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강원도 고성 여행 下] 화진포, 건봉사에서 초심을 다시 봄

통합검색

[강원도 고성 여행 下] 화진포, 건봉사에서 초심을 다시 봄

2016.04.01 13:44

※ 뷰레이크 타임 (View Lake Time) :  누군가를 챙기느라 정작 나를 돌보지 못한 채 살고 있는 당신에게 걸고자 하는 시간이다. 호수여행을 하며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본다. 그동안 소홀했던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 내 안의 질문에 귀 기울이고 그 답을 찾아가는 여행이다. 


 

<고! 하기 전> 고성 화진포 뷰레이크 타임 코스  

코스 ☞ 건봉사 -> 점심 (추천 : 설렁탕 or 묵은지말이국수) -> 화진포   

 

지난주에 고성 송지호에서 뷰레이크를 걸었다. 뷰레이크 타임의 다섯 번째 질문 ‘어떻게 하면 초심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그 질문의 답을 찾고자 고성 여행은 계속되었다. 이번주는 화진포에서의 뷰레이크 타임이다.

 

동해안에서 가장 큰 자연 석호인 화진포 - 고기은 제공
동해안에서 가장 큰 자연 석호인 화진포 - 고기은 제공

☜고!☞ 마음을 다시 세우는 봄, 건봉사


여행의 행복 중 하나는 계절의 변화를 느낄 때다. 올해 봄은 유독 늑장을 부렸다. 3월이 다 가도록 봄을 느낄 수 없었다. 그러다 건봉사를 찾았을 때 숨어있는 봄을 발견했다. 불이문을 지나 대웅전으로 향하는 길. 바람이 분다. 필자의 걸음처럼 느긋하다. 봄바람이다.

 

1920년에 건립된 불이문. 한국전쟁 때 유일하게 불타지 않은 건물이다. 그 옆으로 수령 약 500년된 팽나무가 함께 건봉사를 지키고 있다. - 고기은 제공
1920년에 건립된 불이문. 한국전쟁 때 유일하게 불타지 않은 건물이다. 그 옆으로 수령 약 500년된 팽나무가 함께 건봉사를 지키고 있다. - 고기은 제공

가지마다 맺힌 산수유 꽃망울이 걸음을 세운다. 겨울을 이겨내고 봄을 준비하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긴 겨울을 무사히 이겨낸 우리 자신에게도 수고 많았다고, 대견하다고 말해주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봄소식을 알릴 준비를 하는 산수유 꽃망울 - 고종환 제공
봄소식을 알릴 준비를 하는 산수유 꽃망울 - 고종환 제공

 

속세의 파도를 헤치고 부처님 세상으로 이르는 다리라 하여 이름 붙여진 능파교 - 고종환 제공
속세의 파도를 헤치고 부처님 세상으로 이르는 다리라 하여 이름 붙여진 능파교 - 고종환 제공

대웅전으로 가기 위해 무지개 모양의 다리를 지났다. 보물 제1336호으로 지정된 능파교다. 아름다운 조형미를 보여주는 석교로 손꼽힌다. 다리를 지나니 돌기둥 두 개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돌기둥에 새겨진 문양이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는 십바라밀 석주다. 건봉사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다. 바라밀은 보살의 수행을 의미한다. 십바라밀은 대승불교의 기본 수행법인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의 6바라밀에다 이를 보조하는 ‘방편, 원, 력, 지’가 더해진 것이다. 좌우 각각 5개의 문양이 새겨져 있다. 

 

대석단 왼쪽에 위치한 십바라밀 석주. 원월, 신날, 구름, 좌우쌍정,고리두테 문양이 새겨져 있다. - 고기은 제공
대석단 왼쪽에 위치한 십바라밀 석주. 원월, 신날, 구름, 좌우쌍정,고리두테 문양이 새겨져 있다. - 고기은 제공

대석단 오른쪽에 위치한 십바라밀 석주. 반월, 가위, 금강저, 전후쌍정, 성중원월 문양이 새겨져 있다. - 고종환 제공
대석단 오른쪽에 위치한 십바라밀 석주. 반월, 가위, 금강저, 전후쌍정, 성중원월 문양이 새겨져 있다. - 고종환 제공

하나하나 의미가 깊다. 찬찬히 의미를 헤아려보았다. 둥근달처럼 베푸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보시바라밀. 그릇된 행동으로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선행을 쌓으라는 지계바라밀. 욕됨을 참고 나아가는 인욕바라밀. 옳다면 물러남없이 나아가야 하는 정진바라밀. 마음을 한 곳에 모으면 깊이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는 선정바라밀. 이를 통해 마음에 안정이 찾아오고 혜안을 얻을 수 있는 지혜바라밀. 불교 수행법이라고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일상에서 마음이 복잡할 때, 고단할 때, 흔들릴 때마다 이를 한번씩 되새겨보는 것으로 마음을 챙기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전국 4대 사찰의 하나인 건봉사. 대웅전에서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을 가져본다. - 고종환 제공
전국 4대 사찰의 하나인 건봉사. 대웅전에서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을 가져본다. - 고종환 제공

청수를 한 모금 마시고 대웅전에 들어섰다. 삼배를 올린 뒤 잠시 앉아 마음을 가다듬는다. 아직 무교지만 사찰에 오면 이 시간을 꼭 갖는다. 마음이 한결 정갈해진다. 천장을 올려다본다. 연등이 달려있다. 만사형통, 건강기원 등 저마다의 간절한 마음이 달려있을 터. 내 간절한 마음도 달아본다.

 

찰칵! 돌틈에서 나와 포즈를 취하는 다람쥐 - 고종환 제공
찰칵! 돌틈에서 나와 포즈를 취하는 다람쥐 - 고종환 제공

 

정호승 시인의 시, 풍경달다가 생각나던 풍경 - 고기은 제공
정호승 시인의 시, 풍경달다가 생각나던 풍경 - 고기은 제공

법당을 나와 적멸보궁으로 향한다. 그 길에 귀여운 다람쥐를 만났다. 어찌된 일인지 아빠의 카메라를 피하지 않는다. 사진 잘 찍는 사람인 걸 안다는 듯한 눈빛으로 카메라를 본다. 돌 틈 사이로 잠시 숨는 듯하더니 고개를 빼꼼히 내민다. 다시 자리를 잡고 서서 포즈를 취한다. 다람쥐의 깜짝 선물에 잊지못할 추억 한 장이 찍힌다.

 

부처님 치아사리를 봉안한 사리탑 - 고종환 제공
부처님 치아사리를 봉안한 사리탑 - 고종환 제공

 

자신의 자리를 꿋꿋이 지키는 소나무를 닮고 싶다. - 고기은 제공
자신의 자리를 꿋꿋이 지키는 소나무를 닮고 싶다. - 고기은 제공

적멸보궁에 들어섰다. 규모는 아담하지만 이곳의 깊은 내력을 보여준다. 부처님 치아사리를 봉안한 사리탑, 석가여래영아탑봉안비, 석가여래치상입탑비 등이 자리하고 있다. 돌아보고 나오는 길. 건봉사에서 꼭 봐야 할 소나무를 소개 받는다. 건봉사는 1500여 년의 세월동안 산불, 전란 등으로 귀중한 것을 많이 잃었다. 그런데 그 화마 속에서 용케 살아남은 나무 한 그루가 있는 것이다. 산등성이에 보이는 커다란 소나무가 바로 그 나무다. 건봉사 소나무라고 불려지고 있다. 어떻게 화마를 피했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기적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 혼란 속에서도 자신을 지켜낸 꿋꿋함과 초연함은 닮고 싶은 점이다. 약해져 있던 마음을 다시 세우는 시간이다. 300여 년동안 한 자리를 지킨 소나무처럼 이 마음도 좀 더 굳건해지면 좋겠다.  

 

 

☞스톱!☜ 꿀팁 2큰술 


<①큰술> 주소 :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 건봉사로 723
<②큰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면 <건봉사 괜찮아 템플스테이> 를 추천한다. 주말 체험형은 성인 5만원, 주중 자율휴식형 성인 4만 원이다. 예약문의와 자세한 일정은 건봉사 홈페이지를 확인해볼 것.
http://www.geonbongsa.com/

 

 

☜고!☞ 초심을 지킬 수 없을 때도 있다, 화진포 


화진포는 동해안에서 가장 큰 자연 석호다. 둘레만 약 16km에 이른다. 해당화가 붉게 필 때가 가장 아름답다고 하지만 소나무와 어우러진 풍경도 충분히 감동을 준다. 이곳을 찾으면 안 반하는 이가 없다는 말을 실감케 한다. 그래서일까. 별장이 곳곳에 있다. 이승만 별장, 이기붕 별장, 김일성 별장으로 불리는 화진포의 성이 자리하고 있다.

 

한번 오면 그 감동을 잊을 수 없어 다시 찾게 되는 화진포. 언덕엔 이승만 별장이 자리하고 있다. - 고종환 제공
한번 오면 그 감동을 잊을 수 없어 다시 찾게 되는 화진포. 언덕엔 이승만 별장이 자리하고 있다. - 고종환 제공

별장마다 호수를 느끼는 감흥이 달랐다. 지친 마음을 다독여야 한다면 언덕에 자리한 이승만 별장에서 호수를 바라보길 추천한다. 답답한 마음은 화진포의 성 전망대에 올라 마주하는 풍경으로 시원해질 것이다.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고 있다면 이기붕 별장의 마당에서 호수를 바라보라고 권하고 싶다.

 

화진포의 성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울창한 송림에 둘러싸인 호수 - 고종환 제공
화진포의 성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울창한 송림에 둘러싸인 호수 - 고종환 제공

별장을 모두 돌아보고 나오는 길. 한 사람의 이름이 맴돈다. ‘셔우드 홀(Sherwood Hall)’이라는 사람이다. 그에 대한 설명은 화진포의 성 전시관에서 사진, 영상, 업적 몇 줄이 전부다. 그런데 깊은 울림을 준다. 그는 서울 태생 캐나다인이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의학 공부를 하고 아내와 함께 의료 선교활동을 시작한다. 폐결핵 전문의사로 우리나라 최초의 결핵전문요양병원을 설립하였다.

 

초등학교 때 크리스마스 씰을 샀던 기억이 어렴풋한데 이 씰을 최초로 도입한 사람 역시 셔우드 홀이다. 이는 결핵치료의 재원을 마련하고 결핵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의료선교사의 길을 걷고자 한 건 그의 자발적인 선택이었다. 물론 한국에서 선교활동을 한 부모님의 영향도 있지만 그의 결심은 확고했다. 결핵퇴치에 평생을 바치기로 한다.

 

하지만 그가 활동을 펼치던 때는 일제강점기였다. 암울한 시대를 피해갈 수 없었다. 갖은 핍박에 시달려야 했다. 강제추방을 당하는 날까지 그는 자신의 역할을 다한다. 이후로도 다른 나라에서 의료선교 활동을 이어갔다고 한다. 그의 헌신에 깊이 고개가 숙여진다. 앞서 건봉사에서 새긴 십바라밀이 떠오른다. 이를 지킨 삶의 예를 본 것 같다. 

 

하얀 모래, 거북이 형상의 금구도, 눈부신 절경을 이루는 화진포 해수욕장 - 고종환 제공
하얀 모래, 거북이 형상의 금구도, 눈부신 절경을 이루는 화진포 해수욕장 - 고종환 제공

그를 통해 필자가 초심에 대해 간과한 점 하나를 깨달았다. 때론 어쩔 도리가 없는 상황들로 초심을 지킬 수 없기도 하다. 이 글을 쓰던 중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 들었다. 엄마의 친구분께서 4년간 운영한 가게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가게 재계약을 앞두고 건물주가 바뀌었고, 새로운 건물주는 그곳을 카페로 바꿀 계획이라고 한다. 이제야 좀 기반을 잡아 좋아했는데 그렇게 되어 엄마는 더욱 안타까워했다.

 

노송숲 사이로 아담하게 자리한 이기붕 별장. 생각을 차분히 가라앉히기 좋은 장소다. - 고종환 제공
노송숲 사이로 아담하게 자리한 이기붕 별장. 생각을 차분히 가라앉히기 좋은 장소다. - 고종환 제공

필자 역시 안타까움이 컸다. 엄마 못지 않게 열심히 사는 분인걸 알기 때문이다. 종종 갈 때마다 반갑게 맞아주며 음식도 푸짐하게 주는 정 많은 분이셨다. 그곳에서 가게를 더 이상 할 수 없는 억울함과 상실감. 이를 보상받을 길이 없는 것이 마음을 답답하게 한다. 지금 어딘가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일이기에 씁쓸하기만 하다. 이러한 상황들로 초심을 지킬 수 없게되는 건 정말 마음 아픈 일이다. 최소한 잘 살아보고자 하는 마음은 뺏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스톱!☜ 꿀팁 5큰술 


<①큰술> 주소 :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 화포리
<②큰술> 관람료 : 통합발권 기준 어른 3000원, 청소년·군인·어린이 2300원. 주차료 무료.
<③큰술> 관람시간 : 09:00 ~ 18:00 (11~2월 09:00 ~ 17:30)
*매표시간은 관람 마감 1시간 전까지다.  
<④큰술> 각 전시관에 입장할 때마다 입장권을 확인하므로 잃어버리지 않도록 잘 소지한다.
<⑤큰술> 자전거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무료로 대여해준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자전거를 타고 호수를 돌아보아도 좋다. 대여 시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운영시간 11:00~16:00. 

 

추천 맛집
▷ 마실 (마실 가마솥 설렁탕)
주소 :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 자산천로 41 (전화번호 033-682-4070)


외관부터 고풍스러운 멋을 자아낸다. 내부로 들어서면 옛 소품들이 눈길을 끈다. 설렁탕 맛집이지만 설렁탕 뿐 아니라 묵은지말이국수도 맛있다. 5년 숙성된 묵은지로 만들었다. 매실액을 마지막에 몇 방울 떨어뜨리는 것이 포인트다. 함께 나온 김치, 깍두기, 냉이무침, 회무침 등도 한번 더 리필을 외치게 된다. 쉬는 날이 일정하지 않으므로 미리 전화를 하고 가는 것이 좋다. 설렁탕 8000원, 묵은지말이국수 5000원이다.

 

고풍스러운 외관의 마실(왼쪽), 국물 한 방울 남김없이 그릇을 깨끗이 비워낸 묵은지말이국수(오른쪽) - 고종환, 고기은 제공
고풍스러운 외관의 마실(왼쪽), 국물 한 방울 남김없이 그릇을 깨끗이 비워낸 묵은지말이국수(오른쪽) - 고종환, 고기은 제공

고성 화진포 뷰레이크 타임, 못다 한 이야기


지난 주엔 초심을 잃어버린 이유를 찾은 시간이었다면, 이번주는 초심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있음을 알게되는 시간이었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초심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만 생각한 것을 깨뜨리게 되었다. 이를 깨닫고 나니 내가 정말 잃고 싶지 않은 초심은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아님을 알았다. 처음의 마음을 떠올려본다. 처음이라 서툴렀다. 그래서 긴장했다. 온 마음을 다해 집중했다. 내가 잃지 않고 싶은 건 바로 이런 태도였다. 이 태도를 잃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

 

 

필자소개
고기은. KBS, MBC 방송구성작가, 소셜커머스 쿠팡 여행 에디터를 거쳐 현재는 여행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길을 잃고 뜻밖의 풍경, 인연을 만날 때 행복하고 감사하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11 + 6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

    관련 태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