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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 있는 기술이 진짜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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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 있는 기술이 진짜 과학”

2016.01.12 18:00
<8>이성호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창의엔지니어링센터장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지난 삶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가장 먼저 미국 시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의 한 구절을 읊조린 낭만적인 과학자가 있다.
 
이성호 한국생산기술연구원(생기원) 창의엔지니어링센터장이다. 경북 포항에서 태어나 부산, 포항, 일본 센다이 시(市), 대전 그리고 지금의 경기도 안산에 정착하기까지 파란만장한 과학자의 삶을 살아온 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생기원 안산 분원 인근의 한 식당을 찾았다.
 
● 재료연구에서 시작해 출연연 기술사업 선두주자로
 
이성호 생기원 창의엔지니어링센터장 - 전승민 기자 제공
이성호 생기원 창의엔지니어링센터장 - 전승민 기자
이 센터장과 함께 찾은 음식점은 안산시 상록구 ‘댕이골 전통음식 거리’에 위치한 목포 음식점 ‘우리옥’. 그가 이곳을 찾는 까닭은 어릴 적 바닷가에서 자란 추억 때문이란다.
 
“어릴 때 포항 바닷가에서 자랐어요. 그 덕택에 생선을 자주 먹었죠. 이 식당이 비록 고향의 맛은 아니지만 이 근처에서 가장 싱싱한 생선으로 요리를 맛있게 잘 하는 집입니다.”
 
이 센터장은 메뉴판을 펼치지 않고 바로 병어조림 정식을 주문했다. 여간 즐겨 찾는 식당이 아닌 모양이다. 이윽고 호남 음식점답게 푸짐한 상차림과 함께 간간한 양념에 조린, 살이 토실토실한 병어가 나왔다. 이 센터장의 이야기도 본론에 접어 들었다.
 
포항에서 태어난 그는 부산대에서 무기재료를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포항산업과학연구원에서 3년간 반도체를 연구했다. 그 뒤 일본 유학길에 오른 그는 도호쿠대에서 기계전자공학으로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AIST)에서 장학생 연구원으로 4년간 연구에 매진했다.
 
그가 국내로 다시 돌아온 건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KAIST 부설 나노종합기술원 바이오멤스(BioMEMS) 팀장으로 연구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생기원에는 2008년 1월 부임했다. 올해로 만 8년. 그의 연구 인생 20여 년 중 3분의 1을 생기원에서 보낸 셈이다.  
 
재료공학에서 반도체, 전자공학, 나노분야 까지 ‘트랜스포머’처럼 전공을 바꿔온 이 센터장은 자신의 경험을 살려 각종 전자, 기계기술을 산업과 연결하는 창의엔지니어링 센터장을 맡고 있다.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겸임교수로 있으면서 후진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의 삶을 듣다 보니 ‘포항에서 태어난 그가 안내한 목포 음식점’이라는 모습마저 삶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열린 마음으로 함께 연구해야”
 
이렇게 복잡한 삶을 살면서 지금의 자리까지 도달하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터. 그 비결을 묻자 이 센터장은 일본 유학시절 은사였던 에사시 마사요시(正喜江刺) 도호쿠대 교수 이야기를 시작했다
 
박사학위 논문을 좌우할 마지막 실험 결과를 얻기 직전, 당시 에사시 교수는 이 센터장과 함께 몇 시간이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실험기기 앞에서 자리를 지켰다. 그때 에사시 교수는 늘 입버릇처럼 하던 말을 또 했다고.
 
“에사시 교수는 ‘실용화가 되지 않는 기술은 의미가 없다’고 늘 말했었죠. 그리고 실제로도 산업에 적용하고 응용할 수 있는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만약 산업응용분야에 노벨상이 있었다면 단연 에사시 교수가 받았을 겁니다.”
 
이 센터장은 결국 은사의 충고처럼 기업 현장과 호흡을 같이 하는 생기원에서 현장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직접 만든 기술로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이성호 센터장 - 이성호 생산기술연구원 창의엔지니어링센터장 제공
직접 만든 기술로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이성호 센터장. -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제공
 
다소 무거운 주제도 나왔다. 국내 정부 출연연구기관, 그리고 산업기술 개발의 중심이라는 생기원의 발전을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하냐고 묻자 그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창의엔지니어링 분야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쓸만한 제품을 대량으로, 값싸게 만드는 일은 이제 중국이 더 잘합니다. 그 차이를 벌이는 것은 ‘창의’와 ‘융합’이죠. 고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창의적인 산업 기술을 육성하는 게 관건입니다.”
 
다른 분야와의 융합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이 센터장은 2011년 생기원 나노융합센터장으로 있으면서 지속적으로 다른 분야와의 교류를 추진하고 최초로 ‘MNT(Micro Nano Tech) 포럼’을 개최하기도 했다. 생기원이 지역 분원이 많아 특화된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분야 간 교류의 장을 늘려 일본처럼 ‘개방형 연구’를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길 바라는 마음에 출범한 모임이다.
 
이 센터장에게 과학자의 길을 걷는 후배들에게 한 마디를 부탁했다. 그는 “칸막이, 울타리에 스스로를 가두지 말고 벗어나길 바란다”며 그의 지난 삶처럼 분야를 넘나드는 융합을 강조했다.
 
그에게 자신의 직장인 생기원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는 이 질문에 자신의 목표를 담은 삼행시로 답했다.
 
생기원. 애 최고의 술을 한다.
 
생기원의 연구개발을 통해 지금까지 이뤄보지 못한 최고의 기술을 개발해 보겠다는 욕심의 표현이다. 그는 융합기술의 성공이 열린 마음에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자기 울타리를 열어야만 다른 이들의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과학과 기술도 마찬가지에요. 그런 과정을 거쳐야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새로운 발상을 찾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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