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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달 기획]사이언스 마이크: 당신에게 과학이란?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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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4월 16일 18:00 프린트하기

 ※편집자주
4월은 ‘과학의 달’, 이달 21일은 ‘과학의 날’입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과학상상그리기, 로켓 날리기 등 체험 이벤트와 대중 과학강연, 전시회 등 다양한 행사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과학의 의미를 공유하고 느껴보자는 취지겠지만 4월이 지나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과학은 잊혀지기 일쑵니다.
동아사이언스는 과학의 달을 맞아 과학을 좋아하고 과학에서 삶의 비전을 찾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들어보는 ‘사이언스 마이크’를 연재합니다. 과학자가 꿈인 고등학생부터 예비 과학자의 길을 가고 있는 대학원생, 새롭게 연구자의 길에 접어든 신진 연구자, 유명 과학자의 희망과 좌절, 꿈과 삶을 들여다보고 ‘과학의 날’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짚어 봅니다.

  

  

 

  연구실 안쪽 귀퉁이에서 자다 일어나 부스스한 얼굴로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문다. 무릎이 늘어난 추리닝 바지 차림에 슬리퍼를 질질 끌고 건물 출입구를 빠져나가면 비슷한 복장의 몇몇 사람이 눈인사를 건넨다. 화장실 거울을 보며 꽃단장하는 학부생 옆에 서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양치질을 시작한다.

 

  풀타임 대학원생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들은 연구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실험에 몰두하다 밤을 새기도 한다. 완연한 4월의 봄기운도 피해갈 만큼 피곤에 찌든 이들의 모습은 어쩌면 당연한건지도 모른다.

 

  과학의 달을 맞아 준비한 ‘사이언스 마이크’ 두 번째 목소리의 주인공은 김상우 성균관대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실 소속 대학원생 승완철(33·박사과정 1학기) 씨와 김성수(30·석박통합과정 4학기) 씨다.

 

  ‘월화수목금금금…’으로 대변되는 야근과 주말 근무는 직장인에게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실험실 대학원생들은 수년 째 이런 생활을 반복한다. 물론 스트레스도 많다. 하지만 이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직장인이 받는 스트레스와 질적으로 다르다. 예상 가능하고, 스스로 즐기는 스트레스다. ‘과학을 하는 스트레스(?)’가 즐길 만하다면, 지속되는 스트레스 속에서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면, 한번쯤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대한민국에서 과학기술에 관련된 사람들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실험 도구와 씨름하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승완철(왼쪽·성균관대 신소재공학과 박사과정 1학기) 씨와 김성수(오른쪽·성균관대 신소재공학과 석박통합과정 4학기) 씨. - 전준범 기자 제공
승완철(왼쪽·성균관대 신소재공학과 박사과정 1학기) 씨와 김성수(오른쪽·성균관대 신소재공학과 석박통합과정 4학기) 씨. - 전준범 기자 제공

 

●“직장인 친구들 보면 안쓰러워요”

 

 “연구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거나 예상했던 데이터가 안나오면 스트레스를 받죠. 그런데 이런 스트레스는 직장 상사한테 받는 스트레스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극복하고 나면 짜릿한 성취감이 밀려오기 때문이죠.”

 

  김성수 씨는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자신의 결정에 자신감이 든다. 친구들은 대부분 업무 자체보다는 회사 선후배들과의 인간관계나 조직, 보수 등에서 오는 스트레스에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 극복하지 못할 스트레스를 안고 살고 있는 것. 친구들에겐 스트레스가 회피의 대상이지만 김 씨는 그렇지 않다. 극복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현재 그가 극복해야 하는 스트레스는 전기를 만드는 마찰 소자. 전하를 잃기 쉬운 금속물질과 반대로 전하를 얻기 쉬운 폴리머물질을 서로 마찰시키면 전하가 이동하면서 전류가 흐른다. 이 원리를 이용해 발광다이오드(LED)를 밝히거나 휴대전화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데, 전류가 원하는 수준만큼 흐르지 않아 고심하고 있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버려지는 에너지를 모아 전력으로 활용하는 기술을 ‘에너지 하베스팅(Energy Harvesting)’이라고 합니다. 수도 없이 발생하는 마찰로부터 십시일반 전기를 모아 유용하게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친환경적이고 편하겠어요. 언젠가 제 연구 성과가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바꿀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도전할 의지가 생깁니다.”

 

  김 씨는 이미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있다. 최근 그래핀 조각과 폴리머 조각의 마찰을 이용해 30볼트(V) 이상의 전압을 발생시키는 데 성공한 것. 이 연구 결과를 지난달 28일 소재 분야 권위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에 발표했다.

 

전하를 얻기 쉬운 물질과 잃기 쉬운 물질을 마찰시키면 전하 이동이 발생하면서 전류가 흐른다. 이를 이용, 다양한 분야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 성균관대 제공
전하를 얻기 쉬운 물질과 잃기 쉬운 물질을 마찰시키면 전하 이동이 발생하면서 전류가 흐른다. 이를 이용, 다양한 분야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 성균관대 제공

 

●“동료의 성과? 부럽지만 시기 질투는 없어요”

 

  대학원생들은 자신이 진행하는 연구가 잘 진척되지 않으면 힘들 때도 있다. 그것보다 동료가 앞서 나가는 것을 보며 부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먼저 승진하는 직장 동료를 시기, 질투하는 것처럼 성과를 먼저 낸 동료들을 시기하지는 않는다.

 

 “부럽긴 했지만 질투를 느끼진 않았어요. 제가 준비 중인 논문도 곧 좋은 결과를 낼 거란 자신감이 있거든요. 그리고 밤낮으로 함께 고생한 연구실 동료의 성과잖아요. 진심으로 축하해줬습니다.”

 

  김 씨가 주도한 연구가 해외 저널에 실린 것이 질투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한 승 씨의 대답이다. 하루 종일 함께 생활하는 대학원생들의 특성상 구성원끼리 다투거나 묘한 경쟁심에 패가 갈려 연구실 운영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많다.

 

  승 씨는 “연구실의 모든 구성원이 대학원에 진학한 목적, 즉 연구에 ‘올인’하는 생활을 하면 문제될 게 하나도 없는 즐거운 생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이른바 ‘학벌 세탁’이나 ‘취업 회피’ 등 연구 이외의 목적으로 들어온 사람과 함께 생활하다 보면 뜻하지 않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실제로 이웃 연구실에 들어온 한 학생이 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출근도 제대로 하지 않아 다른 구성원과 갈등이 심한 적이 있었다고. 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연구보다는 석·박사 타이틀에만 관심 있는 사람들이 ‘물을 흐리는’ 셈이다.

 

 

전준범 기자 제공
전준범 기자 제공

●잡무에 시달리고, 수시로 바뀌는 정부 정책이 불안

 

  연구 이외의 잡무도 큰 스트레스다. 두 사람은 한 목소리로 “연구 이외의 ‘잡다한’ 업무에 할애하는 시간이 은근히 많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거의 모든 교수들이 여전히 연구비를 확보하기 위해 애쓰고 있고, 덩달아 해당 연구실 소속 대학원생들도 관련 행정 업무를 처리하느라 바빠질 때가 많다”며 “어쩔 수 없는 절차라고 해도 연구할 시간을 빼앗기는 것 같아 속상한 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승 씨 역시 “실험이 아닌 잡무를 처리하기 위해 주말에 출근하거나 밤을 새면 뭔가 억울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정권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정책도 이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다.

 

  이달 10일 공과대학혁신위원회는 연구 성과를 토대로 이뤄지던 교수평가제도를 산업체 기술이전 실적 위주로 바꾸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과대학 혁신방안’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정책의 장·단점 여부는 차치하고 신소재공학과 소속인 김 씨와 승 씨 입장에서는 수정 자체가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실적을 쫓다보면 연구의 깊이가 얕아지진 않을지 걱정입니다. 어떤 제약도 없이 저희가 하고 싶은 연구를 마음껏 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참 좋겠어요. 현실성 없는 말로 들리시죠? 그렇지만 사실인 걸 어쩌겠습니까.”


전준범 기자

bbe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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