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지식 공유하자는 게 죄인가…전 세계 주요논문 모두 담을 것”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2016년 09월 04일 18:00 프린트하기

[기획]‘지식 공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①“논문 무료로 공개하라”… 세계는 지금 ‘오픈 액세스’ 혁명 중
②논문 해적 ‘사이허브’ 운영자 단독 인터뷰… “지식 공유하자는 게 죄인가”

 

논문 열람 값이 비싸다 보니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논문을 무료 공개하는 ‘지식 해적질’도 등장하고 있다. 2011년 9월 5일 생긴 ‘사이허브(Sci-Hub)’가 대표적인 사례다. 사이허브는 출판사를 해킹해 논문을 빼낸 뒤, 이를 무료 공개하는 웹사이트로 올해 28세인 카자흐스탄 출신 컴퓨터 과학자 알렉산드라 엘바키얀이 만들었다. 현재 하루 평균 8만 명이 이용하고 있으며 논문 5800만 건을 보유하고 있다.


엘바키얀은 본지와의 e메일 단독 인터뷰에서 “전 세계 주요 논문이 7000만 건에서 1억2000만 건으로 추정되는데, 이 논문을 모두 사이허브에 담는 게 목표”라며 “비트코인(가상화폐) 후원금이 매달 수천 달러 이상 들어와 서버 유지 비용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작년 9월부터 6개월간 사이허브에서 논문을 내려받은 나라를 조사해 올해 4월 기사로 발표했는데, 이란 중국 인도 러시아 등을 비롯해 개발도상국이 가장 많이 내려받았다. 이 기간 총 다운로드 건수는 2800만 건에 달했다. 논문을 받은 국가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34개국도 전부 포함돼 있었다. 한국도 서울에서만 12만5000건 이상 논문을 내려받았다.

 

과학저널 ‘사이언스’가 작년 9월부터 6개월간 사이허브에서 논문을 내려받은 나라를 조사해 발표한 결과 중 논문을 많이 내려받은 주요국가만 표시했다. - SCIENCE, 위키미디어 제공
과학저널 ‘사이언스’가 작년 9월부터 6개월간 사이허브에서 논문을 내려받은 나라를 조사해 발표한 결과 중 논문을 많이 내려받은 주요국가만 표시했다. - SCIENCE, 위키미디어 제공


사이허브는 ‘가난한 과학자들의 지식접근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OECD 소속 선진국에서도 많이 내려받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엘바키얀은 “연구논문이 개발도상국에서만 접근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건 실수”라며 “미국에서도 많은 대학이 상당한 양의 논문 구독권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독립 연구자나 일반인은 과학논문 접근 자체가 아예 배제돼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사이언스’가 5월 6일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했을 때 응답자 1만1000명 중 88%는 “사이허브가 해적질한 논문을 내려받는 게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사이허브를 이용하는 이유로 51%는 “논문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라고 대답했고, 23%는 “출판사들이 이득을 얻는 데 반대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컴퓨터과학자 알렉산드라 엘바키얀이 2010년 6월 미국 하버드대에서 열린 학회에서 주제발표를 하는 모습. 엘바키얀은 2011년 ‘사이허브’를 만들어 유료 논문을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 위키미디어 제공
컴퓨터과학자 알렉산드라 엘바키얀이 2010년 6월 미국 하버드대에서 열린 학회에서 주제발표를 하는 모습. 엘바키얀은 2011년 ‘사이허브’를 만들어 유료 논문을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 위키미디어 제공

‘논문 해적질’은 사이허브가 처음이 아니다. 2004년 문을 연 웹사이트 ‘라이브러리닷엔유’(Library.nu)는 전자 학술서적 40만여 권을 불법 공유하다 출판사 17곳으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해 2012년 폐쇄됐다. 2011년 미국 하버드대 학생 애런 슈워츠는 학술논문 무료공개 운동의 일환으로 유료 논문 480만 건을 해킹해 파일공유 웹사이트에 올리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검찰은 징역 50년에 벌금 100만 달러를 적용해 기소했고 슈워츠는 우울증에 시달리다 2013년 자살했다.

 

사이허브도 작년 6월 출판사 ‘엘스비어’가 뉴욕지방법원에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해 운영하던 사이트가 한 차례 폐쇄된 바 있다. 현재는 새로운 사이트를 개설해 운영 중이다.

 

엘바키얀은 이 같은 위협에 대해 “2013년 기부금을 받던 온라인 계좌가 정지됐을 때는 매우 두려웠지만 그 뒤로 한 번도 두렵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면서 “사이허브를 시작한 일을 잘대 후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러시아에 머물고 있는 그는 “당면 과제는 사이허브 운영을 합법적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지식공유가 불법이 되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인터뷰 도움 : 양영주 미국 콜롬비아대 의학센터 병리생물분자의학과 박사과정



변지민 기자

here@donga.com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2016년 09월 04일 18:00 프린트하기

 

혼자보기 아까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해 보세요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9 + 3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

관련 태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