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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기술로 건강 지키는 ‘융합형’ 물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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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기술로 건강 지키는 ‘융합형’ 물리학자

2016.01.17 18:00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2세대 휴대전화인 CDMA 상용화 기술을 세계에서 처음 개발한 정보기술(IT) 전문 연구기관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꼭 IT 전문가만 근무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인 만큼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등 다양한 분야 과학자들이 함께 지식을 탐구한다. IT기술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다른 기술과의 융합이 필수다.

 

추적추적 눈이 흩날리던 13일 저녁, 대전 유성구 대덕대로 인근의 한 레스토랑에서 김승환 바이오의료IT융합연구부장을 만났다.

 

김 부장은 국내에서 생명공학기술(BT)과 정보통신기술(IT)의 융합 연구를 이끌어온 장본인이다.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의료영상 기술, 스마트 헬스케어, 유전정보 분석기술, 디지털병원 시스템 등은 대부분 그의 손을 거쳤다.

  

대전=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제공
김승환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바이오의료IT융합연구부장이 즐겨 찾는 식당에서 그간의 연구 얘기를 들었다. - 대전=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 IT기술 새롭게 익히고 의료산업 도전

 

김 부장은 1984년 서울대 물리학과에 입학해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과정을 밟았다. 학부 시절부터 물리학으로 한 길을 걸어온 셈이다. 이후 1995년 졸업과 동시에 ETRI에 입사했다. 올해 50세가 되는 김 부장은 ETRI에서만 22년째 근무 중이다.

 

지금은 바이오의료IT 분야의 선구자로 불리지만 그가 처음부터 이 분야를 연구했던 건 아니다. 물리학자인 그는 입사 초기 순수 과학자답게 기초기술연구부 물리그룹에서 근무 했다. 뇌의 정보처리 과정을 물리적으로 규명하는 일이었다.

 

“그때는 좋은 연구를 하는 게 목표였어요. 실제로 한 해에 몇 편씩 좋은 저널에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1998년 국제금융위기(IMF)의 여파로 ETRI에서 기초기술연구부가 사라지면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연구과제를 찾아야 했다. 함께 연구하던 동료들도 다른 연구 부서로 뿔뿔이 흩어졌다.

 

김 부장은 고민 끝에 기초기술연구부에 함께 있었던 선배와 둘이서 BT와 IT를 융합한 새로운 기술을 연구하기로 했다. 물리학과 뇌과학을 연구해 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지금이야 융합이라는 개념이 흔하지만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바이오 분야에 IT 기술을 접목하는 일은 사실상 처음이었다. 그는 당시 연구과제를 추진하면서 논문부터 해외 연구소 자료, 공학 분야 잡지, 인터넷 등 자료 조사에만 6개월을 쏟았다.

 

일단 소프트웨어(SW)부터 시작했다. 의료계에 도움이 될 컴퓨터 프로그램을 새롭게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다소 생소한 의학 분야는 따로 시간을 내서 공부했다. ETRI에서 가까운 충북대병원에서 매주 세미나를 열고 의료진을 초청해 자문도 구했다. 실제 기술을 사용할 의료 현장에서 어떤 기술을 필요로 하는지 피부로 느끼기 위해서였다.

 

“처음엔 의사들에게도 이 분야가 생소하긴 마찬가지였죠. 우리가 하고 있는 연구에 대해 소개하고 관심 있는 분들은 참석해 달라고 하면서 점차 교류의 폭을 넓혔습니다. 지금은 전국의 다양한 병원들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 2명서 시작한 ‘융합연구팀’ 지금은 50명 넘어

 

3년쯤 지났을까. 눈에 띄는 성과가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그가 개발한 첫 융합 기술인 의료영상 분석 소프트웨어가 전국 300개 병원에 깔렸다. 그는 이를 ETRI에 근무하는 동안 가장 보람있었던 순간으로 꼽았다.

 

“IT기술이 접목된 병원은 환자의 대기 시간이 줄고, 의사와 환자 사이의 정보 전달도 빠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사람들의 건강과 관련돼 있다보니 그 효과가 더 피부에 와 닿았죠.”

 

김 부장은 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서 스스로에게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집에서 연구원까지 매일 25분 정도 걸어서 출퇴근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애플워치 등을 사용해 수시로 건강을 체크한다. 환자를 보는 시각도 예전과는 달라졌다.

 

그의 도전은 이후로도 계속됐다. 자가진단 키트, 의료용 전자소자, 의료 기기 등 하드웨어까지 점차 분야를 넓혀갔다. 처음 2명으로 시작한 바이오의료IT융합연구부는 현재 50여 명 규모로 성장했다. 컴퓨터공학과 전자전기공학 전문가들이 대부분인 ETRI에서 이 연구부만큼은 융합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물리, 화학, 생물 등 기초과학과 심리, 재료, 기계, 디자인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여있다.

 

김 부장은 “ETRI였기 때문에 이런 융합 연구가 가능했다”고 말한다. 기초기술연구부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다른 부서의 ETRI 연구원들보다 바이오, 의료 분야에 낯설지 않았고, 동시에 ETRI의 IT 연구개발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그에게 에트리(ETRI)로 삼행시를 지어 달라고 부탁하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너지가 넘치는 기술 렌드 더, 에트리가 되자.”

 

김 부장은 앞으로도 의료분야 IT 서비스 연구에 매진할 계획이다.

 

“10년 후에도 ‘건강을 지켜내는 파수꾼’으로 이 자리에 있고 싶습니다. ETRI가 IT 강국으로 불리는 한국의 위상에 걸맞는 세계적인 연구소로 거듭날 수 있도록 더욱 연구에 박차를 가하겠습니다.”

 

대전=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제공
연구원에서 만난 김승환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바이오의료IT융합부장. - 대전=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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