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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하의 장르소설서 길을 잃다] 역사상 최초의 탐정 비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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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9월 05일 18:00 프린트하기

 “장르 소설이란 특정 장르의 독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그 장르에 해당하는 소재, 주제, 양식 등의 특징에 맞춰 쓰이는 장편 또는 단편 소설을 뜻한다. 여기에는 추리 소설, 스릴러 소설, 공포 소설, 과학 소설, 판타지 소설, 무협 소설, 게임 소설, 로맨스 소설 등이 있다.” (위키피디아의 ‘장르소설’항목)

 

  장르는 문학의 각 분류를 이야기하기 때문에 장르 문학이라는 것은 상당히 애매한 단어다. 이 때문에 한편에서는 장르 문학은 경계가 흐릿하고 서로 겹치기도 하기 때문에 장르라고 부르면 다 장르 문학, 장르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는 식이다. 소위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말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장르 문학하면 장르 소설과 동의어처럼 쓰인다. 장르 소설은 대중소설이나 상업소설과 거의 동일한 의미로, 장르적 관습을 따르는 소설들을 이야기한다. 또 순수문학이나 순수소설이라는 상위문학 개념과 상반되는, 또는 대항적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추리소설이나 SF소설, 판타지소설은 아직도 매니아들만 열광하는 혹은 ‘할 일 없는’어른들의 배부른 취미나 소일꺼리처럼 여기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여러가지 장르가 많고, 그에 열광하는 이들도 많지만 필자도 사람이니 만큼 장르소설을 좋아한다고 해서 모든 장르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호불호에 선입견까지 있기 마련이란 말씀이다. 판타지소설은 왠지 유치해 보이고, 무협소설은 룸펜들이 담배연기 자욱한 만화방에서나 즐기는(그냥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진짜 이들 장르의 팬들에게는 이런 표현을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게다가 해부학 수업 참관까지 해봤지만, 스크린 가득 선혈이 난자하거나,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소설은 딱 질색이다.

 

 그래서 이 코너에서는 앞으로 필자가 개인적으로 즐기는 추리소설과 SF소설이라는 두 가지 장르에 한정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비도크’라는 이름 들어보셨나요?

 

외젠 프랑수아 비도크(Eugène François Vidocq, 1775.7.24~1857.5.11)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범죄자이자 범죄학자다.그는 프랑스 경찰의 창시자이자, 추리문학의 주인공인 탐정의 원형이 됐다. - 위키피디아 제공
외젠 프랑수아 비도크(Eugène François Vidocq, 1775.7.24~1857.5.11)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범죄자이자 범죄학자다.그는 프랑스 경찰의 창시자이자, 추리문학의 주인공인 탐정의 원형이 됐다. - 위키피디아 제공

우선 오늘은 추리소설로 이야기를 해보자.

 

  요즘은 세상이 너무 험해져서인지 아니면 신문이나 언론에서 나오는 사건사고들이 워낙 잔인하고 그에 익숙해져서 인지 셜록 홈즈나 구석의 노인, 에르큘 포와로 같은 안락의자형 탐정들이 해결하는 소설들을 읽다보면 좀 유치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요즘 나오는 추리소설들은 고전적인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범죄 스릴러나 경찰소설과 같은 하드보일드식 소설에 가깝다.

 

  그렇지만 여전히 우리에게는 ‘셜로키언’같은 소설 속 고전적 탐정에 환상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궁금한 점 하나. 현실과 소설 막론하고 역사상 최초의 탐정은 누구일까?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에드거 앨런 포가 쓴 ‘모르그가의 살인’에 나오는 오귀스트 뒤팽을 최초 탐정으로 꼽는 이들도 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진정한 첫 탐정은 아더 코난 도일 경이 창조한 셜록 홈즈를 꼽기도 한다.

 

  사실 문학으로만 따진다면 둘 다 맞는 답일 수 있다. 오귀스트 뒤팽은 추리소설에서 나오는 탐정들의 원형을 그대로 보여준 최초의 탐정이고, 셜록 홈즈는 문학사상, 역사상 최초의 자문탐정이니 말이다.

 

  실제 역사에서 최초의 탐정은 누구일까?

 

  1748년 영국 런던 보스트리트 치안판사였던 H. 필딩은 ‘보스트리트 러너’라는 지자체 소속의 조직을 만들어 부패와 범죄 정보 및 증거를 수집해 왔다. 이 조직은 이후 1892년 내부무장관 로버트 필이 만든 스코틀랜드 야드(런던 경시청)에 흡수됐다. 최초의 탐정조직이라고는 하지만, 어찌보면 당시 정부 고위인사들은 개별적으로 모두 사설 정보조직을 운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보스트리트 러너는 탐정조직이라기 보다는 정보조직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영화
영화 '비독'의 포스터. 영화 '비독'은 범죄자가 아닌 탐정으로써 비도크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다. - 네이버 제공

 사실상 최초의 탐정은 프랑스인이다.

 

  들어보셨나. 외젠 프랑수아 비도크(Eugene Francois Vidocq, 1775~1857)이란 이름을.

 

  비도크는 프랑스의 범죄자이자 범죄학자로, 전직 사기꾼이었던 그는 역사상 최초의 사립탐정이 돼 근대 범죄학 체계를 만들고, 프랑스 경찰의 실질적 창시자가 됐다. 비도크의 이 같은 삶의 반전은 빅토르 위고와 오노레 드 발자크 등 많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불러 일으켰다. 빅토르 위고가 쓴 레미제라블의 주인공인 장발장도 그렇고, 발자크의 연작소설 인간희극에 등장하는 천재 범죄자 보트랭도 사실 비도크에게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인물들이다.

 

  비도크의 삶은 소설의 주인공보다 더 극적이다. 프랑스 아라스에서 빵집 아들로 태어난 그는 프랑스 대혁명 당시 입대해 5년간 군복무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정식 제대 명령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탈영병 신세가 돼 체포당했다. 그렇게 감방에 들어간 비도크는 같은 감방에 있던 위조지폐범의 죄까지 뒤집어 쓰고 중형을 선고받아 10년 동안 탈옥과 옥살이를 거듭했다. 이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그는 프랑스 거의 모든 교도소에 들어간 진기한(?) 기록을 세우는 한편, 범죄자의 생리와 수범을 파악하는 계기가 됐으며, 변장의 명수가 됐다.

 

  그러나 그는 탈옥과 숨어사는 생활에 지쳐 감옥내 정부의 정보원이 되기를 자처하고 1년 9개월 동안 자진해서 옥살이를 하면서 같은 감방에 있던 죄수의 고백을 듣고 정부에 알리기도 했다. 그렇게 형기를 마친 뒤 그는 정부 전속 탐정이 됐다. 이후 프랑스 내 범죄가 점점 심해지자 그는 자신과 뜻을 같이 한 전과자들을 모아 범죄수사국을 창설했다. 이들의 활약은 대단해 창설 8년 만에 파리의 범죄율을 40% 가까이 떨어뜨리기도 했단다. 그 덕분에 비도크는 루이 18세에게 위조지폐 사범이라는 죄에 대해 사면을 받았다.

 

발자크의 권유로 쓴 비도크의
발자크의 권유로 쓴 비도크의 '회고록'은 추리소설 작가는 물론 모험소설 작가들의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 구글 제공

  그가 쓴 회고록은 4권으로 이뤄져 있는데 자신의 경험을 위조로 썼다고 한다(아직 번역되지는 않았다. 프랑스어에 자신 있으신 분은 도전해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그렇지만 그의 회고록은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만큼이나 과장된 부분이 많아 허풍선이의 글이라는 혹평까지 받았다. 그렇지만 그의 회고록은 애드거 앨런 포우, 아더 코난 도일, 에밀 가보리오 등에 영향을 미쳐 근대 추리소설 기초를 세우는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비도크는 여러 범죄사건 기록을 꼼꼼하게 적어 사건 수사에 참고해 근대 과학수사의 아버지로 불리기도 한다. 이 때문에 그가 경찰과 나눈 대화는 유명하고, 간혹 미드나 추리소설에서도 인용되기도 한다.

 

 “어떻게 이 같은 범죄의 전모를 파악하게 됐나?”

 “범죄자란 독창성이 없지. 한 번 사용한 범죄방식이 성공하면 다시 한 번 쓰게 돼 있지. 안전한 아지트를 찾을 때도 계속 안전한 아지트만 찾게 되는 법이지.”

 

  세기의 범죄자이자 탐정 비도크가 없었다면, 우리가 어린 시절 열광했던 셜록 홈즈나 아르센 뤼팽이 나올 수 있었을까?


유용하 기자

edmo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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