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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속 태아 뇌 성장 비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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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4월 03일 03:00 프린트하기

  인간 뇌의 다양한 부위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전체를 들여다보는 것은 뇌 과학계의 오랜 과제였다. 어느 부분의 연결이 비정상적으로 이뤄질 때 치매나 자폐와 같은 질환이 생기는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태아 상태에서 인간 뇌가 자랄 때 시기별로 어떤 유전자가 많이 나오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인간의 가장 신비로운 영역인 뇌를 근본적으로 이해하는 데 필요하다. 하지만 여태껏 실제 인간 뇌를 대상으로 한 유전자 연구는 없었다.

 

  지금으로부터 딱 1년 전인 지난해 4월 2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뇌 전략(브레인 이니셔티브)’을 발표했다. 미국 정부가 인간의 모든 뇌 활동을 지도로 나타내기 위해 10년 동안 해마다 3억 달러(약 3171억원)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오바마 대통령의 의지에 부응하듯 뇌 전략 프로젝트의 연구 성과가 결실을 맺고 있다. 세계적 과학학술지 ‘네이처’ 2일자에는 기존 뇌 연구 수준을 한단계 뛰어넘는 연구 결과가 대대적으로 실렸다.

 

  실질적인 '뇌 지도'에 버금가는 생쥐 뇌를 대상으로 한 '뇌 신경 고속도로'가 완성됐고, 인간의 뇌가 태아 상태에서 어떻게 자라는지에 대한 유전자 지도도 최초로 공개됐다.


 

연구진은 생쥐 뇌의 ‘기저핵(왼쪽)’과 ‘시상’에서 서로 연결된 신경세포를 같은 색으로 표시했다. - 네이처 제공
연구진은 생쥐 뇌의 ‘기저핵(왼쪽)’과 ‘시상’에서 서로 연결된 신경세포를 같은 색으로 표시했다. - 네이처 제공

 

  미국 앨런뇌과학연구소의 재미 과학자 오승욱 연구원은 쩡 홍구 박사팀과 함께 생쥐의 뇌에서 각 신경세포가 서로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볼 수 있는 ‘신경 고속도로 지도’를 완성했다.

 

  연구진은 생쥐의 뇌 속 신경세포에 특정 바이러스를 찔러 넣는 방법을 이용했다. 이 바이러스는 신경세포에 들어가면 녹색 빛을 발하기 때문에 이 세포와 이어진 뇌 영역 전체를 추적할 수 있다. 신경세포를 직접 염색하는 기존 방법보다 해상도가 높아 0.0001mm 수준까지 관측할 수 있어 기존 뇌 지도 연구를 획기적으로 진척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정확한 분석을 위해 연구진은 뇌를 140등분한 뒤 각각 사진을 찍어 3차원(3D) 영상을 만들었는데 총 1700마리의 뇌 영상을 종합해 지도를 완성했다. 뇌의 부위별 기능이 어느 정도 알려진 상황에서 여기에 관련된 신경연결망까지 한 눈에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황은미 기능커넥토믹스연구단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길이 어떻게 나 있는지를 알게 한 것과 비슷하다”며 “특정 질병에 걸린 쥐의 뇌와 비교한다면 어떤 길에 문제가 발생했는지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쥐 뇌 신경 고속도로는 인간 뇌의 신경연결망을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로도 활용될 수 있다. 사람의 신경세포는 1000조 개에 달해 분석이 어려운데, 뇌 구조가 비슷한 생쥐는 신경세포가 7500만 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생쥐의 뇌 깊숙한 곳에 있는 ‘기저핵’과 ‘시상’의 신경연결망을 ‘고속도로’ 수준으로 규명한 것으로 연구진은 ‘국도’ 수준까지 세밀하게 확인하고 뇌의 다른 부위도 분석할 계획이다.

 

15주된 태아의 뇌(왼쪽)와 21주된 태아의 뇌의 대뇌피질에서 각 유전자들이 가장 많이 발현된 위치(보라색)를 확인할 수 있다. - 네이처 제공
15주된 태아의 뇌(왼쪽)와 21주된 태아의 뇌의 대뇌피질에서 각 유전자들이 가장 많이 발현된 위치(보라색)를 확인할 수 있다. - 네이처 제공

 

 

  같은 연구소 소속 에드 레인 박사팀은 사람의 뇌가 자랄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밝힌 ‘인간 뇌 유전자 지도’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뱃속 태아의 뇌가 발달하는 과정에서 어떤 유전자가 많이 나오는지를 살펴본 것으로 인간 뇌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15~21주째 죽은 태아 4명의 뇌를 앞뒤로 잘게 자른 뒤, 각 부위별로 유전자(RNA)가 발현되는 양을 측정했다. RNA를 보면 어떤 단백질이 만들어질지를 예측할 수 있는데, 총 48만개의 유전자를 분석해 지도를 작성했다.

 

  이 연구는 발달 시기별 변화량을 알면 질병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정상아의 뇌가 발달할 때 A라는 단백질이 점점 늘어나는데 반해 자폐아의 뇌에서 줄어든다면, 태아 상태에서도 조기에 자폐아를 진단할 수 있는 것. 

 

  기초과학연구원(IBS) 김은준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장은 “이번 성과는 뇌 발달장애의 원인을 규명하고, 기존 동물의 뇌 지도와 비교해 인간의 뇌가 어떻게 다른지 이해하는 데도 도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를 진행한 앨런뇌과학연구소는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였던 폴 앨런이 2003년 3억 달러(3100억원)를 기부해 설립한 사설 비영리 연구소다.


이재웅 기자

ilju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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