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바둑 다음은 스타, 알파고가 스타크래프트에 도전한다면?

통합검색

바둑 다음은 스타, 알파고가 스타크래프트에 도전한다면?

2016.03.10 20:00

구글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고 첫 판을 이겼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뜻밖의 결과에 충격을 금치 못했습니다. 직장인들의 커피타임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온통 알파고 이야기를 주고 받느라 바빴죠.

 

그런데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 측은 알파고가 인간과 겨룰 다음 종목으로 스타크래프트를 준비하고 있다는 흥미로운 소식을 전했습니다. 90년대 말 국내에서 스타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e스포츠 문화를 만들어낸 스타크래프트. 과연 인공지능과의 대결은 어떻게 펼쳐질까요? 이세돌 9단의 남은 경기를 응원하며 알파고의 스타 리그를 미리 시뮬레이션해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1. 왜 스타크래프트인가?


90년대말 PC방에서 좀 놀아본 30~40대가 아니더라도 스타크래프트의 화려한 명성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봤으리라 생각합니다. 1998년 미국 블리자드가 출시한 실시간 전략 게임으로 국내에서만 500만장 이상이 판매되며 온라인 게임, PC방, 게임 리그, 프로게이머 등 새로운 문화와 산업을 이끌어낸 엄청난 게임이죠.


스타크래프트를 통해 알파고가 인간의 두뇌에 맞설 능력은 무엇일까요? 구글은 스타크래프트의 경우 바둑 같은 보드 게임과 달리 전체 판을 다 볼 수 없고 게이머가 보지 못한 상황까지 한꺼번에 예측하며 플레이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나의 ‘수’를 둘 때마다 향후 판도를 미리 예측해야 하는 점은 체스나 바둑과 유사합니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는 실시간으로 달라지는 전개와 플레이어의 시야 밖의 상황까지 예상해야 하기 때문에 알파고의 새로운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죠.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스타크래프트는 두뇌의 인지기능, 민첩성, 멀티태스킹을 총동원해야 하는 게임입니다. 마우스 클릭을 한번 할 때마다 머릿 속으로 수많은 선택과 판단이 이뤄지죠. 인간의 순간적인 의사결정을 알파고는 얼마나 신속한 연산처리로 뒤따를 수 있을까요?


또 신경생리학 연구에서는 스타크래프트를 할수록 기억력과 복잡한 사고 능력이 향상된 결과가 나타났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대안을 내놓는 연습이 이뤄지고 복잡한 사고와 감정 통제에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학습을 하며 스스로 지능을 높이는 ‘머신러닝’의 산물인 알파고가 인간 두뇌와 게임의 상호작용을 통해 학습능력이 어디까지 향상될지 주목됩니다.


기계와의 플레이라는 점은 인간에게도 변수로 작용하는데요. 플레이어가 스타크래프트 게임에 몰입해 초월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는 ‘재미’라는 최적의 심리현상(optimal experience) 때문입니다. 멘탈이 흔들리거나 게임을 ‘져줄’ 수도 있는 인간과의 경기가 아닌, 컴퓨터와의 경기에서도 흥미진진한 승부욕이 일어날 수 있을지도 주목됩니다.

 

스타크래프트는 플레이어가 일꾼을 뽑아서 자원을 확보하고 병력을 확장해 상대방의 생산라인에 타격을 입히고 전투를 통해 승리를 얻는 방식입니다. 세 종족의 균형이 잘 맞고 전략 전술을 짜는 경우의 수가 무궁무진해 다양한 재미를 준다는 점 때문에 수많은 스타 마니아를 만들어냈습니다. - 블리자드, 유튜브 제공
스타크래프트는 플레이어가 일꾼을 뽑아서 자원을 확보하고 병력을 확장해 상대방의 생산라인에 타격을 입히고 전투를 통해 승리를 얻는 방식입니다. 세 종족의 균형이 잘 맞고 전략 전술을 짜는 경우의 수가 무궁무진해 다양한 재미를 준다는 점 때문에 수많은 스타 마니아를 만들어냈습니다. - 블리자드, 유튜브 제공

2. 컨트롤과 전략 중심의 스타1일까, 화려한 전투 중심의 스타2일까?


알파고가 도전하려는 스타크래프트는 1일까요 2일까요? 두 게임의 기본 룰은 같습니다. 하지만 두 게임이 같으면서도 다른 이유는,


스타1에서는 마린 하나, 드론 하나, 각 유닛마다 컨트롤과 위치 선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에 비해 2에서는 유닛 활용이 훨씬 버라이어티해졌습니다. 초반 일꾼 수부터 늘어나 물량 싸움이 커졌고요. 게임 초반부터 더 많은 마법 유닛과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컨트롤 또한 완전히 다르다고 볼 수 있죠. 스타1은 정교한 컨트롤이 생명입니다. 그러한 ‘손맛’에 아직까지도 스타1을 고집하는 마니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스타 2는 UI가 편리해지며 스타1 보다는 컨트롤에 덜 의존하는 게 사실입니다.


또 유닛과 테크트리가 풍성해진 스타2에 비해 스타1은 단순한 방식 때문에 도리어 더 다양한 전략 구사와 컨트롤의 힘이 빛을 발했죠. 하지만 그동안 치러진 스타 리그들을 통해 더이상 새로운 전략이 나올 수 없다고 할만큼 거의 모든 승리법이 공개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알파고가 스타1을 선택한다면 그만큼 많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겠죠.


반면에 스타2를 선택한다면 더 복잡해진 게임 운영에 강점을 보일 것 같습니다. 특히 스타2에서 알파고가 완벽한 테크트리를 쌓아올려 물량전과 신유닛을 활용해 맞선다면 기계가 인간 플레이어를 ‘순삭(순간삭제)’하는 장면도 연출될 수 있을테죠.

 

스타1에서 십여년의 세월이 지나 출시된 스타2는 그래픽 표현뿐 아니라 세세한 설정이 달라지며 게임 진행에서도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 블리자드, 아프리카 TV  제공
스타1에서 십여년의 세월이 지나 출시된 스타2는 그래픽 표현뿐 아니라 세세한 설정이 달라지며 게임 진행에서도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 블리자드, 아프리카 TV  제공

3. 어떤 조건에서 하는 게 공평할까?


스타에서 승리하기 위한 조건으로 정교한 컨트롤, 멀티태스킹, 정찰을 통한 상대방 정보수집력에 달려있습니다. 턴 방식으로 두는 바둑과 달리 실시간으로 플레이하는 스타크래프트는 기계와 인간이 공평한 조건에서 게임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① 컨트롤


스타가 스타 리그라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낸 이유는 프로게이머의 뛰어난 컨트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죠. 다 진 싸움에서 뛰어난 컨트롤만으로 역전시킨 경우도 종종 있을 정도로요.


마우스와 키보드를 통해 아무리 빨라도 한번에 한 가지씩 명령을 입력할 수밖에 없는 인간과 달리 컴퓨터는 동시다발적으로 명령을 전달할 수 있는데요. 만약 알파고가 스타를 플레이한다면, 어떻게 할까요?

 

인공지능이 아니라, 로봇이 필요한 상황이 올까요? 아니면 알파고의 명령을 실시간으로 받아 움직이는 대리 게이머가 필요하든지요. 피지컬의 조건을 공평하게 두지 않을 경우, 알파고의 컨트롤은 백전백승이겠죠.

 

APM(Action Per Minute)은 분당 움직이는 손의 속도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전성기 때 높은 APM을 기록했던 임요환 선수는 마린 한 기로 럴커를 격파하는 신의 컨트롤 실력을 발휘하기도 했습니다. 만약 알파고가 컨트롤한다면 매 순간 이러한 컨트롤이 나올 겁니다. 마치 이세돌 9단이 바둑 한알을 놓을 때, 알파고는 두개 세개, 열개의 바둑을 놓는 것과도 같은 밸런스 붕괴가 일어나겠죠. - 온게임넷 제공
APM(Action Per Minute)은 분당 움직이는 손의 속도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전성기 때 높은 APM을 기록했던 임요환 선수는 마린 한 기로 럴커를 격파하는 신의 컨트롤 실력을 발휘하기도 했습니다. 만약 알파고가 컨트롤한다면 매 순간 이러한 컨트롤이 나올 겁니다. 마치 이세돌 9단이 바둑 한알을 놓을 때, 알파고는 두개 세개, 열개의 바둑을 놓는 것과도 같은 밸런스 붕괴가 일어나겠죠. - 온게임넷 제공

② 멀티태스킹


경기가 전개되며 한쪽에서는 미네랄과 가스를 채취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건물을 지으며 병력을 생산하고, 또 한편에서는 전투에 맞서야 하는데요. 때로는 곳곳에서 크고 작은 전투가 펼쳐지기도 합니다. 이때 멀티태스킹을 얼마나 잘 하느냐가 게이머의 실력을 나타냅니다. 한번에 서너 가지 게임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과 같죠. 알파고의 멀티태스킹 실력은 두말할 나위가 없겠죠?


③ 정찰을 통한 정보수집


마지막으로 정찰을 통한 정보수집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습니다. 알파고가 게임에 임한다면, 맵을 이미 파악하고 정찰을 따로 하지 않고도 맵을 다 파악하는 이른바 ‘맵핵’과도 같은 조건이 아니겠냐는 의견이 나오는데요.

 

이렇게 된다면 스타에서 중요한 전략을 겨룰 수 없다는 문제에 도달합니다. 알파고가 인간처럼 정찰을 통한 정보만을 수집하기 위해서 스타에 어떠한 장치를 마련한다면, 과연 고유한 플레이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적정선을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4. 누가 알파고에 맞설까?


알파고에 맞설 인류를 대표하는 게이머는 누가 선정될까요? 바둑 대결과 마찬가지로 스타 강국인 한국의 프로게이머 중 한 명이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① 임요환 : 컨트롤 ★★★★☆ 끈기 ★★★★★


임요환은 테란 황제로 불리우며 매 경기 꼼꼼한 컨트롤과 엄청난 끈기를 보여주며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물량전 보다는 단 하나의 유닛도 완벽한 컨트롤을 통해 100% 활용하는 임요환이 알파고에 맞선다면 어떨까요? 기계의 정확한 컨트롤이 예상되는 알파고에 맞수가 될지 의문입니다. 하지만 쉽게 GG를 선언하지 않는 임요환이기에 한 게임 안에서 더 다양한 전략으로 승리를 쟁취할지 지켜볼 만하겠죠.


② 홍진호 : 스타성 ★★★★☆ 열정과 패기 ★★★★★


최근 방송인으로 더욱 두각을 나타내는 홍진호 선수는 저그의 강자입니다. 메카닉 테란의 강세 속에 저그를 고집하는 홍진호 선수는 저그 종족의 캐릭터에서 느껴지듯이 다혈질적인 경기 방식이 눈에 띄는 선수였습니다.

 

비록 임요환에게 3연속 벙커링에 패배한 ‘3연벙’이라는 웃지 못할 기록을 세우기도 했지만, 질 때 지더라도 장렬히 전사하는 그의 기백은 남다르게 평가받았죠. 뜨거운 열정을 가진 홍진호 선수가 냉정한 알파고와 한판 붙는다면, 어떠한 명경기를 펼칠 지 기대가 됩니다.  


③ 이영호 : 수비력 ★★★★★ 수 싸움 ★★★★☆


이영호 선수는 기본적인 물량, 컨트롤, 운영 모두 탄탄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상대방의 체제를 파악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수 싸움을 한다는 점이죠. 바둑에서 몇 수 앞을 내다보듯이, 그렇게 경기를 진행하는 게 이영호 선수 플레이의 특징입니다. 빠르고 효율적인 멀티를 통해 물량을 확보한 뒤, 자잘한 공격이 아닌 대담한 공격으로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추진력이 대단합니다.

 

왼쪽부터 임요환, 홍진호, 이영호 선수 - 위키미디어 제공
왼쪽부터 임요환, 홍진호, 이영호 선수 - 위키미디어 제공

 

한 연구에서 실험 참가자들에게 스타크래프트2를 플레이하게 한 뒤 뇌의 실시간 반응 속도를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그 결과 24세를 기점으로 나이들수록 반응 시간이 길어지는 결과를 나타냈는데요. 이영호 선수는 마침 인지기능이 가장 뛰어난 24세의 젊은 나이네요. 반면에 나이든 사람은 속도는 느리지만 젊은 사람들에 비해 단순한 전략을 펼치면서 갖고 있는 자원을 유기적으로 활용하는 노련함을 보였습니다. 스타 1세대와 2세대 플레이어 중 누가 알파고에 맞서 이길 수 있을까요? -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학 제공
한 연구에서 실험 참가자들에게 스타크래프트2를 플레이하게 한 뒤 뇌의 실시간 반응 속도를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그 결과 24세를 기점으로 나이들수록 반응 시간이 길어지는 결과를 나타냈는데요. 이영호 선수는 마침 인지기능이 가장 뛰어난 24세의 젊은 나이네요. 반면에 나이든 사람은 속도는 느리지만 젊은 사람들에 비해 단순한 전략을 펼치면서 갖고 있는 자원을 유기적으로 활용하는 노련함을 보였습니다. 스타 1세대와 2세대 플레이어 중 누가 알파고에 맞서 이길 수 있을까요? -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학 제공

※ 필자소개
이종림. IT전문지 마이크로소프트웨어와 과학동아에서 기자로 일했다. 최신 IT기기, 게임, 사진, 음악, 고양이 등에 관심이 많다. 세간의 이슈들과 과학의 연결고리를 찾는 데 재미와 보람을 느끼며 글쓰고 있다.

 

※ 참고 및 출처
http://dl.dongascience.com/magazine/view/S200409N035
http://www.dailydot.com/esports/starcraft-esports-study-brains/
http://journals.plos.org/plosone/article?id=10.1371/journal.pone.0070350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5 + 9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

    관련 태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