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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노벨상]"한국 노벨상 콤플렉스는 자신감 부재 산물" 연구재단 보고서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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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9월 30일 14:09 프린트하기

日, 노벨상 수상 너무 강조하다 국제 학계 비웃음

中, 공산당 통치 정당화 수단 활용

언론 방조 아래 '왜'라고 묻지 않는 사회 분위기   

노벨재단 제공
노벨재단 제공

‘올해는 한국이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까’. 해마다 노벨상 발표 시즌이 되면 언론마다 한국의 수상 가능성을 점치는 기사를 쏟아낸다. 올해도 어김없었다. 현대 과학 연구를 시작한지 100년이 넘은 이웃나라 일본은 받는데 왜 한국은 받지 못하냐는 지적도 쏟아진다. 이런 한국 사회의 노벨상 콤플렉스가 외부의 인정을 통해서만 과학기술 수준을 확인하려는 자신감 부재에서 기인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국연구재단은 30일 ‘노벨과학상 종합분석 보고서’를 내고 “한국의 노벨과학상 콤플렉스는 한국 과학기술 수준에 대한 한국 사회 내부의 자신감의 부재가 드러나 있으며 노벨과학상이라는 외부적 인정을 통해 그것을 확인받고자 하는 사회적 욕구가 반영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 일본 중국 수상자 배출 늘면서 조바심 생겨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여 년 간 언론과 국민을 중심으로 한국 과학자의 노벨 과학상 수상에 대한 기대는 매우 높아졌다. 이런 배경에는 주변국이자 경쟁국인 일본과 중국의 영향이 컸다. 일본은  2000년대 이후 17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냈고 중국 역시 2015년 최초로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배출하면서 과학기술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온 한국의 수상에 대한 기대와 조바심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국내 언론과 일부 과학자들은 2000년 이전까지 국내 과학기술과 과학교육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단골 소재처럼 노벨 과학상을 활용했다. 그러다가 기초연구가 본격화한 2000년대 이후 과학 정책을 비판하는데  이를 집중했다. 2004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가 주목을 받으면서 노벨 과학상 수상 가능성이 높아지자 노벨상 수상에 대한 사회적 열망도 확대됐다. 

 

실제 2000년대 들어 정부, 대학, 연구기관, 기업들은 한국인 노벨과학상 수상자 조기 배출을 위한 다양한 정책 연구와 지원책을 마련했다. 대기업인 삼성은 미래기술육성 프로젝트를 통해 기초과학 분야에 10년 간 5000억 원을 지원해  노벨과학상 수상 토대를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기도 했다. 

 

○노벨상 못받으면 과학 실패로 보는 언론들

노벨 과학상 수상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커지면서 한편에선 노벨상 수상에 집착하는 과학기술 정책에 대한 비판도 커졌다.  보고서는 “이런 과정에서 한국 과학자의 노벨과학상 수상 실패를 기초과학연구 정책의 실패나 과학계의 실패와 동일시하는 논조가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노벨과학상은 좋은 연구에 주어지는 많은 보상과 인정 중 하나인데, 그것 자체를 정부 과학기술 정책의 목표로 설정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노벨과학상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모습이 오히려 과학계의 품위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벨상 수상자를 여럿 배출한 일본과 미국에 다음으로 과학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한 중국에서도 이런 ‘노벨상 병’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일본은 2001년 제2차 과학기술기본계획에서 향후 50년 간 노벨상 수준의 국제적 과학상 수상자 30명 배출을 목표로 설정하고 정부가 지원에 나섰지만 그 활동이 지나쳐 오히려 국제 과학계의 비웃음을 샀다. 일본은 결국 2011년 ‘제4차 과학기술 기본계획’에서 노벨상 목표를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중국도 2015년 투유유 중국전통의학연구원 교수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기 전까지 노벨상 수상 강박에 시달려야 했다. 중국 정부는 중국의 노벨과학상 수상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조성하고 서방과의 기술 격차 감소를 통한 통치 정당화 전략을 추진했다. 중국이 올림픽 대회에서 금메달리스트를 양산해 냄으로써 국민적 자긍심을 높였던 것을 모델로 삼아, 과학 기술 분야로 이를 확대한 것이다. 

 

유전보 중국 지린대 교수는 "다른 권위주의적 국가들처럼 중국 통치자들도 통치의 정통성 확보를 위해 다양한 정당화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중국과 서방의 기술 격차를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벨 과학상 수상은 서방과의 기술 격차가 감소했음을 보여주는 국제적 인증에 해당하지만 오히려 상을 못 받을 경우 중국 과학기술의 지속적인 실패로 여겨지게 되는 위험 부담이 있는 셈이다.

 

○ 왜 상을 받아야하는 지 이유를 모르는 한국사회
보고서는 “한국의 노벨상 콤플렉스는 자국 과학기술 수준에 대한 사회 내부의 자신감의 부재에서 기인하며 노벨상이라는 외부적 인정을 통해 확인받고자 하는 사회적 욕구가 반영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사회에서 노벨과학상은 과학계 각 분야의 1등을 확인해 주는 징표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노벨과학상 수상 실패는 한국 과학 기술의 수준 미달로 해석된다는 분석이다. 

 

한국의 노벨상 콤플렉스는 이미  수년 전부터 해외 학자들에게도 지적을 받아왔다. 버틸 앤더슨 싱가포르 난양공대 총장은 한국이 노벨상을 받으려면 “노벨상 조급증”을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2016년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코스털리츠 미국 브라운대 교수 겸 고등과학원 석학교수 “한국의 노벨상 콤플렉스가 노이로제 수준에 이른다”는 지적을 내놨다. 


보고서는 “그동안의 관련 연구들은 노벨과학상을 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집중함으로써 노벨 과학상 수상이라는 목표 자체에는 ‘왜’라는 질문을 제기하지 않았다”며 “암묵적으로 노벨 과학상이 과학연구와 과학 정책의 중요한 목표라는 점을 당연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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