 조예가 깊었던 영국의 역사학자 리사 자딘(Lisa Jardine)이 71세에 암으로 타계했다.

 

1944년 옥스퍼드에서 태어난 리사 브로노우스키의 아버지는 수학자이자 생물학자, 저술가인 유명인 제이콥 브로노우스키(Jacob Bronowski)로 국내에도 ‘인간 등정의 발자취’ 등 브로노우스키의 책이 여러 권 번역돼 있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케임브리지대에서 수학을 공부한 브로노우스키는 얼마 안 가 영문학으로 전과했고 르네상스 후기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9년 25세에 과학자 니콜라스 자딘과 결혼해 자녀 둘을 뒀지만 1979년 이혼했다. 하지만 그 뒤로도 자딘이라는 전 남편의 성을 계속 썼다.

 

탁월한 저술가인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아서인지 자딘도 전문서적과 교양서적을 열일곱 권이나 썼다. 이 가운데는 ‘The Curious Life of Robert Hook’(2003), ‘On a Grander Scale’(2002) 같은 과학자와 건축가(크리스토퍼 렌)의 전기도 있다. 자딘에게 저술가로 명성을 안겨준 대표작은 소비주의의 관점에서 르네상스를 재해석한 ‘Worldly Goods(상품의 역사)’(1996)로 그녀의 작품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어판(2003)이 나왔다(아쉽게도 현재 절판됐다).

 

런던대(UCL)의 르네상스연구 교수로 있던 자딘은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영국 보건국 산하 인간생식배아관리국(HFEA) 국장으로도 일했다.

 

이 기간 동안 수많은 공청회를 거쳐 여러 민감한 사안들이 검토됐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부모 셋 아이’ 합법화와 관련된 논의다(2015년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합법화됨). 즉 세포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의 게놈에 문제가 있는 여성의 난자에서 핵을 추출해 건강한 미토콘드리아가 있는 다른 여성의 핵을 뺀 난자에 넣어 인공수정을 해 미토콘드리아 결함으로 인한 유전병을 막는 방법이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아이의 엄마가 둘이라고 볼 수도 있다(핵 게놈을 준 엄마와 미토콘드리아 게놈을 준 엄마).

 

자딘은 아버지처럼 방송활동도 활발히 했고 전문지식을 대중들에게 전달하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었다. 자딘의 다른 책들(특히 로버트 훅의 전기)도 번역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 필자소개

서울대 화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4권, 2012~2015),『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2014)가 있고, 옮긴 책으로 『반물질』(2013), 『가슴이야기』(2014)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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