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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치료제 시대 오려면 '고비용-면역반응' 숙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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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치료제 시대 오려면 '고비용-면역반응' 숙제 풀어야

2019.11.06 08:56
브라이언 샤피로
브라이언 샤피로 화이자 희귀질환사업부 의학부 대표가 5일 한국화이자제약 본사에서 열린 미디어 행사에서 유전자치료제의 원리와 전망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희귀질환 7000종 가운데 약 80%는 유전질환입니다. 유전성 희귀 질환을 겪는 사람은 세계적으로 3억 5000명에 이릅니다. 유전자치료제 시대가 열리면 단 한 번의 치료만으로도 유전성 희귀질환을 완치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코레이 콕살 화이자 희귀질환사업부 대표는 이달 5일 서울시 중구 한국화이자제약(이하 화이자) 본사에서 열린 '유전자치료제, 상상이 현실이 되다' 행사에서 유전자 치료제 전망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유전질환은 특정 유전자가 누락되거나 돌연변이가 생겨 제기능을 하지 못해 호르몬이나 조직 등 단백질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탓에 발생하는 병이다. 혈액응고인자 유전자가 결핍돼 출혈이 잘 멎지 않는 혈우병, 신경세포에 대한 독성을 없애는 효소 유전자가 결핍돼 운동신경 세포만 선택적으로 파괴되는 근위축성측색경화증(루게릭병) 등이 있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약물은 대부분 호르몬과 기능이 비슷한 화합물이거나, 신경전달물질대신 수용체에 들러붙어 통증을 줄여주는 등 생체 내 단백질의 역할을 흉내 낸다. 하지만 유전자치료제는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정상적인 유전자(치료 유전자)를 환자의 몸속에 넣어 단백질로 발현시켜 조직이나 세포가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치료 유전자는 주로 아데노바이러스 등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을 없앤 '벡터'에 실어 환자의 몸속에 주입한다. 그러면 벡터가 치료가 필요한 조직까지 치료 유전자를 배달한다. 유전자가위가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자른 뒤 특정 유전자를 넣는 원리라면, 벡터는 세포가 스스로 분열할 때 DNA를 복제하는 과정에서 유전자를 슬쩍 끼워 넣는다. 치료 유전자는 환자의 DNA와 함께 RNA로 전사되고, 필요한 단백질을 만든다.

 

전문가들은 유전자치료제가 세포 단위에서 질병이 발생하는 원인을 없앨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 한 번 치료만으로도 치료 가능해 환자의 부담도 덜어줄 것으로 보고 있다.

 

 

벡터가 치료 유전자를 환자의 세포에 전달하는 과정. 화이자 제공
유전자치료제에 든 벡터가 치료 유전자를 환자의 세포에 전달하는 과정. 화이자 제공

 혈우병과 루게릭병, 샤르코마리투스 등 치료제 개발 중 

 

화이자도 유전자치료제 개발에 한창이다. 브라이언 샤피로 화이자 희귀질환사업부 의학부 대표는 “치료 후보물질을 찾아 약물을 설계하는 단계부터, 개발, 전 세계에 상용화하기까지 전 과정을 간소화하기 위해 기술을 가진 제약사와 파트너십을 맺거나 인수하는 방법으로 안정적인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4년 12월 스파크 테라퓨틱스와 공동으로 B형 혈우병 파이프라인을, 2016년에는 뱀부 테라퓨틱스를 인수해 프리드리히 운동실조증과 거대축삭신경병증 등 파이프라인을 개발해왔다.

 

화이자가 개발하고 있는 대표적인 유전자치료제 파이프라인은 A형과 B형 혈우병, 뒤셴근이영양증에 대한 치료제다. 이 질환들은 단일 유전자에 발생한 변이가 주요 원인이다. A형과 B형 혈우병은 혈액응고인자가 결핍돼 작은 부상에도 출혈이 지속되는 병으로, 아직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어 혈액응고인자 물질을 투여하거나 심각할 경우 수혈을 받아야 한다. 뒤셴근이영양증은 근육줄기세포가 잘 재생되지 않아 근육이 점점 약화하고 괴사하는 병으로, 역시 완전한 치료제가 없다. 화이자는 이 세 가지 파이프라인에 대해 현재 임상시험 중이다. 또한 윌슨병 같은 내분비대사질환과 프리드리히 운동실조증, 드라베 증후군, 루게릭병 같은 신경계 질환에 대한 파이프라인을 개발해 전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에서도 유전자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GC녹십자셀은 고형암을 치료할 수 있는 후보물질을 찾아내 파이프라인(CAR-T)을 개발했고, 헬릭스미스도 당뇨병성 신경병증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를 개발해 최근 임상 3상을 마쳤다. 툴젠은 2016년부터 말초신경계질환인 샤르코마리투스에 대한 유전자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식약처에 승인받을 당시 자료와 주성분이 달라 결국 판매 중지되기는 했지만 코오롱생명과학에서 개발해 시판했었던 인보사 케이주도 유전자치료제였다. 

 

가장 큰 한계... 약 한 번 투여에 11억 원 넘어

 2012년 네덜란드 바이오기업 유니큐어가 개발해 세계 최초로 시판된 유전자치료제인 ′글리베라′는 가격이 100만 달러(약 11억 5800만원)가 넘는다. ′역사상 가장 비싼 약′으로 기록을 세웠을 만큼, 환자들이 사용하기에는 제한이 따른다.
2012년 네덜란드 바이오기업 유니큐어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유전자치료제 '글리베라'. 가격이 100만 달러(약 11억 5800만원)가 넘는다. 현재 시판된 유전자치료제들은 지나치게 고가인 탓에 환자들이 사용하는 데 제한이 있다. 유니큐어 제공 

지금까지 미국과 유럽 등에서 시판되고 있는 유전자치료제는 총 8개다. 하지만 유전자치료제가 기존 시판 약들처럼 널리 쓰이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가장 큰 문제점은 약값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것이다. 2012년 네덜란드 바이오기업 유니큐어가 개발해 세계 최초로 시판된 유전자치료제인 '글리베라'는 가격이 100만 달러(약 11억 5800만원)가 넘는다. '역사상 가장 비싼 약'으로 기록을 세웠을 만큼, 환자들이 사용하기에는 제한이 따른다. 이날 신지수 화이자 희귀질환사업부 의학부 이사는 “유전자치료제 가격을 낮추려면 보험 등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고, 벡터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 문제점은 이론상 기대하는 것과 달리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먼저 유전자가 체내에서 얼마나 잘 발현될지는 환자마다 다를 수 있다. 또 유전자치료제의 벡터와 유전자에 대해 환자의 면역계가 병원체로 오인해 항체를 만들어 치료를 방해할 수 있다. 만약 항체가 생긴다면 나중에 똑같은 유전자치료제를 넣었을 때 치료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지금 개발 중인 유전자치료제들도 한 환자에게 일회성으로 사용하는 용도로 만들어지고 있다.
 
브라이언 샤피로 화이자 희귀질환사업부 의학부 대표는 “유전자치료제는 지금까지 의학으로는 고칠 수 없었던 희귀질환을 고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환자들이 건강을 되찾아 결국 삶의 질이 윤택해질 수 있다”며 “수많은 제약사들이 개발에 뛰어든 만큼 여러 한계점을 극복하고 유전자치료제가 대량 상용화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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