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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물질 '윔프' 발견 오류 가능성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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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06일 08:28 프린트하기

지구에서 빛의 속도로 22억 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아벨 1689′ 은하단을 허블우주망원경으로 촬영한 영상. 가운데에 마치 렌즈로 확대한 듯 왜곡된 은하 분포가 보인다. 눈에는 안 보이지만 암흑물질이 존재해 빛을 렌즈처럼 휜 결과다. 암흑물질이 존재한다는 간접적 증거다. -사진 제공 NASA
지구에서 빛의 속도로 22억 년 가야 하는 거리에 위치한 '아벨 1689' 은하단을 허블우주망원경으로 촬영한 영상. 가운데에 마치 렌즈로 확대한 듯 은하 분포가 둥글게 왜곡돼 보이는 부분이 있다. 눈에는 안 보이지만 암흑물질이 존재해 은하로부터의 빛을 렌즈처럼 휜 결과다. 암흑물질이 존재한다는 간접적 증거다. -사진 제공 NASA

우주의 27%를 차지하고 있지만 특성은 물론 존재 여부조차 전혀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우주 구성 물질 ‘암흑물질’이 다시 한번 중세 암흑과 같은 미지의 상태에 빠졌다. 지금까지 암흑물질을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해 온 세계 단 하나뿐인 연구 결과를, 한국이 주도한 국제연구팀이 교차 검증한 끝에 20년 만에 잘못된 것으로 밝혔다. 연구팀은 “암흑물질 연구를 다음 단계로 진전시키 위한 중요한 이정표”라며 암흑물질 탐색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뜻을 밝혔다.


이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실험연구단 부연구단장과 하창현 연구위원팀은 국내외 15개 기관 소속 50명의 연구자가 참여하는 국제연구팀인 ‘코사인-100’을 주도해, 유력한 암흑물질 후보인 ‘윔프(WIMP)’ 입자를 검출할 수 있는 실험장치를 독자적으로 구축했다. 윔프는 고(故) 이휘소 박사가 처음 개념을 제안한 가상의 입자로, ‘약한 상호작용을 하는 무거운 입자’를 의미한다. 우주의 4대 힘 중 약한 상호작용과 중력만 작용하는 게 바로 암흑물질의 가장 큰 특징이기에, 윔프는 암흑물질의 가장 강력한 후보 중 하나로 꼽혀 왔다.


연구팀은 강원도 양양 지하 700m 지점에 106kg의 고순도 요오드화나트륨 결정을 만든 뒤, 이를 이용해 암흑물질을 검출할 수 있는 실험장치를 만들었다. 이론에 따르면, 윔프는 초속 수백 km로 우주에서 지구로 날아와 지구를 통과한다. 윔프는 비록 물질과의 반응성이 매우 낮지만, 요오드화나트륨 결정을 통과하면서 아주 드물게 원자핵과 부딪히며 빛을 낸다. 이 빛이 나오는 확률은 정확히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연구팀은 이 빛을 실제로 관측한 뒤 이론에서 예측된 빛의 발생 빈도와 비교해 정말 윔프가 존재하는지 밝힐 수 있다. 연구팀은 2016년부터 실제로 윔프의 존재 여부를 관측하고 있다.

 

코사인-100 팀이 윔프 검출 실험을 한 양양 지하실험실(Y2L)의 모습. -사진 제공 IBS
코사인-100 팀이 윔프 검출 실험을 한 양양 지하실험실(Y2L)의 모습. -사진 제공 IBS

코사인-100 팀은 20년 전인 1998년 이탈리아 그랑사소연구소의 ‘다마(DAMA)’ 팀의 연구 결과를 교차 검증하기 위해 이 연구를 시작했다. 다마 팀은 코사인-100 팀과 비슷하게 250kg의 요오드화나트륨 결정으로 1995년부터 윔프를 관측하고 있는데, 1998년 윔프를 발견했다고 밝혀 세계 물리학계를 발칵 뒤집었다. 당시 다마 팀은 계절별로 변하는 관측 신호를 찾았는데, 이것을 지구가 공전하면서 암흑물질이 밀집해 있는 지역을 통과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만약 다마 팀이 실제로 윔프를 검출했다면 노벨상을 받아야 할 중요한 발견이지만, 20년째 다른 연구팀에 의해 검증이 이뤄지지 못해 정말 윔프를 검출했는지 그 동안 논란이 많았다.


이번에 코사인-100 연구팀은 관측시설을 처음 가동한 2016년 말의 약 60일 동안 모은 데이터를 분석해 20년 만에 처음으로 다마 팀의 연구 결과를 정교하게 교차 검증하는 데 성공했다. 다마 팀의 결과가 옳다면, 데이터를 분석한 60일 동안 1200개의 빛 신호가 윔프와 원자핵의 충돌에 의해 검출돼야 한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 윔프의 신호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연구팀은 다마 팀이 관측한 신호가 윔프의 신호가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결론 내렸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5일자에 발표됐다.

 

이현수 IBS 지하실험 연구단 부연구단장과 하창현 연구위원이 연구 내용을 토론하고 있다. -사진 제공 IBS
이현수 IBS 지하실험 연구단 부연구단장과 하창현 연구위원이 연구 내용을 토론하고 있다. -사진 제공 IBS

이번 연구는 윔프가 암흑물질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 아니다. 20년 전 관측한 입자 신호가 윔프가 아니었음을 확인해, ‘진짜 암흑물질’을 찾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쉽게 말하면 암흑물질의 춘추전국시대가 다시 열리는 셈이다. 현재 암흑물질 후보에는 윔프 외에도 보다 가볍고 매우 많은 수가 뭉쳐 이동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입자인 ‘액시온’과 ‘비활성 중성미자’가 존재한다. 이번 연구 결과로 액시온 및 비활성 중성미자 역시 암흑물질의 후보 자리를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액시온 역시 한국 물리학자인 김진의 경희대 석좌교수가 제안한 입자로, 최근 국내외에서 활발히 관측이 이뤄지고 있다. 또 윔프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다른 질량을 지닌 윔프 역시 암흑물질 후보가 될 수 있게 됐다.

 

코사인-100 팀은 이를 위해 현재 강원도 정선 지하 1100m에 보다 정확도를 높인 새로운 지하 관측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더 정확하게 암흑물질을 검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특성이 다른(질량이 작은) 암흑물질 탐색에도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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