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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영화 속 바이러스 대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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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영화 속 바이러스 대분석

2020.08.01 11:00
영화 '#살아있다' '반도'
영화 ‘#살아있다’에서 관절을 꺾은 채 서있는 좀비들. 척수 신경이 끊어져도 움직일 수 있으며, 그들을 멈추게 할 방법은 오직 뇌를 파괴하는 것뿐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2020년 여름, 좀비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탈출하려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두 영화 ‘#살아있다’와 ‘반도’가 찾아왔다. ‘#살아있다’는 서울 도심의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 특별한 원인 없이 출몰한 좀비 바이러스가 삽시간에 퍼지면서 벌어지는 생활 밀착형 생존기를 그렸다. 바이오 공장에서 유출된 바이러스가 한국 전체에 퍼지기까지 단 하루가 걸렸다는 설정에서 시작하는 ‘반도’는 4년 뒤 폐허가 된 서울에서 ‘들개’라 불리는 생존자들의 사투를 담아냈다. 영화에서처럼 이 세상에 좀비가 정상인보다 많아지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될까. 영화 속 좀비를 과학적으로 뜯어봤다.

 

모든 종의 장벽을 뛰어넘어 감염시킨다?

 

영화 ‘반도’에서 좀비로 폐허가 된 한국에는 좀비에 대적하는 방법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거리의 부랑자, 이른바 ‘들개’가 산다. 그중 한 명인 준이(이레·왼쪽)는 극 중 차를 이용해 좀비를 통쾌하게 날려버린다.
영화 ‘반도’에서 좀비로 폐허가 된 한국에는 좀비에 대적하는 방법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거리의 부랑자, 이른바 ‘들개’가 산다. 그중 한 명인 준이(이레·왼쪽)는 극 중 차를 이용해 좀비를 통쾌하게 날려버린다. NEW 제공

우선 영화 ‘#살아있다’다. 평온한 일상을 보내던 오준우(유아인)는 ‘밖에 나가지 말라’는 엄마의 전화를 받는다. 그리고 아파트 밖을 내다본 순간, 사람과 개가 좀비가 돼 살아있는 생명체를 물어뜯는 모습을 마주한다. TV를 틀자 뉴스에서는 ‘변종 바이러스에 사람을 포함한 생명체가 감염되면 바이러스가 수 분에서 수십 분의 잠복기를 거쳐 뇌로 이동해 신경을 자극한다’는 앵커의 설명이 나온다. 


이번에는 영화 ‘반도’다. 이 영화는 4년 전 개봉한 ‘부산행’의 후속작이다. 부산행이 좀비가 된 노루를 첫 장면으로 막 퍼지기 시작한 좀비 바이러스 사태를 그렸다면, 반도는 이 바이러스가 한반도 전역을 잠식하고 전 세계로부터 봉쇄조치가 내려져 폐허가 된 모습을 담았다. 4년 전 마지막 탈출선을 타고 홍콩으로 떠났던 한정석(강동원)이 폐쇄된 서울로 돌아와 좀비를 피해 살아가는 민정(이정현)의 가족과 합심해 서울을 탈출하는 이야기다. 


두 영화에서 묘사된 좀비 바이러스의 감염력은 개나 노루, 사람처럼 종의 경계를 뛰어넘어 어떤 종이든 감염시킨다. 사실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여러 종을 감염시킨 경우는 실제도 존재한다. 하지만 영화 속 좀비 바이러스처럼 살아있는 생명체 전반으로 종의 경계를 허물만큼 강력한 바이러스는 아직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원인이 되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를 보자. 2019년 12월 중국 우한시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뒤 6개월 넘게 전 세계를 감염시키며 대유행을 일으키고 있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도 원래 박쥐를 숙주로 삼는 바이러스다. 


하지만 돌연변이를 통해 중간 숙주(천산갑으로 추정된다)를 거쳐 결국 인간을 감염시키도록 진화했다.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바이러스도 변이를 통해 조류나 인간을 두루 위협하고 있다. 


종을 넘나들며 감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있는가 하면 형태적 특징을 공유하는 동물에서만 확인되는 바이러스도 있다. 가령 축산농가를 위협하는 구제역바이러스는 소나 돼지, 염소, 사슴 등 발굽이 짝수 개로 갈라진 우제류 동물이라면 종에 상관없이 전파된다. 이는 구제역바이러스가 우제류 세포 표면에 있는 인테그린이라는 단백질을 인식해 침투하기 때문이다. 반면 사람 세포에 있는 인테그린은 우제류와 구조가  달라 구제역바이러스가 이를 인식하지 못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바이러스가 숙주세포를 감염시키기 위해서는 숙주세포의 막 수용체(단백질)를 인식하는 기능이 핵심”이라며 “종마다 다른 수용체를 모두 인식하는 수용체를 하나의 바이러스가 갖고 있기란 확률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설명헀다. 


모든 바이러스는 최소 수년 이상 돌연변이가 축적될 때 변종 또는 신종으로 정의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기존에 없던 생물에 대한 감염능력을 획득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영화 속 좀비 바이러스처럼 한꺼번에 모든 종을 감염시키는 능력을 갖추기란 확률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후각 잃고 시각에 의지한다?


‘#살아있다’에서 준우는 집에만 갇혀 있다가 생필품이 떨어져 최대한 조용히 움직여 옆집을 털기로 한다(옆집과 복도에 좀비가 있을 수 있지만, 주인공이기에 죽지 않는다는 자신감 때문인지 겁이 없다). 준우가 집을 나설 때 두 눈을 잃은 좀비 하나가 걸어온다. 준우는 쥐죽은 듯 소리를 내지 않았고, 좀비는 그냥 스쳐 지나간다. 


이런 장면은 ‘반도’에도 나온다. 자동차를 이용해 좀비 몇 명을 시원하게 날려버리던 민정의 딸 준이(이레)는 벌떼 같이 몰려드는 좀비를 보고 잠시 머리를 굴린다. 좀비가 너무 많으면 차로 치고 지나가기에는 역부족이다. 준이가 자동차가 움직이는 반대 방향으로 미리 준비한 폭죽을 터뜨리자 좀비들은 폭죽의 불빛을 따라 뛰어가기 바쁘다. 덕분에 준이는 무사히 좀비 떼를 피하는 데 성공한다.   


영화에서는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돼 좀비가 되면 냄새를 못 맡는 것으로 묘사한다. 좀비는 눈으로 생명체를 보거나 생명체의 소리를 들어야만 공격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좀비 바이러스가 뇌에 침투한 뒤 후각신경만 파괴하고 시신경과 청신경을 보존하는 특징을 갖고 있어야 한다. 바이러스가 후각신경을 파괴해 주인공들에게 최소한의 살길을 열어준 것은 이야기 전개상 꼭 필요한 설정인 듯하다. 


다만 시각에 의지해 사람을 쫓는 좀비의 눈 속 동공이 심한 백내장을 앓듯 하얗게 변색된 설정은 과학적으로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최경식 순천향대 서울병원 안과학교실 교수는 “동공이 혼탁하면 밖에서 들어온 빛이 망막 뒤쪽에 시신경이 모여있는 황반에 맺히지 않아 사물을 제대로 인지할 수 없다”며 “좀비의 동공 상태만 보면 실명에 가까운 수준으로 사물을 분간하지 못 해야 하는데, 좀비가 사람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쫓아가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끊어진 신경을 실시간으로 재생한다?

 

영화 ‘#살아있다’에서 좀비들이 주인공 오준우(유아인)에게 달려들고 있다. 영화에서 묘사된 좀비 바이러스는 수 분에서 수십 분 내에 뇌로 이동해 신경을 자극하고 극도의 포악성을 띤 좀비로 만든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살아있다’에서 좀비들이 주인공 오준우(유아인)에게 달려들고 있다. 영화에서 묘사된 좀비 바이러스는 수 분에서 수십 분 내에 뇌로 이동해 신경을 자극하고 극도의 포악성을 띤 좀비로 만든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좀비의 대표적인 특징은 몸의 관절을 꺾는 ‘각기춤’이다. 춤이나 요가에 단련된 전문가들도 골격이나 관절을 영화 속 좀비처럼 꺾는 건 불가능하다. 심지어 우리 몸의 중추신경계인 척수가 끊어질 만큼 심하게 몸이 꺾여도 좀비는 멀쩡하다. 두 영화 모두 좀비들은 총이나 도끼로 뇌를 파괴하지 않는 한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으로 나온다. 뇌만 무사하다면 신체의 모든 신경이 실시간으로 재생돼야 가능한 설정이다.

 

인간이라면 좀비처럼 몸이 큰 각도로 꺾이는 경우 신경이 끊어질 가능성이 크다. 가령 척추뼈 안에 있는 신경조직인 척수가 한 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렵다. 뇌에서 보낸 신경 신호가 팔다리로 전달되지 못해 하반신이 마비된다. 


과학계에서는 이렇게 죽은 신경세포를 되살리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김정범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부 교수팀은 줄기세포를 사용하지 않고 환자의 피부세포를 손상된 신경세포로 바로 대체하는 직접교차분화기술을 개발해 유럽분자생물학회가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이라이프(eLife)’ 6월 23일자에 발표했다. doi: 10.7554/eLife.52069


김 교수팀은 줄기세포를 만드는 유전자(OCT4)와 신경세포를 만드는 유전자(LHX3) 두 가지를 피부세포에 주입해 피부세포를 신경세포로 만든 뒤 척수가 손상돼 뒷다리를 못 쓰는 쥐에게 이 신경세포를 주입했다. 그러자 신경이 재생됐다. 


줄기세포를 이용해 척수 신경을 되살려 사지 마비 환자가 다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연구는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실제로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 치료제로 만들어지기까지는 최소 수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  


인간이 좀비라는 존재를 상상한 지는 오래됐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민족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웨이드 데이비스 박사가 1983년 카리브해 서인도제도의 작은 섬나라 아이티에서 나타난 좀비에 대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민족약학저널’에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주술사의 묘약으로 죽은 소년이 몇 주 뒤 되살아나, 흐느적거리며 걸어간 사건이 있었다. 논문은 이 소년이 근육에 경련이 있는 듯 몸을 떨었으며, 눈동자의 초점을 잃은 채 거리를 매우 느리게 활보한 것으로 설명했다(영화 속 좀비의 민첩한 모습과는 정반대다!). doi: 10.1016/0378-8741(83)90029-6


데이비스 박사는 1980년대 아이티를 여러 차례 방문해 묘약 속에는 신경을 마비시키는 복어의 독(테트로도톡신)과 환각 성분이 든 자이언트두꺼비의 침 등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이를 이용해 30여 년간 좀비를 만들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물론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관련기사
과학동아 8월호, 좀비 바이러스는 왜? 2020년형 좀비에 대한 과학적인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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