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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요? 암모니아 합성에 인류 에너지의 2%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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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8월 18일 18:00 프린트하기

  프리츠 하버는 지적으로 뛰어난 인물이었으며, 해박한 지식과 강렬한 야망을 갖고 있었고 인간성이 상당히 결핍되어 있었다.

- 막스 페루츠, ‘과학자는 인류의 친구인가 적인가?’

 

 

1909년 조수 로버트 르 로시뇰과 함께 질소와 수소에서 암모니아를 합성하는 방법을 개발한 독일 화학자 프리츠 하버. 특허로 많은 돈을 벌었고 1918년 노벨화학상도 받았지만 1차 세계대전 동안 화학무기 개발에 열을 올리면서 이를 수치스럽게 여긴 아내가 자살하는 등 사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 위키미디어 제공
1909년 조수 로버트 르 로시뇰과 함께 질소와 수소에서 암모니아를 합성하는 방법을 개발한 독일 화학자 프리츠 하버. 특허로 많은 돈을 벌었고 1918년 노벨화학상도 받았지만 1차 세계대전 동안 화학무기 개발에 열을 올리면서 이를 수치스럽게 여긴 아내가 자살하는 등 사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 위키미디어 제공

  헤모글로빈 3차 구조를 밝혀 1962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생화학자 막스 페루츠는 2002년 2월 6일 88세로 영면했는데, 그해 12월 과학에세이(주로 서평)집 ‘I wish I'd made you angry earlier’가 출간됐다. 저자 서문이 있는 것으로 보아 책을 준비하다가 책이 나오는 건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것 같다.

 

  분량이 많아 국내에서는 2004년 ‘과학자는 인류의 친구인가 적인가?’와 ‘과학에 크게 취해’라는 제목의 두 권으로 나뉘어 번역서가 나왔다. 원 제목을 번역하기가 애매해서인지 1권의 제목은 첫 에세이의 제목 ‘인류의 친구인가 적인가?(Friend or Foe of Mankind?’에서 따왔고 2권의 제목 역시 맨 앞에 나오는 에세이의 제목 ‘과학에 크게 취해(High on Science)’를 그대로 썼다.

 

  1권의 첫 에세이 ‘인류의 친구인가 적인가?’는 디트리히 슈톨첸베르크라는 작가가 쓴 ‘화학자, 노벨상 수상자, 독일인, 유태인인 프리츠 하버(Fritz Haber)의 전기’에 대한 서평이다. 하버를 ‘인류의 적’으로 만든 게 1차 세계대전 당시 화학무기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일이었다면 ‘인류의 친구’로 볼 수 있는 게 해준 건 그보다 앞선 1909년 암모니아 합성법 개발이다.

 

  하버가 개발을 총지휘한 염소가스 때문에 병사 수천 명이 사망하고 수만 명이 후유증을 겪었지만 암모니아로 만든 질소비료로 늘어난 식량 때문에 지금까지 수억 내지 수십 억 명이 아사를 면했거나 굶주림에서 벗어났다. 한 과학자가 인류의 ‘확실한’ 친구이자 동시에 ‘확실한’ 적인 건 하버가 유일한 사례가 아닐까.

 

 

1921년 지은 암모니아 공장의 고압 반응기로 현재 카스루에공대에 옮겨져 있다. - 위키피디아 제공
1921년 지은 암모니아 공장의 고압 반응기로 현재 카스루에공대에 옮겨져 있다. - 위키피디아 제공

●암모니아 구조 구명 125년 만에 합성 성공

 

  공기의 78%를 차지하고 있는 질소(N2)는 좀 묘한 기체다. 질소 원자(N)는 굉장히 반응성이 크지만 둘이 만나 삼중결합으로 딱 붙으면 좀처럼 떼어놓기 어렵고 반응성도 거의 없다. 헬륨(He)이나 아르곤(Ar)처럼 원자 자체가 워낙 안정해 화학반응을 거의 하지 않는 경우를 ‘비활성기체(noble gas)’라고 부르는데, 비유하자면 나르시즘(자기애)에 빠져있는 사람이다. 반면 질소기체는 콩깍지가 단단히 씌여 가족이기주의에 빠진 부부라고 할 수 있다.

 

  놀랍게도 오랜 진화를 거쳤음에도 대부분의 생명체는 공기 중의 질소를 이용하는 방법을 개발하는데 실패했고 예외적으로 콩과식물이 미생물의 힘을 이용해 질소를 고정, 즉 유용한 화합물로 만들고 있다. 이 밖에 지각과 대기에서 반응으로 질소 분자가 아닌 다른 형태의 질소화합물이 만들어진다.

 

  1784년 프랑스 화학자 베르틀로가 암모니아가 질소 원자 하나와 수소 원자 세 개로 이뤄진 분자(NH3)임을 밝힌 이래, 화학자들은 질소(N2)와 수소(H2)를 이용해 암모니아를 합성하려는 연구에 매달렸지만 실패의 연속이었다. 질소의 두 질소 원자를 떼어낼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1908년 독일 카스루에공대 물리화학 정교수가 된 하버는 영국인 조수 로버트 르 로시뇰과 함께 이 문제에 뛰어들었고, 이듬해 구조규명 125년 만에 마침내 암모니아를 합성하는데 성공했다.

 

  하버는 물리화학자의 직관으로 반응이 일어나려면 압력과 온도가 높아야 함을 간파했다. 즉 질소와 수소에서 암모니아가 나오는 건 네 분자에서 두 분자가 되는 것이므로(N2 + 3H2 → 2NH3) 압력이 높을수록 분자 수를 줄여 압력을 낮추는 방향으로 평형이 이동한다는 것이다. 또 온도가 높아야 질소 원자 사이의 결합을 끊을 수 있다. 여기에 질소 원자와 수소 원자 사이의 결합이 빨리 일어나게 하기 위한 촉매도 개발했다. 마침내 두 사람은 200기압과 200도가 넘는 조건에서 희귀 금속인 오스뮴 가루를 촉매로 써서 암모니아 합성에 성공했다.

 

  독일 최대의 화학회사 바스프(BASF)는 하버의 성공에 깊은 인상을 받고 연구소의 화학자 카를 보슈와 알빈 미타슈에게 산업화 연구를 맡겼다. 바스프는 급한 마음에 전세계 오스뮴을 모두 사들였지만(그래봐야 약 100kg) 사실 이건 답이 될 수 없었다. 다행히 미타슈가 무려 4000여 가지 촉매 조성을 갖고 1만 여회의 지긋지긋한 반복실험을 한 끝에 흔한(따라서 무척 싼) 철산화물에 다른 금속산화물을 소량 섞은 촉매조성을 발견했다. 1913년 9월 9일 최초의 암모니아 공장에서 매일 3~5t의 암모니아가 생산되기 시작하면서 인류는 새로운 시대를 맞았다.

 

  암모니아의 주용도는 물론 질소 비료다. 질소는 생체를 이루는 주요 분자인 단백질과 핵산의 구성성분이기 때문에 질소(물론 질산염처럼 생명체가 쓸 수 있는 형태다)가 부족한 토양에서는 농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필자를 비롯해 요즘사람들이야 화학비료를 색안경을 끼고 보며 ‘유기농산물’을 찾지만 사실 이건 배부른 얘기다. 글자 그대로 ‘굶어죽을 수도 있는’ 처지의 사람들이 수두룩했던 한 세기 전에 암모니아로 만든 질소 비료 공급으로 식량이 대폭 늘어난 건 기적이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단위 면적당 옥수수 생산량이 1800년에 비해 6배 증가했다.

 

 

메탄으로 수소 만들어

 

  놀랍게도 하버와 르 로시뇰이 개발하고 보슈와 미타슈가 산업화한 암모니아 합성법(세상일이 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조수들은 잊히고 ‘하버-보슈법’으로 불린다)은 약간의 개량은 있었지만 본질적으로는 바뀌지 않은 채 현재까지도 쓰이고 있다. 그리고 인류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도 여전히 막강하다.

 

  즉 이 합성과정을 통해 매년 1억2000만t의 질소가 암모니아로 바뀌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에너지는 인류가 쓰는 에너지의 2%를 차지하고 있다. 또 전 세계 천연가스 생산량의 5%가 암모니아 합성에 쓰이고 있다. 질소와 반응하는 수소를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CH4)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가 나오는데(CH4 + 2H2O → 4H2 + CO2) 연간 수 억t 규모다.

 

  ‘아니, 물을 전기분해해서 수소를 만들면 되지 않나?(2H2O  → 2H2 + O2)’ 화학을 좀 아는 사람들은 이런 의문이 들 것이다. 맞는 말이면서 동시에 틀린 말이다. 지금 우리가 얘기하는 건 화학이 아니라 ‘화학산업’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화학실험실에서 성공한 반응이라도 경제성이 떨어지면 말짱 꽝이다. 메탄에서 수소를 만드는 게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얻는 것보다 훨씬 싸다는 말이다.

 

 

학술지 ‘사이언스’ 8월 8일자에는 전기분해와 나노철산화물촉매를 써서 고효율로 암모니아를 만드는 새로운 합성법이 소개됐다. 태양에서 전기와 열을 얻어 ‘이산화탄소 발생 제로’ 반응을 구현했다. 반응의 개념도. - 사이언스 제공
학술지 ‘사이언스’ 8월 8일자에는 전기분해와 나노철산화물촉매를 써서 고효율로 암모니아를 만드는 새로운 합성법이 소개됐다. 태양에서 전기와 열을 얻어 ‘이산화탄소 발생 제로’ 반응을 구현했다. 반응의 개념도. - 사이언스 제공

●핵심은 나노철산화물 촉매

 

  학술지 ‘사이언스’ 8월 8일자에는 ‘공기와 물, 햇빛’을 이용해 암모니아를 만드는 새로운 합성법을 소개한 논문이 실렸다. 식물의 광합성과 똑 같은 재료인데, 물론 공기에서 활용하는 분자는 다르다(식물은 이산화탄소, 여기서는 질소). 그리고 물에서 수소를 얻는데 앞의 전기분해와는 조금 다르지만 어쨌든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는 나오지 않는다. 이 방법이 산업화돼 하버-보슈법을 대체한다면 두 번째 ‘125년 만의 혁신’이 될 것이다(산업화되는데 20년이 걸려 2034년 공장이 가동한다고 했을 때).

 

  미국 조지워싱턴대 화학과 스튜어트 리히트 교수팀은 태양에서 얻는 열과 전기로 공기중의 질소와 물의 수소를 암모니아로 바꾸고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놀라운 방법을 개발했다. 물론 이 과정이 산업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많은 화학자들이 긍정적으로 반응하거나 적어도 “방향은 옳다”고 평가하고 있다.

 

  리히트 교수는 연료전지에서 힌트를 얻었다. 연료전지(fuel cell)는 수소와 산소가 반응하는 과정에서 전기가 나오는 장치로 여러 유형이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얻는 것이다. 리히트 교수는 이 연료전지의 반응을 거꾸로 하는, 즉 전기를 흘려 물을 분해해 암모니아를 합성하는 방법을 설계했다. 그 결과 무려 35%의 에너지 효율을 얻었다. 게다가 함께 나오는 여분의 수소까지 포함하면 에너지 효율은 65%에 이른다. 이전 비슷한 과정이 얻은 효율이 1% 미만이었던 사실을 생각하면 혁신적인 개선이다.

 

  연구자들은 여러 조건을 바꾸며 도대체 어떤 단계가 이런 놀라운 효율이 나오게 했는가를 알아봤다. 그 결과 질소와 물에서 암모니아를 만드는 과정을 빠르게 해주는 철산화물촉매의 나노구조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20~40나노미터 크기의 나노촉매의 엄청난 표면적이 반응이 일어날 자리를 충분히 제공했던 것. 이 시스템에 하버-보슈법에 쓰는 보통 철산화물촉매(쇳가루)를 넣을 경우 암모니아가 거의 생기지 않는다.

 

  하버-보슈법과 또 다른 차이점은 질소와 수소에서 암모니아가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질소와 물에서 만들어진다는 것. 결과적으로 마찬가지 이야기이지만 메커니즘이 다르다는 말이다. 일반 전기분해(역시 연료전지의 역반응이다)의 경우 음극으로 이동한 전자(e-)와 수소이온(H+)이 만나 수소(H2)가 만들어지지만 이 시스템은 음극의 전자가 전해질에 떠있는 나노철산화물촉매로 확산된다. 그리고 여기에 질소와 물분자가 접촉해 암모니아가 만들어지는 반응이 일어나고 여분의 수소가 발생한다. 한편 이때 나오는 수산화이온(OH-)이 양극으로 이동해 전자를 내어주고 산소(O2)와 수소이온(H+)이 되면서 회로가 돌아간다.

 

  물론 이번 시스템이 산업화에 성공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도 핵심인 나노촉매가 시간이 지날수록 뭉치면서 효율성이 떨어지는 게 문제다. 실험결과 6시간 동안 작동할 때 후반 2시간의 암모니아 생산 효율이 앞 4시간 평균의 85%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저자들은 논문 말미에서 “이 과정을 개선할 여지가 많다”며 미래를 낙관하고 있다. 100여 년 전 산업화에 성공한 하버-보슈 암모니아 합성법이 현장에서 은퇴하고 과학사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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