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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학의 최대 매력은 삶에 직접 연결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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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학의 최대 매력은 삶에 직접 연결된 것”

2016.01.11 18:00
<7> 고경석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하수연구실 책임연구원

 

“‘에비앙’이 ‘평창수’ 보다 비싸다고 해서 더 좋다고 할 수 있을까요. 에비앙과 평창수는 서로 다른 물일 뿐입니다.”

 

5일 대전 유성구 과학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고경석 지하수연구실 책임연구원을 만났다. 고 연구원은 “에비앙은 미네랄이 많이 들어있는 물로 흔히 말하는 ‘센물’이고 평창수는 이보다 미네랄이 적다”며 “미네랄 물이 입에 잘 맞는 사람도 있지만 잘 맞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고 연구원은 서울대 대학원에 진학하면서부터 지금까지 계속 지하수 연구를 하는 지하수 전문가다. 박사과정 때 지하수 수위로 산업체 가스저장고의 안전성 모니터링을 진행했고, 지하수 연구를 계속 할 수 있는 곳을 찾아 2001년 연구원의 문을 두드렸다.

 

그는 연구원에 입사한 직후부터 국내 지표수의 성분을 조사했다. 수년 간 쌓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표수의 성분은 물이 흐르는 땅의 특성과 거의 일치한다는 사실을 밝혀내 2009년 논문을 발표했다. 그간 ‘물의 성분은 땅의 성분에 달렸다’는 지질학계의 가설을 실제로 증명한 것이다.

 

그는 실험실에서 물의 성분을 밝히는 분석 장비를 일일이 소개했다. 비소를 찾는 기기, 무기물 분석기기…. 종류도 다양했다. 장비를 보여주는 그의 모습은 마치 자식을 자랑하는 부모 같았다.

 

유기물 분석기기 앞에 서서 그는 “최근 아주 머리 아프게 만드는 기기”라며 “원래 연구 분야는 무기물 분석이지만 최근 더욱 폭 넓게 연구하기 위해 유기물 분석도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기심이 많아서 늘 새로운 것을 찾는다는 고 연구원의 성격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10년 뒤를 10자로 말해달라’고 요청하자 그는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자”라고 대답했다.

 

고경석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실험실에서 연구 기기를 하나씩 소개하고 있다.  - 대전=신선미 기자, vamie@donga.com 제공
고경석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실험실에서 연구 기기를 하나씩 소개했다. - 대전=신선미 기자 vamie@donga.com

 

고경석 연구원이 즐겨 찾는다는 맛집
고경석 연구원이 즐겨 찾는다는 맛집에서 먹어 본 짬뽕. - 대전=신선미 기자 vamie@donga.com

저녁 식사 장소로 자리를 옮겼다. 그가 소개한 맛집은 대전 유성구 월드컵대로 월드컵경기장 안에 있는 중식당 ‘이화원’. 자택 근처라 식구들이 외식하러 종종 나오는 곳이란다. 특히 고 연구원의 초등학생 아들 ‘꼬마’가 이집 짬뽕을 좋아해 즐겨 찾는다고. 이날 ‘꼬마’가 좋아하다는 짬뽕을 시켰다. 얼큰하고 진한 국물이 일품이었다.

 

식사 자리에서도 고 연구원은 지하수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옆자리에 놓아 뒀던 커다란 가방에서 책 한 권을 꺼내 보였다.
  
“‘The Hidden Sea’. 우리 말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바다. 지하수를 뜻하는 제목이에요.”

 

고 연구원은 “강과 하천이 정맥과 동맥이라면 지하수는 실핏줄”이라며 “실핏줄에 문제가 생기면 건강에도 이상이 생기지만 사람들은 잘 보이는 하천에 주로 관심을 갖고 눈에 안 보이는 지하수 관리는 소홀히 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대전=신선미 기자, vamie@donga.com 제공
대전 월드컵경기장 내 중식당에서 지하수 연구에 대해 얘기 중인 고경석 연구원. - 대전=신선미 기자 vamie@donga.com

연구원에 근무하면서 그는 ‘물 복지’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마을 상수도 연구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강원도, 충청도 등 인구 밀도가 높지 않은 지역에서는 지하수를 뚫어 생활용수로 이용하기도 하는데, 이를 마을 상수도라고 부른다.

 

“저수지가 바로 옆에 있어도 그 지역 사람들은 물을 못 마셔요. 그 물은 서울로 보내야 하는 물이니까요. 당시 연구를 진행하면서 국내에 아직도 물 복지 혜택이 잘 안 되고 있구나 절실히 느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 사용하는 마을 상수도 수질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도 찾아 냈다. 독성물질인 비소가 50ppb(ppb는 1000분의 1ppm) 검출된 것이다.

 

“방글라데시에서 50ppb 정도 나와요. 비소는 주로 동남아시아의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던 거죠. 제가 회의에 참석할 때마다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지금은 비소 농도가 10ppb까지 떨어졌습니다.”

 

‘다시 20대로 돌아가도 같은 지질학을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했다. 연구 결과가 그저 연구에만 그치지 않고 사람의 삶을 향상시키는데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지질학에 매료됐기 때문이란다. 자연과 직접 접하는 기회가 많다는 점도 지질학 연구의 장점 중 하나라고 전했다.

 

다만 거친 자연과 가까이 해야 하는 만큼 힘든 일도 있기 마련이다. 그는 “겨울철이면 칼바람을 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며 “연구원들에게 제주도는 화려하고 즐거운 관광지라기 보다는 힘들고 추운 연구 현장”이라며 웃어 보였다. 

 

그에게 ‘지자연’으로 3행시를 부탁했다.

 

우개가 필요하세요? 꾸 틀리고 실패하니 기운도 빠지시죠. 그래도 열심히 구하다보면 뭔가 찾을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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