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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①] ‘인류의 기원’의 저자, 고(古)인류학자 이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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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2월 29일 11:50 프린트하기

뼈 몇 개로 오래 전 죽은 이의 신원을 밝히고, 수십만, 수백만 년 전의 인류 진화를 밝히는 사람들이 있다. 공통적으로 고고학을 공부하다 땅에 묻힌 사람에게 눈을 돌린, 국내 대표적인 고(古)인류학자와 법의인류학자를 인터뷰했다. 공교롭게도 모두 여성이었고, 미국에서 세계를 대상으로 활약 중이다.

 

이희중 제공
이희중 제공

이상희 UC 리버사이드 인류학과 교수는 국내 최초의 정통 고(古)인류학자다. 인류학자는 들어봤어도 ‘고’인류학자는 못 들어봤다는 사람이 대부분이던 1990년대부터 미국에서 고인류학을 공부했다.


“수십만, 수백만 년 전 인류의 화석을 연구해 인류의 진화를 밝히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고인류 화석을 발굴하러 다니지는 않아요.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고인류학자는 무척 소수고, 그 중 발굴에 성공하는 학자는 천운을 타고 났다고 해도 좋을 만큼 운이 좋아야 하죠. 하지만 발굴된 화석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연구도 무궁무진합니다.”


이 교수는 화석을 이용해 남녀 성차의 변화, 노년의 진화, 200만 년 동안 겪어온 두뇌의 변화 추세 등 인류 진화와 관련된 굵직한 주제를 연구해 왔다. 모두 친척 인류까지 아우르는,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의 범위를 뛰어넘는 내용이다.


“예를 들면 우리가 ‘노년’이라고 부르는 것도, 호모 사피엔스가 태어난 이후에 등장한 개념이에요. 이걸 저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호모 에렉투스, 네안데르탈인, 그리고 현생인류 치아 화석을 비교해 알아냈지요.”


이 교수는 최근에는 터키 동부에 있는 아제르바이잔의 발굴 현장을 자주 드나든다. 한국 연구팀이 주도하는 고고학 발굴이 있는데, 이곳에서 인골이 출토된 것이다.


“저를 고인류학이라는 불모의 세계로 초대했던 은사 이선복 교수(현 서울대박물관장)의 제안으로 참여하게 됐어요. 2014년부터 한 해 몇 번씩 드나들며 발굴을 하고 있죠. 제가 원래 하던 연구와는 조금 달라요. 몇 십만 년, 몇 백만 년 사이에 일어난 인류의 변화가 아니라, 기원후 1세기부터 중세까지 기껏해야 2000년 지난 인골의 변화를 연구하죠. 둘 사이에는 차이가 커요. 해상도가 달라진 느낌이랄까요. 새로운 도수의 안경을 낀 것처럼 적응 기간이 필요하네요.”

 

이희중 제공
이희중 제공

오랜만에 현장을 발굴하며 웃지 못할 일도 많이 겪었다고 했다.


“오랜만에 학생 때 기분으로 발굴현장 구덩이에 뛰어 내렸는데, 주변에서 난리가 난 거예요. 선생님 그러시면 안 된다고, 다치신다고 안절부절 못하더라고요. 저는 학생 때 생각이 나서 가뿐하다고 느꼈는데(이 교수는 고고미술사학과 출신으로 대학 때 자주 발굴 현장에 나갔다), 세월이 흘렀나 봐요.”


이 교수는 대중과 활발히 소통하는 고인류학자기도 하다. 작년 출간한 책 ‘인류의 기원’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2년 넘게 ‘과학동아’와 ‘동아일보’에 연재한 글을 다듬어 낸 책으로, 작년 한국출판문화상 교양저술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는 등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 교수는 지난 연말 서울에서 열린 자신이 참여하는 과학 강연회의 포스터를 들여다 보다가 이런 생각을 했다. ‘강의에 참여하길 참 잘했네. 과학은 ‘아저씨’뿐만이 아니라 ‘아줌마’도 한다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지.’ 출판사가 하는 강연이었다. 과학책의 저자들이 강연자였는데 이 교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남자였다.


“인류 진화를 묘사한 그림, 박물관의 전시물 등을 잘 보면 대다수가 남성으로 묘사해 놨어요. 만든 사람도 의식하지는 않았겠지만 인류의 절반이 여성이라는 사실을 곧잘 잊는 게 현실이죠.”


과학도 고인류학도, 여성의 좀더 많은 참여와 시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 교수와의 대화에서 새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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