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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공위성의 성공 신화는 제 역사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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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공위성의 성공 신화는 제 역사이기도 합니다”

2016.01.25 18:00


13일 낮 대전 유성구 신성로 인근의 한 샤브샤브 식당에서 용상순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탑재체전자팀 책임연구원을 만났다. 한 손에는 묵직한 수첩을 든 채 반갑게 악수를 건네는 용 연구원의 모습에서 그간의 연륜이 느껴졌다.

 

용 연구원은 자타공인 인공위성 탑재체 분야의 국내 최고 전문가다. 그가 연구하는 탑재체는 카메라와 안테나 등 통신과 정찰, 지구 탐사, 기상 관측 등 인공위성에서 실질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장비로 ‘인공위성의 꽃’이라 불린다.

 

1999년 발사된 우리나라 최초의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 1호’부터 지난해 발사에 성공한 고해상도 지구관측위성 ‘아리랑 3A호’까지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지금은 2017년 임무가 종료되는 통신해양기상위성 ‘천리안 1호’의 뒤를 이을 ‘천리안 2호’의 해양관측 탑재체를 개발 중이다.

 

용상순 연구원은 아리랑 1호부터 최근 아리랑 3A호까지 국내 인공위성 탑재체의 역사를 함께해온 장본인이다. - 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용상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아리랑 1호부터 최근 아리랑 3A호까지 국내 인공위성 탑재체의 역사를 함께해온 산증인이다. - 대전=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 공채 1기로 입사해 맨손으로 시작

 

“한국 인공위성의 성공 신화는 제 자신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용 연구원은 1991년 공채 1기로 항우연에 입사했다. 지금은 800여 명이 근무하는 대규모 연구소지만 당시 항우연은 연구원들이 다함께 모여 축구를 할 정도로 규모가 작았다. 시작 단계인 만큼 연구 인프라도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았다. 반면 예산은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고 주어진 시간도 굉장히 짧았다.

 

“기초가 전혀 없는 상태였지만 소명 의식을 갖고 임했죠. 잘 안 될 때도 ‘한다면 한다’는 생각으로 목표도 높게 잡았어요.”

 

기술 습득을 위해 미국에 2년, 이스라엘에 3년간 파견을 나갔을 땐 밤낮 없이 기술을 배우고 연구에 매진했다. 처음에는 해외 기술자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지만 점차 독자적인 기술로 고성능 인공위성 탑재체를 제작할 수 있게 됐다고.

 

“미국은 6~7시쯤 되면 연구소도 전부 문을 닫거든요. 그때마다 연구소에 요청해서 10시 넘어서까지 연구했어요. 주말에도 당연히 나왔지요.”

 

그 결과 국내 인공위성은 단기간에 눈부신 성과를 내면서 이제까지 단 한 번의 실패도 허용하지 않은 ‘무패’의 성공 신화를 쓸 수 있었다. 한국은 미국, 중국 등에 이어 세계 7번째로 해양기상관측위성 보유국으로 부상했고, 지난해 3월에는 서브미터급(1m 이하) 고해상도 카메라를 장착한 지구관측위성 ‘아리랑 3A호’도 쏘아 올렸다.

 

‘아리랑 3A호’는 지구 상공 528㎞에서 지표면의 55㎝ 크기의 물체까지 식별이 가능하고 어두운 밤에도 적외선 센서로 열을 감지해 영상을 수집할 수 있다.

 

서브미터급(1m 이하) 고해상도 카메라를 장착한 지구관측위성 아리랑 3A호.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서브미터급 고해상도 지구관측위성 ‘아리랑 3A호’를 제작 중인 연구원들.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 “이제는 한 단계 점프할 때”

 

지금껏 앞만 보고 달려온 용 연구원은 벌써 다음 10년을 준비 중이다. 지금까지는 부족한 예산과 높은 목표, 짧은 시간이라는 악조건에도 고군분투하며 여기까지 왔지만 국내 인공위성 기술을 지금보다 한 단계 더 점프시키기 위해서는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지금까지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던 일을 어렵게 해냈을 때 잘했다고 칭찬받기 보다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았어요. 물론 목표를 높이 설정한 덕분에 여기까지 온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는 더욱 고도화된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만큼 천천히, 더 깊이 있게, 세밀하게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용상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 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용상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 대전=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 연구원은 항우연이 국가 연구소이기 때문에 독자적인 우리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인공위성 조립 단계의 전 주기에 걸쳐 기초실험부터 응용실험까지 탑재체의 성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요인을 확인해가며 연구해왔기 때문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었다면 하지 못했을 일이죠. 학교에서도 시도하기 어려운 분야고요. 혹시 임무에 실패하는 일이 발생하더라도 이제는 실패만으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그 원인을 분석할 수 있는 기술력과 인프라를 충분히 갖춰야 합니다. 실패를 통해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우주개발이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놓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먼 미래에 벌어질 일도 아니라고 말했다. 10년 후 자신의 모습을 10글자로 표현해 달라는 요청에 “여전히 바쁘게 일하는 군”이라며 재치 있는 답변을 내놨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항우연’으로 3행시를 부탁했다.

 

공우주는 대한민국의 미래다. 주 개척의 선구자가 되도록 구에 매진하는 과학자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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