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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역사, 어디까지 밝혀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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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3월 21일 05:00 프린트하기

  17일 미국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센터는 남극에 있는 바이셉2(BiCEP2) 망원경으로 우주배경복사를 관찰한 결과, 우주가 빅뱅 후 급격히 팽창했다는 ‘인플레이션’ 이론을 뒷받침하는 ‘중력파’를 찾아냈다고 발표해 전 세계 과학계를 흥분시켰다.


  중력파는 질량이나 운동에 변화가 있을 때 발생하는 파동으로, 천체가 충돌하거나 폭발하는 천문학적 수준의 사건뿐만 아니라 우리가 손가락을 쥐었다 피었다 하는 사소한 일로도 생긴다. 그만큼 세상은 중력파로 가득 차 있지만 중력파는 물질과 거의 상호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까지 검출이 어려웠다.


  바이셉2 공동 연구팀이 발견한 중력파는 빅뱅으로 탄생한 우주가 빅뱅으로부터 10-37초 후부터 10-32초까지 찰나보다 더 짧은 시간 동안 급팽창 과정에서 나온 ‘원시중력파’다. 빅뱅 후 38만 년이 흐른 뒤에야 우주에는 ‘빛’이 생겼는데, 이때 발생한 최초의 빛이 우주배경복사가 됐다. 최초의 빛은 원시중력파가 만든 왜곡된 시공간을 통과했기 때문에 그 흔적이 우주배경복사에 고스란히 남게 됐다. 연구팀이 찾아낸 우주배경복사 속 원형 편광 패턴이 바로 최초 빛의 흔적이다.

 

<용어설명>
우주배경복사 : 우주 전체를 가득 채우며 고르게 퍼져 있는 초단파 영역의 전자기파로 빅뱅 이론의 가장 중요한 증거 중 하나다. 1964년 미국 전파천문학자 아노 펜지어스와 로버트 윌슨이 발견해, 1978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 태초에 ‘빛’은 없었다


  이번 연구결과로 밝혀진 것은 138억 년의 우주 역사 중 아주 짧은 순간에 불과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는 138억 년 전 대폭발이라고 부르는 ‘빅뱅’에서 시작됐다. 인류가 예측하는 우주의 역사는 빅뱅 직후가 아닌 빅뱅으로부터 10-43초가 지난 뒤부터다. 10-43초 이전까지의 시간은 일반인에게도 익숙한 용어인 ‘불확정성’의 지배를 받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우주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4가지 힘인 전자기력과 중력, 약한 상호작용과 강한 상호작용이 모두 하나로 통일된 이른바 ‘대통일의 시대’를 겪은 뒤 급팽창하기 시작했다. 이때 시공간은 빛보다도 빠른 속도로 팽창했다.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센터 연구팀이 그 증거를 찾아낸 ‘인플레이션’의 시기다.


  사실 빅뱅 이론의 초기 모델에는 인플레이션 단계가 포함돼 있지 않았다. 당시 빅뱅 이론에서는 우주가 ‘상대적으로 서서히’ 팽창해서는 오늘날처럼 균등한 우주가 존재할 수가 없다는 풀기 힘든 문제에 부딪혔다. 그러다 1980년 앨런 구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우주가 빛보다도 빠른 속도로 급팽창했다는 ‘인플레이션’ 이론을 제안함으로써 빅뱅 이론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초기 우주가 그렇게 엄청난 속도로 팽창했다는 이론 덕분에 오늘날 우주의 모습을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었던 것이다.


  빅뱅으로부터 약 3분 뒤, 급팽창을 마친 우주에서는 수소와 헬륨, 리튬 같은 입자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의 99% 이상이 이 과정에서 생겨났다. 과학자들은 이 시기를 ‘빅뱅핵합성 시기’라고 부른다. 오늘날 우주에서 발견되는 물질의 성분비와도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빅뱅핵합성기’는 오늘날의 빅뱅 이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는 실험적 근거가 됐다.


  성경에서는 빛이 마치 우주 생성 초기부터 있었던 것처럼 표현되고 있으나, 실제로 우주에서 빛이 태어난 것은 빅뱅 후 38만 년이나 흐른 뒤다. 이전까지는 우주의 밀도가 너무 높고 뜨거워 빛이 그 사이를 뚫고 나올 수가 없었던 것이다. 우주가 충분히 식고 밀도가 낮아지면서 빛 입자인 광자는 비로소 직진운동을 하기 시작했고 이때 최초의 빛이 우주에서 깨어났다.


  이 최초 빛의 흔적이 바로 우주배경복사다. 우주배경복사를 통해 우주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균일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주 약간의 불균일 덕분에 우주에서 은하와 별이 만들어지는 것이 가능했다. 빅뱅으로부터 4억 년이 흐른 뒤의 일이다.


  이석천 고등과학원 물리학부 박사는 “인류가 예측하는 우주 역사의 굵직한 흐름은 이론과 실험값이 잘 맞아떨어지고 있다”며 “우주에 대한 이해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 우주의 96%는 여전히 ‘베일 속’


  우주의 탄생과 진화를 꼼꼼히 설명할 수 있는 현대 천체물리학도 회의론자들의 시각에서 보면 여전히 커다란 빈틈이 있다. 오늘날 주류 이론으로 자리 잡은 우주론이 정상 작동하려면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이 있어야 하는데, 이들의 존재가 여전히 직간접적으로 증명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천체물리학 이론에 따르면 우리가 알고 있는 물질들은 우주를 구성하는 전체의 4% 정도에 불과하며, 아직 발견되지 않은 암흑물질이 26~27%, 암흑에너지가 나머지 70%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회의론자들은 우주를 설명하기 위해 우리가 알지 못하는 96%를 끌어왔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지금까지 현대 천체물리학이 우주를 잘 설명해왔고, 실험결과들이 이를 증명해주는 만큼,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 역시 존재할 것이라 믿고 이를 찾기 위한 시도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 2013년 ‘힉스 입자’를 발견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역시 암흑물질을 찾기 위한 대대적인 실험 설비 업그레이드에 들어갈 예정이다. 우주를 팽창시키는 원동력으로 추측되는 암흑에너지는 더욱 정밀한 우주관찰을 통해 그 실마리를 찾아내겠다는 것이다. 학자들은 이번에 중력파의 실마리를 제공한 우주배경복사에서 암흑에너지의 단서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라이고의 검출기 크기는 3000km가 넘는다. - LIGO 제공
라이고의 검출기 크기는 3000km가 넘는다. - LIGO 제공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센터 연구팀이 이번에 우주배경복사에서 중력파의 직접증거를 찾아냈지만 중력파를 직접 검출한 것은 아니다. 현재 중력파를 직접 검출하기 위한 연구가 미국과 이탈리아, 독일 등을 중심으로 계속되고 있다.


  이형목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 단장(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은 “2015년에 미국의 라이고(LIGO) 중력파 검출기 업그레이드가 완료되면 감도가 기존의 것과 비교해 10배 이상 높아지기 때문에 중력파를 직접 검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중력파를 직접 검출하면 우주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증명하는 가장 극적인 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우상 기자

id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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