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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운의 곤충記]곤충의 겨울나기…한겨울에 살아남지 못하면 다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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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27일 15:22 프린트하기

따뜻한 봄기운을 타고 나풀나풀 우아하게 나는 ‘꼬리명주나비’는 우리의 심성을 맑게 해줬다. 한 여름 밤 멈춘 듯 적막한 어둠을 가르고 리듬에 맞춰 춤추는 ‘반딧불이’는 밤 새워 봐도 질리지 않았다. 귀를 적시는 가을 정취 물씬한 ‘왕귀뚜라미’와 ‘알락방울벌레’의 화음은 낭만 그 자체였다. 봄부터 가을까지 우리 곁에 같이 살며 눈과 귀와 영혼을 살찌우던 그 많은 곤충들이 겨울 찬바람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그 많던 벌레는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

 

꼬리명주나비
꼬리명주나비
파파리반딧불이 군무
파파리반딧불이 군무
알락방울벌레
알락방울벌레

참나무와 벚나무는 된서리 한 번에 잎을 떨어뜨려 일찌감치 추운 겨울을  준비했고 달맞이꽃과 민들레는 키를 낮추고 몸을 땅에 붙여 북풍한설을 대비한다. 숲이 텅 비어도 겨울을 인내하는 풀과 나무의 겨우살이를 알기에 다음 해 봄, 새싹이 나오고 꽃이 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런데 도대체 곤충은 어디에 숨어서 어떻게 목숨을 부지하고 있을까? 만약 겨울이라고 모두 죽어버리면 무엇으로 생명을 이어갈 것인가? 무(無)에서 유(有)는 만들어 낼 수 없으므로 만약 한 겨울에 살아남지 못하면 더 이상 생존은 없다.

 

달맞이꽃
달맞이꽃
민들레
민들레

곤충의 생활 주기는 계절의 변동에 잘 적응된 모습을 보인다. 광주기, 온도, 습도, 먹이 등의 조건에 따라 휴면을 하거나 단순히 활동을 정지하기도 하고 때로는 발생 시기도 조절한다. 물론 환경을 극복하지 못 할 때는 철새처럼 이주 비행을 한다. 해마다 가을이면 캐나다와 미국 동부에서 큰 무리를 지어 멕시코까지, 대륙을 넘나드는 대표적인 곤충으로는 모나크 나비가 있다.

 

모나크 나비
모나크 나비
멕시코 엘 로사리오로 이동해 온 모나크 나비
멕시코 엘 로사리오로 이동해 온 모나크 나비

작은멋쟁이나비는 번식력이 강하고 생존 조건이 까다롭지 않아 전 세계 어디에서나 잘 사는 나비다. 유럽의 작은멋쟁이나비는 해마다 가을이면 큰 무리를 이뤄 유럽에서 지중해를 건너고 북아프리카와 사하라 사막을 거쳐 열대 아프리카로 가는 장거리 이동을 한다. 아프리카에서 겨울을 난 뒤 이듬해 봄, 길을 되짚어 유럽에서 봄을 맞는 주기적 이동이 확인되었다. 지리적 특성과 환경에 적응하는 방식이 제 각각이라 같은 종이라 해도 지역에 따라 생활사가 다를 수 있는데 한반도에 서식하는 작은멋쟁이나비는 같은 속(屬)에 속하지만 이동을 하지 않고 추위를 기꺼이 받아들여 겨울을 난다. 아마도 3면이 바다라 한 번에 이동해야 할 거리가 멀기 때문일 것이다.

 

작은멋쟁이나비(Vanessa cardui, Cosmopolitan Butterfly)
작은멋쟁이나비(Vanessa cardui, Cosmopolitan Butterfly)

따뜻한 곳으로 이동하는 일도 생명을 거는 힘든 과정이지만 자리를 지키며 추위를 이겨내는  월동 방법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북반구 온대 지역인 한반도에 사는 거의 모든 곤충들은 자기가 살던 곳에서 매서운 겨울 추위를 숙명이라 여기며 당당하게 맞서는 생존전략을 택했다. 사람 눈에만 띄지 않을 뿐이지 ‘알’이나 ‘애벌레’로, 단단한 ‘번데기’나 ‘고치’로, 혹은 ‘어른벌레’ 상태로 자신의 몸에 맞는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혹한과 찬바람을 감내한다. 다음 세대를 잇기 위해 몸속에 온갖 무기를 장착한 채 흔적을 남기지 않고 죽은 듯 겨울과 싸우고 있는 월동 곤충을 찾아본다.

 

월동중인 부전나비 알
월동중인 부전나비 알

‘알’로 겨울을 나는 종은 환경 변화에 따른 휴면이 아니라 이미 어미 배에서 나올 때 정해져 있는 ‘배자 휴면’이다, 즉 어미는 알에게 휴면호르몬을 주입하여 태생적으로 휴면이 결정 된 알로 월동하게 만든다. 유전자로 배자를 휴면하게 만들었지만 추운 겨울을 버티기 위해서는 구조적으로도 정교한 방어 시스템이 필요하다. 물리적으로 손상되지 않고 방한을 할 수 있는 여러 겹의 난각을 만들고 건조하지 않도록 왁스층도 있어야 한다.

 

월동중인 부전나비 알
월동중인 부전나비 알

어미가 알에서 나오는 새끼를 돌 볼 수 없으므로 알에서 나오자마자 쉽게 영양분을 구할 수 있는 환경도 필수다. 천적이 접근하지 못하는 은밀하며 기온도 일정하고 습기도 적당한 산란처를 찾아야 그나마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월동 중인 유리산누에나방 알
월동 중인 유리산누에나방 알
월동 중인 밤나무산누에나방 알
월동 중인 밤나무산누에나방 알

암고운부전나비는 복숭아나무 줄기에 올록볼록한 알로 겨울을 나고, 북방녹색부전나비는 참나무의 겨울 잎눈 사이에 오톨도톨한 알을 낳는다. 멸종위기곤충 깊은산부전나비도 사시나무 겨울눈에 알을 붙여 놓는다. 겨울 잎눈은 완벽한 위장을 도와줄 뿐만 아니라 따뜻한 봄에 알에서 나온 애벌레가 부드러운 새순을 먹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다. 산누에나방과의 밤나무산누에나방, 유리산누에나방도 알로 월동을 한다.

 

봄에 애벌레로 새롭게 태어날 때까지 어미가 만들어 준 두꺼운 방한 껍질로 쌓여있는 알들은 추운 겨울을 결코 두려워하지 않는다. 

 

※ 난각(卵殼) : chorion /휴면 : Diapause /단순 활동정지 : Quiescence

※ 참고 문헌  
• Talavera, G. et al. (2018). Round-trip across the Sahara: Afrotropical Painted Lady butterflies recolonize the Mediterranean in early spring. Biology letters, 14(6), 20180274.

 

※ 필자소개
이강운 곤충학자 (holoce@hecri.re.kr)

서울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장, 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장이며 국립인천대 매개곤충 융복합센터 학술연구 교수를 맡고 있다. 과학동아에 ‘애벌레의 비밀’을 연재했다. 2015년 한국의 나방 애벌레 도감Ⅰ Caterpillars of Moths in Korea Ⅰ’(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2016년 캐터필러 Ι, 2017년 캐터필러Ⅱ(도서출판홀로세)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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