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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장영실 속 옥의 티] 동래에서 본 일식, 개성에선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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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장영실 속 옥의 티] 동래에서 본 일식, 개성에선 보이지 않는다?

2016.01.09 16:51

삼둥이 아버지, 송일국이 사극으로 돌아왔습니다. KBS 주말 드라마 ‘장영실’의 주인공으로 말입니다. ‘장영실’은 노비 출신 장영실이 신분의 벽을 뛰어넘고 벼슬에 올라 조선 초기 과학 르네상스를 일으킨 주역 중 하나입니다. 현대인들에겐 해시계, 자격루 같은 과학 물품의 발명가으로 알려져 있지요. 하지만 그의 삶에 대해 제대로 아는 분들은 많지 않을 겁니다. 발명품 이외에도 그거 얼마나 많은 업적을 남겼는지 드라마 ‘장영실’을 통해 만나볼 수 있을 듯 합니다.

 

● 북반구의 일식은 태양의 오른쪽부터 시작한다

 

드라마 ‘장영실’의 첫 장면은 달이 해를 가리는 진귀한 일식 장면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일식은 사극에서 인기 있는 소재입니다. 주로 국가에 큰 일이 일어날 것을 암시하곤 하지요. 2009년 큰 인기를 끈 드라마 ‘선덕여왕’에서도 일식을 다룬 적이 있습니다. 당시 선덕여왕은 ‘이번 일식은 이레 후 보름날 또는 그 다음날 일어난다’는 엄청난 과학적 오류가 담긴 명대사를 남겼습니다.

 

일식은 해가 먹히는 모습, 즉 달이 해를 가리는 현상을 말합니다. 지구와 태양 사이를 달이 지나갈 때 생기는 천체 현상이지요. 따라서 해 – 지구 - 달 순서로 놓인 보름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 넓은 우주 어디를 가더라도 행성(지구)의 위성(달)이 모성(해)을 가리는 식 현상이 보름에 일어나는 곳은 없습니다. 황당함의 대명사인 ‘안드로메다 은하’에 가더라도 말이지요. 달이 해 방향에 있어 낮에 떠있는 달을 볼 수 없는 그믐에만 일식이 일어납니다. 선덕여왕의 ‘이레 후 보름날, 또는 그 다음날 일어난다’는 말은 해가 서쪽에서 뜬다는 말과 다름없는 말이었습니다.

 

반면 조선의 과학을 다루는 ‘장영실’ 1화에서는 일식이 그믐에 일어난다는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동시에 치명적인 오류가 하나 있었습니다. 이 부분이 바로 드라마 ‘장영실’의 ‘옥의 티’가 되겠지요. 드라마 속 일식이 실제 일식과는 반대로 일어난 거지요.  

 

드라마 장영실 속에서 개기일식이 일어나는 장면. 북반구에 있는 우리나라는 개기일식이 태양의 왼쪽부터 가려진다. 사진처럼 오른쪽부터 가려지는 개기일식을 보기 위해서는 남반구인 호주로 가야한다. - KBS 제공
드라마 장영실 속에서 개기일식이 일어나는 장면. 북반구에 있는 우리나라는 개기일식이 태양의 오른쪽부터 가려진다. 사진처럼 왼쪽부터 가려지는 개기일식을 보기 위해서는 남반구인 호주로 가야한다. - KBS 제공

 달은 지구 주변을 반시계 방향으로 돌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식을 보면 해의 오른쪽부터 가리기 시작해 왼쪽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이 방향은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하면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는 방향입니다. 흔히 지구의 자전 때문에 달이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기 때문에 일식도 당연히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한다고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달이 해을 가리고 있는 동안 태양 역시 지구의 자전에 따라 동쪽에서 서쪽으로 움직입니다. 결국 달의 움직임에 지구 주변을 도는 공전 효과가 더해져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이 달보다 빨리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마치 달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지요. 이 때문에 일식도 해의 오른쪽, 그러니까 서쪽부터 사라지는 것이지요. 당연히 더 오랜 시간 관찰한다면 일식이 끝난 뒤달은 태양보다 늦게 천천히 서쪽으로 질겁니다.

 

이처럼 일식 때 해의 오른쪽(서쪽)부터 가려야 하지만 드라마 장면에서는 해의 왼쪽부터 가리기 시작합니다. 물론 지구에서 이 장면과 똑같은 일식을 볼 수 있는 지역이 있습니다. 만약 장영실이 일식을 보기 위해 호주의 사막을 거닐고 있었다면 올바른 장면이 될 수 있습니다. 남반구에서는 일식 때 달이 해의 왼쪽부터 가리기 시작하거든요.

 

※ 현재 위 내용은 KBS 다시보기 서비스에서는 정확한 일식 진행으로 수정됐습니다.

 

● 동래(부산)에서 보인 일식이 개성에서는 안 보일리 없다


“안된 일이지만 내일 일식을 자네 주상전하가 계시는 개성에서는 볼 수 없을 걸세.”

 

드라마 속에서 태종은 구식례 준비에 모든 힘을 쏟고 있었습니다. 구식례은 일식을 나쁜 일로 여기고 큰 일이 없도록 하늘에 비는 의식입니다. 해를 가리는 현상은 사람에게 이롭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하는 의식이지요.

 

장영실의 아버지 장성휘는 동래(지금의 부산)에서는 일식을 볼 수 있지만, 개성에서는 일식을 볼 수 없을 것이라 예측합니다. 사실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은 개기월식과는 달리 매우 좁은 지역에서만 관측할 수 있습니다. 부분일식이 관측되는 지역에서도 지역마다 해가 가리는 정도가 다릅니다. 그래서 현대에서도 개기일식이 일어날 때가 되면 어디에서 개기일식을 볼 수 있는지 발표하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생각보다 더 좁습니다. 일식을 서울과 제주도에서 각각 본다면 해가 가리는 정도는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차이가 눈으로 느낄 수 있는 정도로 크지 않습니다. 동래(부산)에서 일어난 부분일식 장면을 보면 해가 절반 가까이 가려져 있습니다. 이 정도 부분일식이 동래에서 보였다면 개성에서도 충분히 비슷한 정도의 부분일식을 볼 수 있습니다. 구름이 끼어서 해가 안보이는 상황이 아니라면 말이지요. 개기일식이 보이는 지역과 부분일식이 보이는 지역이 얼마나 멀어야 하는지는 올해 곧 일어난 개기일식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2016년 3월 9일, 개기일식이 동남아시아 인도네시아에서 일어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미미하지만 부분일식을 관측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3월 9일 일식은 드라마 ‘장영실’을 보면서 일식이 보고 싶어졌을 때 가장 빨리 볼 수 있는 일식 현상압니다. 우리나라 시간으로 3월 9일 오전 10시 10분 일어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해의 극히 일부만을 가리기 때문에 망원경이나 쌍안경 등 천체장비를 이용해야 제대로 부분 일식을 볼 수 있습니다.

 

● “달이 세성을 먹어버렸어.”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일식 방향의 오류는 또 한 번 나타납니다. 바로 달이 목성을 가리는 장면에서 말입니다. 어린 장영실은 달의 움직임을 관찰하던 중 달이 세성(지금의 목성)을 가리는 행성식을 목격합니다. 이 장면으로 장영실은 개기월식을 추보(역법에 따라 여러 가지 사항을 계산하는 것)하기 위해서는 장성휘가 말한 것보다 더 많은 요소가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아마 이 때 깨달음은 장차 장영실이 간의나 혼천이를 발명하는데 큰 도움을 주게 될겁니다.  

 

달이 목성을 가리는 ‘목성식’ 역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가려졌어야 한다. 드라마 속에서는 일식과 마찬가지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려지는 ‘옥의 티’가 나왔다. - KBS 제공
달이 목성을 가리는 ‘목성식’ 역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가려졌어야 한다. 드라마 속에서는 일식과 마찬가지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려지는 ‘옥의 티’가 나왔다. - KBS 제공

장영실의 깨달음은 나중의 재미를 위해 잠시 미뤄두고 달과 목성의 관계에 집중해 봅시다. 드라마에서는 달이 서쪽으로 지면서 자연스럽게 달의 오른편(서쪽)에 있던 세성을 가립니다. 일식 때와 마찬가지로 달은 세성의 오른쪽(서쪽)부터 가려야 합니다. 행성식을 보면 달 왼쪽(동쪽)에 행성이 있고 달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합니다.


앞으로도 드라마 ‘장영실’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보여줄 겁니다. 그리고 필자의 ‘매의 눈’도 계속 되겠지요. 다음 편에서서는 북극성과 북두칠성이야기가 이어집니다.

 

* 천문 프로그램 소개 *

드라마 <장영실>에 나온 과학이야기와 일식에 관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천문프로그램 안내드립니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과학동아천문대에서는 2월 7일부터 9일까지 진행하는 설날 특별프로그램 천체강연에서 드라마 ‘장영실’에 담긴 과학과 일식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http://star.dongascience.com)를 참고해주세요.


글 홍주은 june@donga.com | 에디터 오가희 sol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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