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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감퇴하는 기억력, 치매의 시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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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감퇴하는 기억력, 치매의 시작일까?

2014.03.18 17:48

사례 1. 

“저는 치매는 아니에요. 나이가 있으니까 예전보다 어느 정도 기억력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거잖아요.”

 

스스로 "별 이상 없다"라고 이야기하는 A씨(68세, 여성)에게 날짜와 손주들 이름 등을 물어봤더니 잘 대답하지 못했다. 한번은 도어락 비밀번호가 기억나지 않아서 복도에서 몇 시간을 기다린 적도 있다고 했다. 이 환자는 검사와 진료 후,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치매로 치료를 받고 있다.

 

사례 2.

“아무래도 치매 같아요. 무슨 이야기를 들어도 잘 기억하지 못하고, 물건 둔 곳을 기억하려면 한참을 생각해야 해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진료실을 찾은 K씨(70세, 남성). 이 환자는 직접 통장 관리를 하고, 간혹 운전대를 잡는 것에도 별다른 어려움은 없다고 했다. 본인은 젊은 시절에 비해 기억력이 많이 저하되었다고 느끼지만, 인지기능검사 상에서 동일한 연령대와 비교하여 정상 범위의 소견을 보였다.

 

위키피디아 제공
미국의 제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오른쪽)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뒤, 영부인 낸시 레이건(가운데)과 함께 '로널드 낸시 레이건 연구소'를 창설하고 알츠하이머병 연구 지원에 힘을 쏟았다.-위키피디아 제공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은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

경제력과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점점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치매와 같은 노인성질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치매의 경우는 환자는 물론, 가족들과 사회에 미치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의 경우, 아직도 치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다. 이에 비해 미국은 레이건 전 대통령이 1994년 자신이 알츠하이머병을 진단 받았음을 발표하고, 아내인 낸시와 함께 로널드 낸시 레이건 연구소를 창설해 알츠하이머병 연구를 지원하는 등 오래전부터 치매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치매'라는 이름은 하나의 질환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뇌의 손상이나 기능 저하로 인하여 인지기능과 고도 정신기능이 감퇴하는 복합적인 증후군을 아우른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6.3~10.8%가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으며, 외국의 경우에는 71세 이상 노인의 약 14%가 치매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원인이 되는 질환으로는 현재 70여 가지가 알려져 있으며, 그중 가장 흔한 원인은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이다.

 

사소한 기억력 저하로 시작해 일상생활 능력까지 상실

알츠하이머병은 서서히 인지기능과 일상생활 능력이 저하되는 퇴행성 질환으로, 독일의 신경정신과 의사인 알츠하이머(Alois Alzheimer) 박사에 의해 1907년에 명명된 질환이다. 베타 아밀로이드(beta-amyloid)라고 하는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뇌에 침착하는 것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림1]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조직(오른쪽)에는 정상인(왼쪽)과 달리, 신경섬유농축체와 아밀로이드반이 침착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 경희대학교병원 제공
[그림1]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조직(오른쪽)에는 정상인(왼쪽)과 달리, 신경섬유농축체와 아밀로이드반이 침착되어 있다. - 경희대학교병원 제공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뇌 조직에서 신경섬유농축체(neurofibrillary tangle)와 노인성 반점(senile plaque)를 확인([그림1] 참조)해야 하지만, 살아있는 사람에게서 뇌조직 검사를 할 수는 없으므로 임상적 증상, 인지기능검사, 뇌영상 검사 등을 통해 진단을 하게 된다.


알츠하이머병의 가장 주요한 특징은 서서히 진행되는 기억력의 저하다. 인지기능검사 상에서 기억력 저하 등 뇌기능 소낭이 눈에 띄고 뇌 MRI, 뇌 PET 등에서 내측 측두엽의 위축이나 대사의 저하([그림2] 참조)가 나타나게 되면 알츠하이머병으로 진단한다.

 

[그림2] 건강한 사람의 뇌(왼쪽)과 중증 치매 환자의 뇌(오른쪽). 중증 치매 환자는 정상인과 비교해 그 크기가 눈에 띄게 작으며, 내측 측두엽의 위축이 두드러진다. - 경희대학교병원 제공
[그림2] 건강한 사람의 뇌(왼쪽)과 중증 치매 환자의 뇌(오른쪽). 중증 치매 환자는 정상인과 비교해 그 크기가 눈에 띄게 작으며, 내측 측두엽의 위축이 두드러진다. - 위키피디아 제공

기억력 장애는 최근 기억의 장애로 시작한다. 환자들은 예전에 갖고 있던 기억(어린 시절 이야기, 과거 중요한 사건들)에 대해서는 잘 이야기하면서  최근에 새로 발생한 사건들이나 지식(며칠 전 있었던 가족 모임, 아침에 먹은 반찬 등)은 잘 기억하지 못하는 특징을 보인다.

 

병이 진행되면 언어능력이 감소하여 단어를 잘 떠올리지 못하거나 횡설수설하게 되고, 중기로 진행되면 시간·공간·사람에 대한 지남력 저하를 비롯해 성격의 변화나 망상('누군가가 내 돈을 훔쳐갔다'), 쉽게 화를 내는 증상을 보인다. 병의 말기에는 혼자서 옷을 입거나 화장실을 가는 것조차 어려워지고 판단력이 저하되며 요실금이나 변실금이 빈번해진다.

 

근본적 치료법 없어…병의 진행 늦추는 것이 최선

안타깝게도, 현재까지는 알츠하이머병을 근본적으로 완치하는 치료는 없다. 그러나 몇몇 인지기능개선제가 개발되어 치매로 인한 인지기능 저하를 늦추는 것이 가능하다.

 

인지기능개선제는 치매 초기에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말기 환자의 경우는 치료효과가 떨어지므로, 조기에 병을 발견하는 것이 치료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약 1/3에서 피해망상이나 환청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며, 필요한 경우 약물치료를 통해 증상을 조절하기도 한다.  

 

 ● 김영종 교수는

경희대학교 의과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임의로 정신신체질환, 노인정신질환을 전문 진료하고 있다.

 

동아사이언스에서는 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의 도움을 받아 정신건강클리닉을 연재합니다. 공황장애, 치매, 우울증, ADHD, 스트레스 질환, PTSD 등 다양한 정신질환의 증례와 치료법에 대한 전문의 칼럼을 총 6회에 걸쳐 매월 넷째 주 화요일에 선보일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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