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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쥐를 너무 믿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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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5월 06일 18:00 프린트하기

위키피디아 제공
위키피디아 제공

 

 

  “우리가 동물실험을 하는 방식은 석기시대 수준이다”

  - 울리히 디르나글, 독일 베를린자선의대

  필자는 대학원 시절 미생물(대장균과 효모)이나 식물(애기장대)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지만, 옆 실험실에 놀러 가 동기들이 생쥐(mouse)를 다루는 걸 가끔 본 적이 있다. 어쩌다가 시궁창 같은 데서 보이는 쥐(rat)는 크기도 주먹만 하고 색깔도 칙칙한 회색인 게 징그럽지만, 실험실 생쥐는 달걀보다도 작은 몸집에 털도 하얘 정말 귀엽다. 애완동물로도 손색이 없을 것처럼 보이는 이 녀석들이 실험으로 희생된다니 안됐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필자에게 생쥐는 만만치 않은 동물이어서 솔직히 만져보지도 못했다. 생긴 것과는 달리 성격이 사나와 어설프게 집으려고 했다가는 물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생쥐를 다루는 실험실에 들어간 학생들은 요령이 생길 때까지 이런 일을 몇 번 겪는다고 한다.

 

  그러나 필자가 생쥐를 가까이에서 별로 보고 싶어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냄새 때문이다. 보통 케이지라고 부르는 작은 집(면적이 A4용지만하다)에 생쥐가 서너 마리씩 들어있는데, 바닥에는 톱밥(나무 조각)이 깔려있고 위에는 우윳병 같은 물통이 거꾸로 꽂혀 있어 목을 축일 수 있다. 그런데 생쥐를 자세히 보려고 다가가면 노린내라고 할지 아무튼 역겨운 냄새가 확 올라와 비위가 약한 편인 필자로서는 견디기 어렵다.

 

  아마도 톱밥에 배어있는 오줌에서 나는 냄새 같은데(당연히 화장실은 따로 없으므로), 학생이 게을러 톱밥을 제대로 안 갈아주면 냄새가 점점 강해진다. 수년 뒤 기업체 연구소에서 일할 때 한번은 투덜거리며 청소를 해야 한다며(그 팀 신입사원의 일이었다) 연구소 옥상에 있는 사육실에 올라가는 입사동기를 따라 간 적이 있는데, 생쥐 수백 마리가 있는 사육실 문을 연 순간 밀려 나오는 냄새에 경악해서 얼른 도망친 적도 있다.

 

  그런데 사람만 생쥐의 냄새에 진저리를 치는 건 아닌가보다. 최근 학술지 ‘네이처 방법’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생쥐도 사람의 냄새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즉 여성 실험자일 때는 별 상관이 없지만 남자일 경우 생쥐가 스트레스를 받아 통증 측정 같은 실험이 제대로 되지 않을 정도라고. 아마도 겨드랑이 같은 곳에서 나오는 휘발 성분에 포함된, 남성호르몬이 변형된 페로몬 성분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야행성인 생쥐는 시각보다 후각과 촉각이 훨씬 더 발달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할 것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캐나다 맥길대의 신경과학자 제프리 모길 교수는 25년 동안 통증 연구를 해왔는데, 똑 같은 실험을 했음에도 결과가 들쑥날쑥한 일이 잦다보니 작정하고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이런 저런 조건을 바꿔보다가 실험자의 성별이 영향을 미친다는 뜻밖의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이 결과는 대중적으로도 흥미로운 요소가 있기 때문에 국내 언론에도 다소 가벼운 톤으로 소개됐지만, 사실 심각한 문제다. 즉 통증 뿐 아니라 대부분의 연구에서 스트레스 여부가 실험동물의 반응에 영향을 미치므로, 지난 수십 년 동안 행해진 그 많은 동물실험이 과연 제대로 행해졌는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동물실험 효과 있는 100여 개 약물, 환자임상에서는 효과 없어

 

  동물실험 결과에 실험자 성별이 영향을 미치는 이번 결과가 그동안 별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던 동물실험에 제동을 건 첫 사례는 아니다. 최근 들어 동물실험의 문제를 지적하며 개선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글들이 종종 눈에 띤다.

 

  학술지 ‘네이처’ 3월 27일자에는 미국 ALS치료제개발연구소 스티브 페린 박사의 기고문이 실렸다. ALS는 근위축성측색경화증의 영문 머리글자로 흔히 루게릭병이라고 부른다. 루게릭병하면 스티븐 호킹 박사가 떠오르는데, 사실 예외적인 경우로 호킹을 본 대중들은 이 병에 대해 오해하기 쉽다. 즉 증상은 전형적이지만 호킹의 사례와는 달리 보통 발병하면 수년 내에 사망하기 때문이다.

 

  루게릭병은 운동신경이 서서히 파괴되면서 결국 호흡근까지 굳어져 사망하는 불치병으로 지금까지 많은 치료제 개발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은 약물은 릴루졸(Riluzole) 하나뿐이다. 기고문에 따르면 동물실험에서 수명연장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온 약물이 100가지가 넘는다. 그리고 이 가운데 8종은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까지 들어갔지만 모두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동물실험에서 수명연장 효과가 있었던 루게릭병 약물 가운데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한 9가지의 동물실험 데이터. 청록색 막대는 논문에 발표된 결과로 모두 유의적인 수명연장효과가 있다(가로축은 수명 증감(%)). 그런데 ALS치료제개발연구소에서 엄밀하게 설계된 동물실험을 한 결과 약효가 있는 게 하나도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검은 막대) - 네이처 제공
동물실험에서 수명연장 효과가 있었던 루게릭병 약물 가운데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한 9가지의 동물실험 데이터. 청록색 막대는 논문에 발표된 결과로 모두 유의적인 수명연장효과가 있다(가로축은 수명 증감(%)). 그런데 ALS치료제개발연구소에서 엄밀하게 설계된 동물실험을 한 결과 약효가 있는 게 하나도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검은 막대). - 네이처 제공

 

 

  ALS치료제개발연구소에서는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위해 엄격한 조건 아래에서 이 물질들로 다시 동물실험을 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수명연장 효과를 보이는 게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미미한 약효(수개월 수명 연장)가 인정돼 승인된 릴루졸 조차도 효과가 없었다. 페린 박사는 잘못된 동물실험 데이터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한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2008년 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는 정신분열증치료제로 쓰이고 있는 리튬이 루게릭병 동물모델인 생쥐의 수명을 30일(16%) 연장한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또 뒤따른 소규모 환자임상에서도 비슷한 효과가 나왔다고 한다. 이 결과가 언론에 보도되자 루게릭병 환자들은 리튬을 복용했고(물론 불법적으로) 3개 기관에서 환자 수백 명을 대상으로 임상3상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1억 달러(약 1000억 원)가 훌쩍 넘는 비용이 들었지만 실망스럽게도 아무 효과가 없다는 결과가 나온 것.

 

  한편 다른 두 곳에서 동시에 재현한 동물실험에서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 페린 박사는 2008년 논문에 실린 실험에서는 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왔는지 모르겠다면서도, 당시 대조군(가짜약을 먹은 질병모델 생쥐)의 평균수명이 다른 문헌의 대조군 수명보다 20일 가량 짧다는 사실에 뭔가가 있다고 추정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오류를 피할 수 있을까. 페린 박사는 몇 가지 제안을 했는데, 먼저 보고자 하는 질병과 무관하게 죽은 실험동물은 통계에서 빼야 하다는 것. 그리고 그 이유를 논문에 명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동물의 성별 균형도 맞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루게릭병 모델 생쥐의 경우 수컷은 암컷보다 보통 1주일 먼저 발병해 1주일 먼저 죽는데, 이는 평균 수명의 4%에 해당하는, 무시할 수 없는 기간이다.

 

  이보다 앞서 ‘사이언스’ 2013년 11월 22일자에도 동물실험의 문제점에 대한 3쪽짜리 장문의 기사가 실렸다. 가장 큰 문제는 실험동물이 임의로 선정되지 않는 것과 개체수가 너무 적어 통계적으로 의미를 갖기 어렵다는 것. 예를 들어 환자임상의 경우 ‘맹검법’이라고 해서 환자는 물론 의사도 누가 진짜 약을 처방받고 누가 가짜약을 처방받는지 모른다. 즉 실험자의 선입견을 배제하기 위한 장치다.

 

  그런데 동물실험에서는 많은 경우 이런 조치가 전혀 없다는 것. 그러다보니 케이지에서 실험할 동물을 정할 때부터 문제가 생긴다. 즉 생쥐를 집으려고 할 때 너무 겁이 많아 도망치거나 물려고 할 경우 실험자는 얌전한 다른 개체를 찾게 된다고.

 

  윤리적(실험동물 희생 최소화), 경제적 이유로 동물실험 개체수를 줄이는 것도 큰 문제다. 똑 같은 조건의 실험동물 가운데 임의로 네 마리씩 뽑은 뒤 수명 실험을 해보면 유의적으로 차이가 날 확률이 30%나 된다. 열 마리씩 실험을 할 경우도 여전히 10%다. 그런데 루게릭병에 대한 영향력 있는 동물실험 논문 76편 가운데 절반이 5마리 이하로 한 실험이라고.

 

  사정이 이렇다보니 유력한 학술지에서 동물실험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네이처’의 경우 논문 저자들이 확인할 동물실험 체크리스트를 제작해 배포했는데, 실험동물을 임의로 골랐나, 연구자는 맹검상태인가, 실험도중 동물을 탈락시킬 경우 합당한 사유가 있나 등이다. 독일 베를린자선의대 뇌졸중연구소 울리히 디르나글 소장의 경우 실험동물의 꼬리에 번호표를 붙인 뒤 난수 발생기로 실험할 동물을 정한다고.

 

●1993년 임상 사고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동물실험 과정을 아무리 완벽하게 설계하더라도 동물실험에는 본질적으로 오류의 가능성이 내재돼 있다. 실험동물의 생리가 사람의 생리와 100%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고전적인 사례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진정제로 쓰인 탈리도마이드의 경우 동물실험에서는 부작용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지만 임산부가 입덧을 완화하기 위해 복용한 결과 손발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 기형아가 수만 명 태어나면서 신약개발의 역사에서 최악의 사례로 꼽히고 있다.

 

  반면에 인공감미료 사카린의 경우는 생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에서 방광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져 판매금지가 됐지만 훗날 이는 생쥐 특유의 생리 메커니즘의 결과로 사람에서는 그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현재는 판매가 재개됐다.

 

  학술지 ‘PLOS 의학’ 4월호에는 1993년 임상에서 환자 5명이 목숨을 잃은 약물 피알루리딘(fialuridine)에 대한 추적연구결과가 실렸다. B형간염 치료제로 개발된 피알루리딘은 생쥐는 물론 쥐, 개, 원숭이 등을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에서는 특별한 부작용이 없었다. 그런데 환자 15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2상 시험에서 급성 간손상이 일어나 5명이 죽고 2명이 간이식을 받는 사고가 일어난 것.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연구진들은 인간화된 간세포를 지닌 키메라 생쥐를 대상으로 약물을 투여한 결과 1993년 당시 환자들에게 나타났던 급성 간독성이 나타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당시 이런 동물을 대상으로 추가 실험을 했더라면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을 진행하지 않았을 거라는 말이다.

 

  생쥐가 실험동물로 쓰이기 시작한 건 16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국인 생리학자 윌리엄 하비가 혈액순환론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생쥐가 큰 역할을 했다. 그 뒤 20세기 들어 생쥐는 생명과학과 의학 발전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그럼에도 때로는 실험자의 부주의로, 때로는 생리 메커니즘의 차이로 엉뚱한 결과를 내놓기도 한다. 최근 젊은 쥐의 피를 받은 늙은 쥐가 ‘회춘’했다는 연구결과가 화제다. 이를 두고 인류의 염원인 젊음의 샘을 찾았다는 좋아하는 건 성급한 반응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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