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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다친 무릎 속 인대에 생긴 흉터, 모니터에 선명하게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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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다친 무릎 속 인대에 생긴 흉터, 모니터에 선명하게 보여

2016.01.22 07:00
취재 기자의 왼쪽 무릎을 7T(테슬라)자기공명영상(MRI) 장비로 촬영했다(왼쪽), 확대해 보면 인대 부위에 부상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이 또렷이 보인다(오른쪽).  -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제공
5년 전 다친 왼쪽 무릎을 7T MRI로 촬영한 사진. 상처가 아문 인대를 확대하면(사각형 안) 회색 선으로 부상의 흔적이 또렷이 보인다.
(오른쪽).  -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제공
“몸에 지니고 있는 금속 제품 없죠? 자, 이제 가만히 누워 계시면 됩니다.”
 
13일 오후 충북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청주본원. 한 연구원이 머리에 소음 차단용 귀마개를 씌워주며 이렇게 말했다.
 
이 장비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 최근 도입한 신형 자기공명영상(MRI) 장치다. 검사 장비에 누워 있으니 진짜 환자가 된 것 같다. 촬영할 부위는 왼쪽 무릎. 5년 전 스키를 타다가 다친 전방십자인대를 찍기로 했다.
 
당시에도 MRI를 찍었지만 흐릿한 영상 때문에 부상 부위를 정확히 찾기 어려워 치료 방법을 정할 때 애를 먹었다. 무릎은 뼈와 인대, 근육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선명한 영상을 얻기 힘들다. 옆에서 준비 과정을 지켜보던 백현만 생체영상연구팀장은 “이 장비로 무릎을 촬영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 몇 년 전 부상 흔적 또렷이 보여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 최근 도입한 7T(테슬라) 자기공명영상(MRI) 장치에서 기자가 무릎 촬영을 준비하고 있다. 7T MRI는 국내에서 성능이 가장 뛰어나며,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과 가천대 2곳에만 도입돼 있다.  -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제공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 최근 도입한 7T(테슬라) 자기공명영상(MRI) 장치에서 기자가 무릎 촬영을 준비하고 있다. 7T MRI는 국내에서 성능이 가장 뛰어나며,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과 가천대 2곳에만 도입돼 있다.  -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제공
 
MRI 장치는 자기장 단위인 테슬라(T)로 성능을 판단한다. 테슬라 앞에 붙는 숫자가 클수록 자기장이 세고 그만큼 깨끗하고 정밀한 영상을 얻을 수 있다. 의료용 MRI 장치는 보통 1.5~3T를 사용한다. 1T는 지구 자기장의 5만 배에 이르는 세기다. 이날 촬영에 동원한 MRI 장치는 7T다. 현재 국내에서 이보다 성능이 뛰어난 MRI 장치는 없다.
 
병원에서 MRI를 촬영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분가량. 하지만 이날 촬영에는 40분이 걸렸다. 의료용이 아니라 연구용 장비여서 촬영 조건을 설정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촬영을 마친 뒤 연구실 모니터로 확인한 영상은 놀라울 정도로 또렷했다. 5년 전 다친 부위는 전문가가 아니어도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선명했다. 인대에 생긴 흉터는 회색 선으로 나타났다.
 
김상우 연구원은 “7T MRI는 몸속을 약 200㎛(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단위로 잘라 촬영하는 만큼 작은 인대나 가는 혈관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왕립 부산 동아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영상을 확인한 뒤 “기존 MRI로는 판독이 어려운 흔적이지만 7T MRI에서는 또렷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 7T MRI 장치 전 세계 60대뿐
 
최근 7T 수준의 고성능 MRI 장치가 각광받고 있다. 인대나 혈관 등 체내에서 작고 가는 부위를 선명하게 볼 수 있고 방사선 피폭 우려도 없는 등 장점이 많아서다. 세계적으로 7T MRI 장치는 60대 정도가 있다. 미국과 독일은 차세대 연구용 MRI 장치로 9.4T급을 개발 중이며, 프랑스는 11.7T급에 도전하고 있다.
 
의학계에서는 7T 이상의 성능을 가진 MRI 장치가 해부학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까지 해부학은 죽은 사람의 신체를 토대로 설계됐다. 하지만 사람이 죽은 뒤에는 근육이나 뇌 조직에 변화가 생기는 만큼 고성능 MRI 장치를 이용해 살아 있는 사람의 내부를 생생히 촬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미지의 분야로 꼽히는 뇌 연구에도 7T MRI 장치는 ‘빛’과 같은 존재다. 뇌의 생화학적 정보와 대사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신약의 체내 반응도 상세하게 관찰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가천대가 처음으로 뇌에 특화시킨 7T MRI 장치를 도입했다. 가천대는 현재 14T MRI 장치 도입을 준비 중이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 보유한 7T MRI 장치는 인체의 모든 부위를 찍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백 팀장은 “인체 부위별로 전용 코일을 갈아 끼우면 된다”며 “간 등 일부 장기를 제외하고 신체 대부분을 촬영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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