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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인 생활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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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인 생활 습관

2016.01.23 18:00

우리 집 세탁기에는 매일 수건이 일곱 장씩 들어갔다 나온다. 손 닦는 수건 두 장, 우리 부부와 아들이 하나씩, 긴 머리의 딸아이가 두 장을 사용한다. 세로로 반듯하게 접어 통나무처럼 말아놓은 수건은 초록 바구니에 색연필처럼 꽂혀 있다. 십여 장의 수건들 중에는 사용한 지 일 년이 안 된 것들도 있고 세탁기를 드나든 지 십 년 가까이 된 것들도 여러 장이다. 빨래를 널 때 보면 그 두 종류는 늘 절반쯤 섞여 있다. 낡은 수건은 여지없이 우리 부부가 사용한 것이고 새것은 아이들이 쓴 것이다.

 

수건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종종 낡은 것과 새것, 좋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에서 선택하며 살아간다. 그 선택은 개인의 생활에 따라 다양하겠지만, 가족이 함께 운동할 때 배드민턴이나 테니스 라켓을 선택할 때도 그렇거니와 고속버스나 식당에서 좌석에 앉을 때도, 음식을 먹을 때도, 식탁에 유리잔이나 수저를 놓을 때도, 필통에서 필기도구를 집을 때도, 이불과 베개를 쓸 때도 그렇다.

 

우리는 항상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하지만 우리가 내리는 결정이 항상 내가 의도한 것은 아닐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 Pixabay 제공
Pixabay 제공

 

그 선택은 사람마다 자신의 기호(嗜好)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지만, 보편적 가치를 고려하면 무엇이 좋고 무엇이 덜 좋은지 우리는 쉽게 알아차린다. 이를테면, 치킨 한 마리를 사 먹더라도 어느 부위가 더 맛있는지는 어린아이도 잘 알고 있다. 그때 다리 살을 집을지 가슴살에 포크를 찍을지는 함께 둘러앉은 사람들의 선택이다. 그 선택은 자발적이거나 피동적이다.

 

그 선택의 문제는 우리에게 인간의 이기성(利己性)과 이타성(利他性)의 본질적 주제를 생각하게 한다. 좋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배분이 평등하지 못한 현실 상황의 전제에서 말이다. 맹자의 성선설(性善說)과 순자의 성악설(性惡說)로도 생각이 이어지지만, 지금은 치킨 한 마리를 놓고 네 식구가 모여 앉아 한 조각씩 자기 앞 접시에 놓는 장면을 떠올린다. 우리 집의 경우는 앞서 수건 사용 이야기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다리 살 두 개와 날개 살 두 개는 우선 아이들의 몫이다. 그러니 당연히 우리 부부의 앞 접시에는 퍽퍽한 가슴살과 앙상한 목살이 놓인다.

 

한여름에 수박을 썰어 먹을 때도 마찬가지다. 가운데 토막은 아이들의 손이, 가장자리의 삼각뿔 부분에는 부부의 손이 닿는다. 왜 이런 선택이 습관화되었을까, 그러라고 가르친 적도 없는데. 다만, 우리 부부는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좀 더 좋은 것을 주고 싶은 자발적인 마음으로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권했을 것이다. 밥벌이에 바빠서, 생활비 지출을 고려해 외식도 거의 못하는 부모의 부채감이 그런 태도를 낳았으리라.

 

가족, 아버지와 아들 - pixabay 제공
가족, 아버지와 아들 - pixabay 제공

 

이는 비단 우리 가족만의 유별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삼대(三代)가 함께 살았던 나의 유년기를 돌이켜보면 이야기의 그림은 달라진다. 가계가 어렵기로는 그때가 더했겠지만, 좋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배분에서는 나의 부모에게 자식들은 2순위였다. 당연한 1순위는 나의 할머니였다. 밥상에서의 먹거리도 그랬거니와 방의 배정도, 용돈도 할머니가 우선이었다. 1세대와 3세대 사이에 위치한, 부모이자 자식인 2세대로서는 마땅한 처사였으리라.

 

그러니 자녀에 대한 사랑과 결핍에 대한 부채감이 낳은, 우리 아이들의 자기중심적인 생활이 걱정된다면 우리의 전통적 가족 문화로 회귀해보면 어떨까. 새삼스레 삼대가 함께 모여 살기 어렵다면 자주라도 그 시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그러면 그 가족 공동체 안에서 우리의 사랑하는 자녀들이 사회적 관계 맺음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태도를 좀 더 자연스레 체득하지 않을까.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대중목욕탕에서 샤워기를 사용한 후 다음 사람을 배려해 냉온수 밸브를 중앙에 맞춰놓고 나오지 않을까.

 

 

※ 저자소개
윤병무
시인. 시집 <5분의 추억>과 <고단>이 있다.

 


※ 편집자주
뉴스를 보다보면 무엇인가를 분석해서 설명을 해주는 내용이 대다수입니다. 그래야 원인을 정확하게 찾고, 대책을 세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가끔은 고개를 들어 사물을 그대로 보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대상을 온전히 바라보면 분석한 내용을 종합할 수 있는 통찰력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시인의 눈으로 일상을 바라보는 ‘생활의 시선’을 매주 연재합니다. 편안한 자세로 천천히 읽으면서 감정의 움직임을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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