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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사라진 과학계 별들](20)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살다간 석유갑부 ‘모리스 스트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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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사라진 과학계 별들](20)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살다간 석유갑부 ‘모리스 스트롱’

2016.01.10 07:00

연말마다 마지막 과학카페에서 필자는 ‘과학은 길고 인생은 짧다’라는 제목으로 그해 타계한 과학자들의 삶과 업적을 뒤돌아봤습니다.
 
2015년도 한 해도 여러 저명한 과학자들이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이번에도 이들을 기억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과학저널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부고가 실린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네이처’에는 ‘부고(obituary)’, ‘사이언스’에는 ‘회고(retrospective)’라는 제목의 란에 주로 동료나 제자들이 글을 기고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올해 ‘네이처’에는 18건, ‘사이언스’에는 4건의 부고가 실렸습니다. 두 저널에서 함께 소개한 사람은 두 명입니다. 두 곳을 합치면 모두 20명이나 되네요. 이들을 사망한 순서에 따라 한 사람씩 소개합니다.

 
★모리스 스트롱(1929. 4.29 ~ 2015.11.27)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살다간 석유갑부

 

모리스 스트롱(가운데)은 1972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엔인간환경회의를 주관했다. - UN 제공
모리스 스트롱(가운데)은 1972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엔인간환경회의를 주관했다. - UN 제공

1929년 미국 뉴욕의 주가 대폭락으로 시작된 대공황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를 파탄시킨 사건이었다. 이해 4월 29일 캐나다 오크레이크에서 태어난 모리스 스트롱 역시 대공황의 폭탄을 맞아 힘겨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버지는 폐인이 되다시피 했고 어머니는 극도의 빈곤으로 정신병에 걸려 정신병원에서 죽었다. 스트롱은 2000년 출간한 자서전 ‘Where on Earth Are We Going?(도대체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나?)’에서 어린 시절 풀과 민들레를 먹으며 굶주린 배를 채웠다고 썼다.

 

열네 살에 고등학교를 중퇴한 스트롱은 돈을 벌어야겠다는 일념으로 여러 사업에 뛰어들었고 유전개발사업으로 큰돈을 벌었다. 하지만 스트롱에게 돈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었다. 재력을 갖게 된 스트롱은 ‘역사는 결코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신념을 공유한 레스터 피어슨 총리의 국가재건사업과 세계빈곤퇴치캠페인을 적극 도왔다. 피어슨은 캐나다 외무장관 시절 유엔 평화유지활동 창설 공로로 1957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사람이다. 

 

스트롱은 1969년부터 캐나다의 원조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1972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인간환경회의를 주재했다. 당시 많은 선진국들은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환경오염이 위협적이라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했고 제3세계는 이런 모임이 자신들을 영구적인 빈곤으로 묶어두려는 선진국의 음모라며 회의 개최를 반대하는 상황이었다. UN의 요청으로 UN환경계획(UNEP)의 초대 사무국장에 취임한 스트롱은 특유의 협상력을 발휘해 1972년 인간환경회의를 성사시켰다.

 

그리고 20년 뒤인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지구정상회의의 사무총장을 맡아 기후변화협약과 생명다양성협약을 이끌었다. 한편 2003년 북한 문제 담당 유엔 사무총장 특사로 일하다가 불미스런 사태에 연루돼 2005년 면직되기도 했다.

 

‘네이처’ 12월 24일자에 부고에서 저널리스트 에흐산 마수드는 뜻밖에도 UNEP을 통해 기후변화와 종다양성상실을 늦추려는 그의 노력이 ‘실패’했다고 쓰고 있다. 이는 물론 스트롱만의 탓은 아니고 당시 국제사회 지도자들의 인식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스트롱의 죽음은 구세대의 종말을 상징한다는 말이다.

 

※ 필자소개

서울대 화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4권, 2012~2015),『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2014)가 있고, 옮긴 책으로 『반물질』(2013), 『가슴이야기』(2014)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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