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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이 멸종하지 않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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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1월 24일 18:00 프린트하기

애니메이션
영화 ‘굿다이노’는 소행성이 지구를 빗겨가면서 공룡이 멸종하지 않고 계속 생존했다는 설정에서 시작한다.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 ‘굿다이노’는 화성과 목성 사이에 위치한 소행성이 소행성대에서 벗어나 지구로 향하면서 시작된다.

 

때는 6500만 년 전. 알려진 대로라면 이 소행성은 지구와 충돌해 공룡을 멸종시켜야 하지만 영화에서 소행성은 그대로 지구를 스쳐지나간다. ‘굿다이노’는 공룡이 6500만 년 전 사건으로 멸종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전제로 시작하는 일종의 ‘평행우주’ 속 이야기다.


소행성은 지구를 빗겨나갔지만 지구의 역사가 통째로 바뀐 것은 아니었다. 시기적으로 신생대에 접어들면서 지구는 조금씩 추워졌다.

 

공룡들은 멸종당했어야만 한 시기를 무사히 넘기고 오랜 세월 살아남으면서 지능이 상당히 발달한다. 주인공인 어린 공룡 ‘알로’가 속한 아파토사우루스 가족은 밭을 경작해 농작물을 재배하며 다가올 겨울에 대비한다. 알로가 만나는 티라노사우르스 가족은 배가 고플 때마다 사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유목민들처럼 소떼를 치며 살아간다.


주인공 알로가 살아가는 시간은 흔히 ‘K-T 대량멸절’로 불리는 ‘백악기-제3기 대량멸절’ 사건을 피해간 평행우주 속 시대다. 하지만 지구의 시간은 멈춘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관객들은 ‘굿다이노’ 속에서 우리가 아는 지구의 역사와 평행우주가 겹쳐진 장면을 여러 곳에서 만나게 된다.

 

절벽 끝에서 자라는 과일 나무를 휘감은 뱀은 있는 듯 마는 듯한 작은 네 다리를 지닌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는 다리가 퇴화 중인 뱀을 묘사한 것일 터.


영화는 전체적으로 ‘로드무비’의 흐름을 따른다. 사고로 길을 잃은 알로가 무사히 가족에 품으로 돌아가기까지의 여정을 그린다. 그 사이 알로는 공룡이 없는 신생대에서 새로운 주인 자리를 꿰찼어야 할 쥐나 소 등 포유류는 물론 인간 소년을 만난다.


공룡과 인간이 함께 사는 선사시대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과학적 오류는 예상보다 많은 곳에서 발견된다. 먼저 알로 자체가 문제다. 영화에서 알로는 용각류 공룡 중 흔히 알려진 ‘아파토사우루스’로 설정돼 있다. 하지만 아파토사우루스를 포함한 용각류 공룡은 쥬라기에 대부분 멸종했으며, 중생대 후기인 백악기까지 생존한 용각류는 ‘티타노사우루스’가 유일하다. 백악기 이후의 대체 역사를 다루는 영화에서 쥬라기에 살던 공룡이 활동하는 것 자체가 오류처럼 보인다.


알로가 만난 인간 소년 ‘스팟’의 존재도 모순이다. 스팟의 모습은 현생 인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속옷까지 만들어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늑대처럼 울며, 사족보행을 한다. 무언가를 잡을 때도 손 대신 입이 먼저 움직인다.


영화의 배경은 신생대가 시작되고 수백 만 년 정도 후(약 6000만 년 전후로 추정)다. 이 시기에는 아직 인류가 출현하지 않았다. 유인원과 인류의 중간 특징을 가진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등장한 시기가 지금으로부터 약 500만 년 전이다. 공룡의 존재가 포유류의 진화를 가속시킨 것이 아니라면, 공룡이 멸종하지 않았다 해도 수백 만 년 정도의 짧은 시간으로는 공룡과 인간이 만날 수 없다.

 

알로와 스팟의 성장기를 그린
어린 공룡 ‘알로’와 인간 소년 ‘스팟’의 성장기를 그린 영화 ‘굿다이노’. 스팟의 신체 구조는 현생 인류와 큰 차이가 없음에도 사족보행을 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에서 수려한 배경 묘사를 제외하고는 ‘오리지널리티’를 찾아보기가 다소 힘들다. 알로의 아버지가 알로를 구한 뒤 계곡에서 급류에 휩쓸려 사라지는 모습은 ‘라이온킹(1994년)’에서 심바의 아버지 ‘무파사’의 죽음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만든다. 또 길을 잃은 알로가 집을 찾아 떠나는 여정은 ‘공룡시대(1988년)’에서 리틀풋이 ‘푸른낙원(The Great Valley)’을 향해 가는 길과 다르지 않다.


‘라이온킹’에서 심바가 은둔자 생활에서 벗어나 아버지의 원수 ‘스카’와 대적했다면, 알로의 적은 자신이 가진 내면의 공포가 유일하다. 극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악역들은 이렇다할 동기가 없어 줄거리에 힘이 빠진다. 차라리 스카와 같은 악역이 있었다면 ‘뻔하긴 해도’ 좀 더 긴장감을 유지하며 즐길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여기에 스팟에게 ‘인간다움’이라는 설정을 조금만 더 추가했다면 알로와 스팟의 우정에 좀 더 인간적인 냄새가 풍기지 않았을까.


 


이우상 기자

id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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