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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현생인류는 20만년 전 남아프리카人…지구 자전축 변화 따른 기후변화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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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현생인류는 20만년 전 남아프리카人…지구 자전축 변화 따른 기후변화로 확산"

2019.10.29 09:17
새로운 유전학 및 고기후학 연구 결과 최초 인류가 탄생한 지역으로 지목된 보츠와나 북쪽 및 나미비아 동쪽 칼라하리 지역에서 지역 족장 이쿤 이쿤타(왼쪽)꽈 바네사 헤이에스 호주 가반의학연구소 교수가 이야기하고 있다. IBS 기후물리연구단이 참여한 이번 연구에서 새롭게 현생인류의 기원과 확산 역사가 밝혀졌다. 네이처 제공
새로운 유전학 및 고기후학 연구 결과 최초 인류가 탄생한 지역으로 지목된 보츠와나 북쪽 및 나미비아 동쪽 칼라하리 지역에서 지역 족장 이쿤 이쿤타(왼쪽)꽈 바네사 헤이에스 호주 가반의학연구소 교수가 이야기하고 있다. IBS 기후물리연구단이 참여한 이번 연구에서 새롭게 현생인류의 기원과 확산 역사가 밝혀졌다. 네이처 제공

현재 전세계에 퍼져 살고 있는 현생인류(호모사피엔스)가 약 20만 년 전 지금의 아프리카 남부 보츠와나 북부에서 처음 태어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인류는 약 13만 년 전 찾아온 갑작스러운 기후변화의 여파로 아프리카 안에 만들어진 드넓은 초원지대를 건너 북서쪽 및 남동쪽으로 각각 확산하기 시작했고, 그 중 일부가 결국 전세계 다른 대륙까지 퍼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초 인류의 확산을 부른 기후변화의 원인으로는 2만 1000년에 한 번씩 요동치는 지구의 자전축 변화로 밝혀졌다.


악셀 팀머만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장(부산대 석좌교수)과 이순선 연구위원팀은 호주 및 남아프리카공화국 연구팀과 함께 현생인류의 발상지와 확산 원인을 현생 남아프리카인의 DNA 해독과 고(古) 기후 연구를 바탕으로 밝혀 국제학술지 ‘네이처’ 28일자에 발표했다.


그 동안 현생인류의 기원과 발상지를 알기 위한 연구가 오랫동안 이뤄져 왔지만, 연구마다 기원 시점과 발상지가 다르게 나와 결론이 나지 않았다. 화석은 에티오피아 등 동아프리카에서 발굴된 약 20만 년 전 화석이 가장 오래돼 한동안 이 지역이 인류의 발상지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2017년 아프리카 북부 모로코 제벨 이르후드 동굴에서 약 32만 년 전으로 연대가 밝혀진 초기 호모 사피엔스 화석이 발견되면서 동아프리카 외의 지역이 인류의 고향이거나 심지어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인류가 탄생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유전학자들이 세포 내 DNA에 쌓인 DNA 변이 정도를 측정해 종의 탄생 연대를 추정하는 ‘유전자 시계’ 기술로 현생인류의 탄생 시점과 지역을 찾은 결과도 비슷했다. 1987년 레베카 칸 미국 하와이대 교수팀이 어머니에게서만 물려 받는 세포 내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 DNA를 해독해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를 계속 추적하는 방식으로 전세계 현생인류의 조상을 거슬러올라간 결과, 약 20만 년 전 동아프리카가 인류의 탄생 시점과 장소로 나타났다.

 

2017년에도 ‘사이언스’에 동아프리카를 인류의 발상지로 지목하는 논문이 발표됐다. 하지만 가장 오래된 미토콘드리아 DNA 유전형을 지닌 인류가 남아프리카 지역에 집중적으로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져, 인류의 기원이 남아프리카일 가능성도 제기돼 있는 상태였다. 게다가 아버지에게서만 물려 받는 남성의 Y염색체 DNA를 추적한 연구에서는 서아프리카가 기원으로 추정됐다.


연구팀 역시 가장 오래된 미토콘드리아 DNA를 지닌 현대인의 DNA를 추가로 분석하는 방법으로 최초의 인류를 추적했다. 미토콘드리아 DNA는 L0~L7까지 7개의 큰 혈통으로 나눌 수 있다. 이 가운데 L3는 아프리카 밖 인류에서 발견되며, 지역에 따라 19개의 주요 세부 혈통으로 나뉜다. L3를 제외한 나머지 6개 L 계통은 아프리카 대륙 내에서만 발견된다. 

 

연구팀은 그 가운데 가장 오래된 유전형으로 추정되는 L0 유전형을 지닌 남아프리카인 198명으로부터 혈액 시료를 제공받아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 DNA의 해독했다. 여기에 기존에 이미 해독된 1217명의 L0미토콘드리아 DNA 해독 결과를 더해 지금까지 나온 가장 정확한 L0 인류 가계도를 그렸다.

 

20만~13만 년 전까지, 현생인류는 칼라하리 지역의 대규모 습지에 살았다. 이 시기에는 발상지로부터 다른 지역으로 확산했다는 증거가 없다. 약 13만 년 전 지구 궤도와 태양 복사로 발상지의 북동쪽으로 강수와 식생이 증가해 먼저 북동쪽으로 이주가 가능했다(2), 약 2만 년 후, 녹지축이 남서쪽으로 개방되어 남아프리카 남서 해안쪽으로 이주가 가능했다. 한 그룹이 발상지에 남았고, 그들의 후손 일부(칼라하리 코이산)는 여전히 칼라하리에 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20만~13만 년 전까지, 현생인류는 칼라하리 지역의 대규모 습지에 살았다. 이 시기에는 발상지로부터 다른 지역으로 확산했다는 증거가 없다. 약 13만 년 전 지구 궤도와 태양 복사로 발상지의 북동쪽으로 강수와 식생이 증가해 먼저 북동쪽으로 이주가 가능했다(2), 약 2만 년 후, 녹지축이 남서쪽으로 개방되어 남아프리카 남서 해안쪽으로 이주가 가능했다. 한 그룹이 발상지에 남았고, 그들의 후손 일부(칼라하리 코이산)는 여전히 칼라하리에 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연구 결과 L0 인류는 20만 년 전 칼라하리 지역에서 처음 등장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기존에 추정하던 등장시점인 약 18만 년보다 2만 년 늦춰진 결과다. 연구팀은 L0 인류 집단이 여러 차례 ‘분가’를 거쳐 여러 다시 작은 인구 집단들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밝히고 이들 사이의 가계도를 그렸다.

 

예를 들어 지금의 남아프리카공화국 부근과 동아프리카에 사는 ‘케이프 코이산’, 남아프리카 전역에 사는 ‘코이산’, 보츠와나 북쪽 칼라하리 지역에 사는 ‘칼라하리 코이산’이라는 이름의 인류 집단이 모두 L0 형을 지니고 있었다. 이들 사이의 관계를 추적한 결과, ‘칼라하리 코이산’이 가장 오래된 최초의 인류 집단의 후손으로 밝혀졌고, 나머지는 최초의 인류로부터 밖으로 확산해 나간 인류의 후손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지역에서 태어난 인류가 고향에 머물지 않고 다른 지역에 퍼져 나간 이유도 추정했다. 팀머만 단장과 이순선 연구위원팀은 육지와 해양에 퇴적된 퇴적물 시료를 분석하고 컴퓨터 모델을 이용해 과거 기후를 추적했다. 그 결과 25만 년 전 이후 남아프리카의 기후를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과거 25만 년 동안의 강수량과 식생을 분석한 결과, 현재는 매우 건조한 사막 지대인 칼라하리 지역이 약 23만 년 전에는 지금의 오카방고 삼각주처럼 수량이 풍부하고 동식물이 많은 풍요로운 환경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현생인류가 탄생하던 약 20만 년 전 무렵부터 13만 년 전까지는 비록 건조했지만, 습지가 존재하는 환경을 유지했다.


하지만 약 13만 년 전 기후가 변했다. 이 때에는 북동쪽에 강우량이 늘며 녹지가 펼쳐졌다. 11만 년 전에는 남서쪽으로 녹지가 펼쳐졌다. 이는 L0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 결과 L0a라고 이름 붙인 세부 혈통과, L0d1’2라는 이름이 붙은 인류집단이 각각 북동쪽과 남서쪽에 등장한 것과 지역 및 시점이 일치한다. 특히 L0d1’2 인류는 고고학 연구 결과 약 10만~6만 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밝혀져 고고학 유적과도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후손 가운데 일부가 지금의 코이산 족이다. L0d 계열 인류는 지금도 보츠와나 남서쪽에 살고 있고, L0a 인류는 이후 아프리카를 벗어나 지구 전역으로 확산했다. 

 

L0의 다양한 세부 유전형 인구집단의 이주를 보여주는 지도다. 초록색과 파란색으로 묘사된 북동쪽 인구 확산이 13만 년 전, 보라색 인구 확산이 11만 년 전 이후 일어난 두 번의 주요 확산 현상이다. 주황색 지점이 최초의 발상지이고, 이 지역에는 여전히 칼라하리 코이산 족이 살고 있다. 네이처 제공
L0의 다양한 세부 유전형 인구집단의 이주를 보여주는 지도다. 초록색과 파란색으로 묘사된 북동쪽 인구 확산이 13만 년 전, 보라색 인구 확산이 11만 년 전 이후 일어난 두 번의 주요 확산 현상이다. 주황색 지점이 최초의 발상지이고, 이 지역에는 여전히 칼라하리 코이산 족이 살고 있다. 네이처 제공

연구팀은 이 같은 기후 변화가 일어난 이유도 밝혔다. 2만 1000년 주기로 지구의 자전축이 마치 팽이가 비틀거리며 돌 듯 한 바퀴 도는 세차 운동이 주 요인으로 제시됐다. 세차운동이 일어나면서 적도 이남 지역의 여름 일사량이 변화했고, 그 결과 강우량이 변화하는데 그 주기가 2만 년이라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현대인의 유전자를 토대로 역으로 추적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현생인류가 언제, 어디에 살았는지를 유전학과 고고학, 기후학 연구를 통해 정밀하게 추정한 연구다. 팀머만 단장은 “현재 살아있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모계혈통을 찾았다는 뜻”이라며 “당시 또는 그 이전에 아프리카 다른 지역에 L0 혈통 이외의 현생인류가 또 존재했을 가능성은 베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 인류의 후손이 현대인에게 유전자를 제공하지 못하고 사라졌을 가능성도 있어, 적어도 ‘직계’ 조상으로서는 가장 오래된 조상을 찾았다고 볼 수 있다.


팀머만 단장은 “인류의 진화와 유전적 다양성, 문화적, 민족적 정체성 발달에 과거 기후변화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악셀 티머먼 IBS 기후물리연구단장(왼쪽)과 이순선 연구위원이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최된 사전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악셀 티머먼 IBS 기후물리연구단장(왼쪽)과 이순선 연구위원이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최된 사전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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